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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각주로 각주 마음이 형상화 된 거 보고싶다 어어어나더

ㅇㅇ(61.96) 2016.07.21 17:35:25
조회 1135 추천 54 댓글 16

														


보고싶다 / 어나더 / 어어나더



사라진 목각 인형을 두고 비류가 울상이었다. 매장소가 잘 달래었지만 제가 가진 장난감 중에서는 나름 가장 아끼고 귀히 여기던 것을 잃어버린 셈이니 그 속상함이야 오죽할까.

사실 매장소를 닮은 그 목각 인형은 아신에게 있었다. 린신이 아무 생각 없이 던져 준 것에 빠져 혹여 추울까 제가 입은 고운 비단 옷도 양보하고 제 몸보다 조금 큰 목각 인형을 꼭 끌어안고 떨어질 줄을 모르니 차마 도로 달라는 말을 하지 못한 것이다.

매장소가 달래고 린신이 비류의 관심사를 돌리려고 하는 동안 아신은 비류가 요 어여쁜 목각 인형의 주인이 비류임을 알게 되었다. 겉으로야 비류, 그깟 인형이 다 무어라고 소 형을 괴롭히느냐, 내 더 좋은 것을 주마. 하고 태연히 구는 린신이었으나 의기소침한 비류에게 어지간히 마음이 가는지 쩔쩔매는 속내에 그의 마음에서 파생된 아신 또한 기운이 쏙 빠졌다.


- 좋아! 좋아! 그렇지만 비류도 좋아!


아신은 목각 인형을 마주보고 방긋 웃었다. 눈가에 슬쩍 눈물이 맺혀 유난히 더 반짝이는 눈을 하고서 찬찬히 목각 인형을 살피던 아신이 목각 인형을 소중히 끌어안았다.


- 돌려줄 거야!


야무지게 주먹을 쥐고 결심을 내뱉은 아신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신의 정체가 불분명해 은밀히 알아보고 있는 터라 린신과 매장소는 아신에게 타인의 눈에 띄지 말 것을 당부했다. 목각 인형은 두 사람에게 맡기면 될 일이었지만 아신은 잠시나마 시원한 안식처가 되어준 목각 인형의 주인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짧은 다리로 너른 처소를 누비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지만 아신은 쉬지 않고 내달리며 꼼꼼히 주위를 살폈다. 비류와 대면한 적은 없으나 린신의 마음에서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는 터라 어느 정도는 알았다.


- 장소를 좋아해! 나도 좋아! 참외도 좋아해! 만두도! 숨바꼭질도 좋대! 달리는 것도! 나도 비류 따라 달리는 거 좋아!


경공이라고 하기에는 무색한 뜀박질로 도도도 바쁘게 달리다 숨을 고를 때면 발을 동동 구르며 하나씩 외쳐대던 아신의 앞에 장애물이 우뚝 솟아있다.


- 떡이야!


장애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정왕이 보낸 찬합이었다. 대부분 직접 전달하지만 웬일로 수하의 손에 들려온 찬합은 그 높이가 족히 아신의 서너 배는 훌쩍 넘을 듯하였다. 아신이 호기롭게 찬합을 올려다보았다. 이 안에 분명 비류가 좋아하는 떡이 있으렷다!

넓은 소매를 살랑거리며 때 아닌 등반에 힘을 쏟은 아신이 기어코 찬합 꼭대기에 도달했다. 


- 힘들다.


철퍼덕 주저앉아 팔과 다리를 통통 두드리다가 요 아래 비류가 좋아하는 떡이 있을 거란 생각에 방긋 웃음이 나온 아신이 모서리에 용감하게 엎드려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바닥을 외면하고 찬합 뚜껑을 열기 위해 아등바등 용을 썼다. 한참을 씨름하고서야 올라선 찬합 뚜껑 가운데에 틈이 있어 그 사이로 열면 되는 것을 깨달았지만 아신은 거기서 오는 허탈함보다는 찬합을 열어 신이 날 따름이었다.


- 후.


뚜껑을 열자 포근하고 안락해 보이는 떡이 가지런히 자리해 아신을 반겼다. 어떤 게 좋을까. 색색의 고명에 고민하다 폭신폭신하고 고소한 냄새에 빠져 슬그머니 찬합 안으로 몸을 넣은 아신이 어느새 폭풍처럼 밀려오는 피로감에 떡 사이에 몸을 구겨 넣은 채로 크게 기지개를 폈다. 높게 뻗은 손이 열려 있던 틈에 살짝 닿았고 그 바람에 열려있던 뚜껑이 덜커덕 닫히고 말았다. 아신은 순식간에 어두컴컴해진 주위에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괜찮아!


매장소는 분명 저를 발견해줄 것이다. 그를 향한 확고한 믿음은 아신에게 조금의 불안감도 허락지 않았다.

포근한 떡은 이내 아신에게 훌륭한 이부자리가 되어주었다.



열전영이 찬합을 들고 소택으로 찾아왔다. 수하가 찬합을 바꿔 전달한 터라 다급히 찾아온 참이었다. 다행히 비류를 달래느라 뒷전이 되어있던 찬합을 수거하고 새로 가지고 온 찬합을 놓고 가는 열전영의 뒷모습에 매장소를 대신해 그를 맞았던 견평은 왠지 모를 찜찜함에 잠시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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