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초 안상수 인천시장은 반신반의의 심정으로 미국 애틀랜타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포트먼홀딩스의 투자로 송도에 151층의 극초고층 빌딩을 짓는 사업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러 가는 길이었다. 이 회사의 존 포트먼(83) 회장이 미국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실력 있는 건축설계사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151층 빌딩 건설 사업이 과연 가능할지 스스로도 확신하기 힘들었다.

2003년 8월 송도 등이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안 시장은 해외 투자자를 찾아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아무도 인천을 주목해 주지 않았다. 2004년 말 두바이에서 세계 최고층의 ‘버즈 두바이’를 보고서는 무릎을 쳤다. “151층 정도의 쌍둥이 빌딩이면 전 세계에 인천과 송도를 알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인천타워’라는 이름도 미리 지어 놓았다. 그러나 “미쳤다”는 반응만 돌아왔다. 인천 시내 빌딩들도 남아도는 판에 무슨 쌍둥이 빌딩이냐는 것이었다. 안 시장은 “일본·중국은 지진·황사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하기 때문에 한국만 할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투자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포트먼과는 어떻게 연결됐나.

“2005년 10월 인천을 방문한 포트먼 회장에게 인천타워 구상을 밝히자 즉석에서 ‘시장성이 있다’고 했다. 막상 내가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동아시아 최고 빌딩이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다’며 삼성·현대건설까지 연결해 주었다. 후일 미국에서 만난 포트먼 회장은 ‘지난 50년 동안 세계 최고 건축물에 대한 주문이 없어 건축가로서 서운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업 추진에 규제나 난관은 없었나.

“151층 쌍둥이 빌딩이 들어설 곳은 아직 매립이 안 된 바다다. 법적으로는 매립한 뒤 다시 땅을 파서 빌딩을 올려야 하지만 현대 건축기술로 보면 엄청난 낭비다. 매립 전 착공이 가능하도록 3년째 정부에 법 개정을 요청한 끝에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한 건물 내에 호텔과 아파트가 같이 들어설 수 없다는 주택법의 개정도 최근 성사됐다. 현행 건축 규정상 엘리베이터 설치 요건을 만족하려면 인천타워 면적의 절반을 엘리베이터가 차지할 판인데, 이것도 주택법에 ‘특별건축구역’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어렵사리 풀었다”. (151층 쌍둥이 빌딩인 인천타워는 다음달 착공돼 2013년 완공될 예정이다.)

-송도는 어떤 도시로 건설되나.

“송도국제도시를 개발하면서 ‘돈은 정확하다’는 말을 새삼 느꼈다. 세계적 인재들이 몰려들 만한 도시에는 돈과 기업들이 따라 온다. 송도에는 인천대교·인천타워· 잭 니클로스 골프장·국제학교 등 세계 10대 명품들을 갖춰 최상의 비즈니스·주거 환경을 갖출 것이다. 연세대와 UC버클리,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가 들어설 송도 국제 캠퍼스에서는 ‘친(親)코리아’ 인재들을 길러낼 것이다. 송도는 100% 인공도시인 두바이를 넘어 서해 갯벌 위에 한국적 상상력을 실현해 나가는 신천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