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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음...세하야...휴가 냈어...?"
오늘로 3일째다. 아침에 눈을 떴을때 내 곁에 나체의 여...인형이 있는게.
사실 인형이 된 이후로 은이누난 굳이 잠을 잘 필요는 없다고 한다. 밥을 먹지도 않고, 숨을 쉬지도 않고, 그냥 정신만이 인형속에 살아 존재하는 것. 신강고에서 지긋지긋하게 본 기쁨의 인형 같은 그런 상태라고 해야겠지.
지금 이렇게 푹 잠들어있는건 그냥 취미의 영역일 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이해가 가는 생활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잠이 필요없는 몸이 된다면 꽁으로 게임할 시간 6시간이 생기는 건데.
어저께 집착모드;;의 은이누나랑 한 약속대로 아까 전 출근시간에 적당히 전화해서 지금부터 한 5일정도 쉬겠다고 말을 해놨다. 눈치가 아주 약~간 보이긴 하지만, 애초에 우리 팀은 (스스로 이렇게 말하긴 쑥쓰럽지만)강남을 구한 영웅이니까!
누가 감히 검은양팀이 잠시 쉬겠다는데 뭐라고 할 수 있겠어. 지금까지 주말도 없이 무리해 왔는데.
"네. 이제 좀 일어나요. 잘 필요도 없다면서요. 벌써 열시 넘었는데."
은이누난 그 말을 듣고 살짝 눈을 떴다. 사실 전에 캐롤한테 물어본 바론 다른 사람이 보기엔 은이누나가 자고 있어도 눈 뜬 걸로 보인단다. 인형이니까. 나한테만 눈이 제대로 보이는거고.
"잘 필요가 없는거지 자면 기분 좋아지잖아..."
"네~네~암튼 일어나요. 어젯밤 일로 할 말도 있고-"
초인종 소리가 울리며 내 말이 끊겼다. 우리 집에 올 사람이...엄만 지금 유니온 본부 간댔고...
"이세하. 잠깐 들어가도 될까? 지나가는 길에 들렀는데." "동생, 어디 아픈거야?"
슬비랑 제이 아저씨! 둘이서 차원종 잡으러 가는 길에 들렀나보다. 팀의 리더인 만큼 내 상태도 체크할 겸 잠시 쉴 겸 해서.
"은이누나, 빨리! 그냥 저기 장롱 들어가서 주무세요!"
은이누날 서둘러 안아서 이불이랑 같이 장롱 속에 쑤셔박았다. 날 걱정해서 들른거겠지만, 그건 너무 고마운데...지금은 아냐. 위험해.
조심하자.
곧 제이 아저씨랑 슬비가 안으로 들어왔다. 뭐, 차같은건 없고 고생하는데 주스라도 한 잔 주고 보내야겠지. 최대한 빨리.
"슬비야, 제이 아저씨."
"동생,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거야? 왜 갑자기 쉰다고 그래? 리더가 널 얼마나 걱정했다고."
"팀원의 상태를 체크하는건 리더의 몫이니까요. 세하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어저께도 어쩐지 기운이 없어 보이더니, 오늘은 아예 휴가까지 내고."
어떡하지? 솔직하게 상황을 말하는 건 이미 선택지 안에 없어.
그럼 1.아프다고 둘러댄다->건강덕후인 제이 아저씨 앞에서 과연 먹힐까? 2.석봉이랑 게임좀 할려고 쉰다고 한다. 3. 과로라고 한다. 4.우울증이라고 한다....
솔직히 가장 설득력 있는건 2번이지만... 그럼 슬비가 화를 낼거고...근데 과로라고 하기엔 모두 똑같이 일했는데...아...어쩌지...
"아니...그냥. 좀 힘들어서. 미안. 말하기가 좀 그렇네. 여기 주스."
"아, 고마워. 암튼...힘들어서?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없어? 같은 팀...이잖아? 도와줄 수 있는 일이면..."
사실 슬비에 대해서 학교에 있는 다른 애들은 조금 오해하기도 하는데, 슬비의 성격은 츤데레랑은 거리가 멀다. 그냥 매사에 진지하고 솔직해서 나한테 자꾸 뭐라고 그러고, 솔직하면서도 감정표현을 잘 못해서 츤데레인것처럼 보이는거지.
솔직히 말해서, 좀 기대고 싶고, 도와달라고 하고 싶은데.
뭐, 도와줄 수 없는 일이니까. 이미 데드라인까지 다가왔다고. 지금 딱히 거짓말도 안 떠오르니까...
"미안. 해결되면 말할게."
슬비는 약간 불만스러운 얼굴로 입을 다문 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 아저씨는 어느새 내 침대에 드러누워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다. 한 30분-정도 버틸 수 있을려나. 불안한데.
엄마가 영웅인 만큼 그렇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건 아니지만, 아니 솔직히 여유롭지만, 애초에 엄마랑 나랑 살고 사실상 나 혼자 사는데 그렇게 넓은 집이 필요하진 않아서, 지금 이 집은 별로 넓지도 않다고. 실수로라도 장롱을 열어보면...
주스를 먹으면서 내 고민의 원인을 찾아내려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슬비가 살짝, 아니 많이 귀엽게...아니아니 고맙게 느껴졌다. 고마우면서 물론 걱정되고. 도저히 나가라고를 못하겠어.
"왜 웃어?"
"아니, 그냥. 넌 역시 좋은 리더 같아서."
"무...무슨소리야, 갑자기."
"그냥~고맙고, 또 미안하다고. 앞으로는 작전 중에 한눈 안 팔고 진지하게 할게."
"너...뭐 잘못 먹었어? 이세하 맞아?"
아니 그냥 확인사살도 안하고 딴생각하다가 은이누나가 저렇게 된거니까. 은이누난 그걸로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아직 책임은 느끼고 있으니까. 이게 해결되면 조심해야지.
뭐 일단 아무 말이라도 해야 슬비가 탐색을 멈출 것 같으니까 한 말이기도 하고.
그나저나 은이누나...아직 주무시나...?라는 생각으로 장롱에 살짝 눈길을 보낸 순간,
등 뒤에서 식은땀이 확 흘렀다. 그거야. 어제 그 눈빛. 어제의 그 얀데레급 집착 눈빛. 지금 당장이라도 슬비를 죽여버릴듯한(아 물론 슬비 못이기지. 인형이라서 자기 몸 간신히 가누는데)그런 살기.
다행히도 슬비는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 하긴 저 눈빛은 나한테만 보이는 거니까. 설마 누나가 목에 네번째 줄 그어지고 죽고싶지 않는 한 먼저 나와서 덤벼들진 않겠지...?아니 근데 저 눈빛으로 바뀔 땐 이미 은이누나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아냐, 그럴 리 없어. 나만 태연하게 행동하면 어떻게든 넘어갈거야.
"...이 냄새는...위상력...차원종 놈들의..,"
그때, 자는 줄 알았던 제이 아저씨가 눈을 치켜떴다. 그러고는 갑자기 은이누나가 있는 장롱 문을 뜯어버렸다.
"아저씨! 뭐하는 거에요!"
위상력이라니? 난 아무것도 못 느꼈는데?
"후, 저기서 차원종 놈들의 위상력 반응이 느껴졌다고. 나쯤 하니까 느낄 수 있는 거야. 자. 그러면 저 차원종을...!"
안돼...!
"어...은이?"
"은이 언니?!"
이 이런...! 은이누나!
난 서둘러 은이누나의 목덜미로 시선을 던졌다. 다행히 아직 줄은 3개. 저 인형=원래 인간 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게 문제고, 외형으로 인한 착각은, 아직 은이누나가 인형인 걸 인지하지 못했으니 괜찮은 건가.
생각해보면 내가 저 인형 본부까지 들고 갈 때 주위 사람들은 사람 짊어지고 간 줄 알았을 테니, 저런 착각까지 치면 진작 죽었겠구나.
아무튼 다행이긴 한데...!
제이 아저씨랑 슬비 눈에 띈 시점에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일단 저들이 보기엔 누난 완벽한 인형이란 것이다.
하지만, 은이누나가 실종된 걸, 그리고 내가 갑자기 휴가를 낸 걸 저 둘은 안다.
아마 은이누나가 차원종에게 당해서 인형 상태로 변했다-라는 사실을 추론해 내는 데엔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위험하다! 어떻게든 해야...
"세하야, 저건...은이언니?"
"아아아 저거! 응, 저거, 은이누나 인형이야."
"왜 저런 정교한 은이언니 인형을 너가 가지고 있어? 혹시...은이언니가...실..."
어어 어쩌지? 민우 형 부탁으로 사놨다고 해? 아니면 특경대에서 보내는 선물? 어? 뭐라고 변명해야 설득력 있지?
"그...그건...내가 은이누날 좋ㅇ...사랑하기 때문이야!"
방금전에, 슬비가 실...까지 말하는 순간 인형의 목덜미에 네번째 선이 한 1/3쯤 그어졌었어. 일단 저 선을 멈추기 위해 아무 말이나 내뱉긴 했는데.
"어...뭐라고?"
"동생. 방금 뭐라고 했어?"
아아아 망할! 저질러 버렸다! 이제 뭐라고 변명하냐고!
"어...그...그게...그니까...난 사실...은이누날 쭉 좋아하고 있었는데... 은이누난 나한테 관심이 없고...무엇보다도 내가 용기를 낼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이렇게 인형이라도 만들어서...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있었는데."
아. 병신같다. 저렇게 변명하니까 내가 너무 한심해보여. 진짜 찌질이잖아 저거. 근데 이미 말해버렸으니 이제...
"그럼 너가 휴가를 낸 건..."
"...은이누나가...없으니까...찾아야 되는게 맞긴 한데...좀 힘들더라고. 그래서 일단 조금만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찾아볼까 해서...쉬기로 한 거야."
어...어떻게든 그럴 듯 하게 변명했다. 슬비나 제이 아저씨 표정이 나를 향한 동정으로 바꼈어.
슬비는 나랑 은이누나 인형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눈물을 글썽거리며 내 머리위에 손을 올렸다.
"그래...세하야, 많이 힘들었겠구나. 이해해. 알았어. 얼른 마음 추스르고 다시 나와줘. 은이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너가 드라마처럼 구해줘야지."
"그래. 이런 인형놀이따윈 그만 두고 은이가 돌아오면 솔직하게, 진심을 얘기해 보라고! 동생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꼭 은이를 찾을 테니까."
야...눈물나네...진짜...고마워서도 눈물나고...난감해서도 눈물나고...이제 앞으로 저거 뒷수습은 어떻게 하지...
"응...고마워요...고마워...둘 다..."
아 아무튼...일단 위기는 넘긴건가.
곧 저 둘에게 유정씨의 호출이 날아왔고, 난 뭔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할 용기가 없어서 인형이나 만드는 굉장히 한심한 사람이 되어가며 은이누나를 간신히 지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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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공기 좋네~하루종일 누워서 놀기만 했더니 은근히 답답하더라."
사실 이 인형을 데리고 밖에 나가기에 너무나도 곤란한 점이 많으니까. 당분간은 계속 히키처럼 지내야겠지. 그래도 아파트 옥상에라도 올라와서 바람이라도 쐬는게 어디야.
벽에 기댄 상태의 인형은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사람일테니까. 이 정도쯤은 괜찮겠지.
암튼. 일단 이거 하나는 확인하고 가야겠어. 누나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날 위해서라도.
"은이누나, 솔직히 말해요. 저 좋아해요?"
아까 낮에 누나 죽을 뻔 했다구요. 목덜미에 반쯤 그어진 네번째 줄은 어느새 지워져 있었다. 솔직히 저 살기, 저 얀데레 눈빛을 할 때부터 제이 아저씨가 알아챈 거 같단 말야. 제이 아저씬 전투경험이 엄청나게 많으니까. 감으로 느낄 수 있는 거겠지.
누난 날 말 없이 조용히 쳐다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어저께도 그렇고 방금도 그렇고, 왜...그러세요? 솔직히 누나 인형이 된 이후로 뭔가 누나같지가 않고 이상하다구요."
"글쎄...나도 잘 모르겠어. 뭔가가, 뭔가가 속에서 막 꿈틀거리면서 자꾸 너한테서 떨어지는 걸 무섭게 만든다고. 내가 하는 말, 내가 하는 행동이라는 기억은 있는데, 나도 왜 자꾸 그런 감정이 드는지 모르겠단 말야. 자꾸 너한테 안기고 싶고, 떨어지기가 도저히 무서워서 견딜수가 없고."
"..."
인형은 그런 나를 보며 슬픈 듯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왜, 실망했어? 아니라고 해서?"
"그럴 리가요. 그냥..."
"알아~ 나 때문에 이미지 이상해진 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내가 다음에 또 너한테 집착하려고 하면, 힘으로라도 날 제압해. 앞으로는."
힘...힘으로?
"네에? 무슨 말이에요!"
"...솔직히 말할게. 요즘 갈수록 몸이 가벼워져. 단순히 인형 몸에 적응한 건가 했는데, 그런 수준이 아니야. 제이 아저씨 하는 말 봤잖아. 나한테서 차원종의 위상력이 느껴진다고. 마치 내 안에 무언가가 살아 있는 느낌이야. 이대로 가다가는...나중에 너가 날 처치해야 할 지도 모르..."
"그런 말 마요!"
"지금도 제정신이니까 말할 수 있는 건데, 내 몸이 더 잘 움직여지고 편히지면서 동시에 내가 너한테 집착하는 감정이 심해지고 있다고. 이건...내가 아니야. 지금은 나지만, 그런 감정에 휩싸인 상태에선..."
"...그럴 일 없을 거에요."
은이누나가 저렇게 진지해진 게 얼마 만이었지. 강남 사태 이후 처음인가. 그 처음으로 진지해져서 하는 말이, 너가 날 처치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응? 너무하잖아.
"집착하려면 해요. 다 받아드릴 테니까. 꼭 싫은 것도 아니구요. 퍼펫마스터 본체도 저한테 졌는데, 인형이 된 누나한테 제가 다치진 않을 거 아녜요."
그리고. 애초에 나 때문에 생긴 일인데.
"제가 누날 원래대로 되돌릴 테니까."
은이누난 그 말을 듣더니, 다시 평소의 헤실거리는 웃음을 되찾았다.
"그래? 알았어. 그럼 마음껏 달라붙고 앵겨도 되는거지?"
"네~네~ 지금은 말구요. 좀만 이따가."
갈수록 태산이네...무언가가 안에 살아있다라...이거...말은 그렇게 했지만...
과연 괜찮을까...서두르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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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갤이지만 그래도 은이쟝은 얘껴줘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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