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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은이-쟝 다키마쿠라 (2일차)

블루쟝(175.207) 2015.08.17 23:43:10
조회 1408 추천 22 댓글 7
														



(1일차)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closers&no=922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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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어메이징! 정말로 이게 송은이 경정님이라구요?"


이 인간크기의 인형을 재해복구본부까지 들고 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일단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은이누나 인형은 거리에 나서자마자 그대로 정지해버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
왜 몸이 안 움직이는지 패닉에 빠져 은이누나가 소리를 질렀는데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걸로 보아, 인형이 움직이는거나 말하는 건 나밖에 보고 들을 수 없는 듯 하다.


결국 누나를 업은 채로, 남들의 이상한 시선을 느껴가면서 힘들게 힘들게 본부까지 온 나는, 어쩔 수 없이 인형을 옥상에 숨겨놓기로 했다. 너무나도 심심해할 누나한텐 내 게임기 하나를 쥐어주고.



캐롤씨랑 도연씨한테 상황을 조용히 설명하니, 당연하게도 도와주겠다고 했다. 사실 경정님을 돕기 위함보다도 흥미로운 연구감을 얻었다는 느낌이 더 강하지만.
그런 타입의 저주는 정말 희귀하다는 말을 하는 걸로 보았을때, 그리고 해결책에 대해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를 써가며 날카롭게 토론하는 걸로 보아 다행히도, 적어도 저 둘은 이런 상황을 겪어보기는 한 것 같았다.


"네. 아까 말했다시피 퍼펫 마스터한테 저주받은 이후로 이렇게 변해버렸어요."


"뷰티풀! 경정님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전혀 상상도 못했네요! 아무튼, 한번 살펴보죠."


그 말을 들은 인형의 동공이 부끄러운듯 살짝 흔들렸다. 물론 다른사람들 눈에는 그냥 그대로 인형눈이지만. 그나저나 맞는 말이다. 나도 은이누나가 이렇게까지 예쁜지는 몰랐으니까.
아니, 사실 진짜로 이렇게까진 예쁘지 않다. 이건 인형으로 변하면서 인형의 재질 덕분에 피부가 미친듯이 좋아지는 바람에 일어난 사태지...뭐 원본도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캐롤씨가 은이누날 들어올리고 구석구석 살펴보는 동안 정도연씨는 나한테 그 차원종, 퍼펫 마스터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 대하여 물었다.


도연씨의 말에 의하면, 이 세상에 초자연적인 건 있어도 마법같은 건 없고, 아무리 마법같아 보이는 '저주'도 사실은 어떤 논리에 의한 상태 변화일 거란다.
한마디로, 이 '저주'라는 건 사실 풀 조건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퍼즐'이라는 것. 인형으로 변한 사례는 아직까진 없었지만 비슷하게 '저주'를 받았다가 풀려난 사례는 있었으니.

"흠. '정지', 즉 사망에 관한 키워드는 인형의 본분과 목에 있는 붉은 선 4개...그러나 아직 선은 한 개고... '해제'에 관한 키워드는 동화의 각성..."


"왓더...퍽?! 사망 키워드가 이 목의 선이에요?"


캐롤씨는 그렇게 말하며 다급히 인형을 나한테 건네줬다.

"빨리! 목 부분을 봐봐요!"


목 부분..? 목 부분! 서둘러 인형의 목으로 시선을 돌렸다. 목에는 어제의 그 빨간 줄이, 섬뜩하게, 3개로 늘어나 있었다.

"으에에엑? 세 개?"  "세개면 하나만 더 생기면 나 죽는거야?"


"...내 눈 앞에서 갑자기 선 두개가 그어지더라구요. 이거... 정말 위험해졌네요."


어느새? 너무 빨라! 왜 갑자기 세개로 늘었지? 세개로? 오늘 아침까진 한 개였어. 아니, 캐롤씨 눈 앞에서 세개로 늘었단 건...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문제라는 건데...!


나랑 캐롤씨, 그리고 도연씨(그리고 나한테만 동공이 보이는 은이누나)는 얼어붙은 듯 서로를 빤히 쳐다보다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한 듯 급하게 옥상으로 올라오는 문을 걸어잠궜다.

"오우...이제 알겠군요. 사망 키워드는 아마도..."


"정체를 밝히는 것!"
우리 셋의 입에서 동시에 이 말이 튀어나왔다.


"인형은 기다리는 존재고 보답받지 못한다고 말했댔죠? 이세하? 아마 인형의 본분을 벗어난 행동이란 건, 이렇게 자신이 '인형'이 아니라 '인간'인걸 남에게 알리는 것 같네요. 이미 인간이라고 다 알려지면 인형 취급을 하지 않을테니까.'


난 고개를 끄덕였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렇다면, 내가 이 인형을 상부에 보고했으면 그 순간 은이누난 죽고 완전한 인형이 되었을거란 거잖아. 은이누나도 가슴을 쓸어내리며(역시 다른 사람들한텐 보이지 않는다) 나한테 속삭였다.
"봐봐...내 감이 맞지. 이런 걸줄은 몰랐지만 뭔가 무섭더라고."


"그러게요."

후...정말, 정말 위험했어. 만약 여기다가 내가 빛나씨까지 불렀으면 이 자리에서 죽었을꺼야. 암튼 아는 사람이 이세하 정도연 캐롤리엘, 셋이면 지금이 데드라인이니까...


"그럼, 이세하 요원, 닥터 캐롤리엘, 일단 모두 이 인형에 대해선 입을 다물어야겠죠?"


"네!" "오케이."
우리 셋중 하나라도 실수하면 은이누난 끝이다. 이제부턴 어떻게든...


"그리고, 인형...아니 송은이 경정님은 지금부터 우리 집에서 머무르는게 어떨까요? 비밀유지도 필요하고, 제 쪽에서 계속 연구하는게 더 빠를거고."


그러게. 그게 낫지. 나같은 경우에는 집에 엄마가 올 수도 있고 애들이 놀러오기도 하니까. 잘 숨겨놓으면 된다지만 만약을 위해서 역시 도연씨네 집으로 보내는...
"싫은데. 난 싫어. 세하야, 싫다고 말해."


"네? 싫다뇨? 누나 안전을 위해서..."


"절대로 안 가. 난 너랑 같이 있고 싶어."


어어? 살짝 얼굴이 화끈거렸다. 물론 그런 뜻은 아니겠지만, 그런 말을 그렇게 당당하게?
아아니, 다시 생각해보자. 물론 그쪽이 더 안전하겠지만. 이 '인형'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권리는 저 둘에 비해 큰 것 같아. 난 은이누나가 하는 말을 들을 수도, 움직이는 걸 볼 수도 있으니까.


바꿔 말하면, 인형이 캐롤씨나 도연씨네로 간다면 하루 종일 정말 인형처럼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살아야 한단 거잖아. 아니, 혼자일땐 움직일 순 있겠지만, 앞으로 대화할 사람은 없겠지.
...이해는 간다.


난 그렇게 도연씨랑 캐롤씨한테 사정을 설명하고 은이누나는 계속 우리집에서 머무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사실 당사자가 그러기를 원하는데 우리가 뭐라고 하겠어.


다시 다친 사람을 안는 것처럼 위장한 채 은이누나를 집어들었다. 이번엔 아까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이젠 더 이상 안전하지 않으니까.
---------------------------------------

"아~그래도 하루종일 노니까 좋네~"


어느새 저녁이 지났다. 은이누난 태평하게 침대에 몸을 기댄 채 닌텐도를 돌리고 있었고, 난 인형으로 변해버린 은이누나의 제니퍼 잭슨 4세를 이리저리 뜯어보고 있었다.
이 총마저도 인형화가 진행된 지금, 예전의 그 대포에 가까웠던 마개조된 총은 지금은 그냥 솜뭉치를 쏘는 장난감일 뿐이었다. 내가 좀 어렸을때 이런 게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세하야, 이거 오랜만에 하니까 재밌네. 나 인간으로 돌아가면 이거 좀 빌려주라."

뭘 하고 있나 봤더니 포켓몬이구나. 전에 그 띠부띠부씰도 모아달라고 시키더니, 생각해보면 나한테야 포켓몬이 그냥 옛날부터 전해져오는 시리즈 중 하나지만 누난 아예 포켓몬세대였지.
"맘껏 하세요. 인간으로 돌아가면 선물로 줄테니까."


"졍말? 너 게임기 하나만큼은 목숨만큼 소중히 여기는거 아니었어?"


뭐...그렇긴 한데...그래도 은이누나가 갖고 싶다고 하면...사실 이 사건때문에 작전 중에 뭔가 딴짓하기에 이제 굉장히 마음에 껄끄러우니까. 이전까진 아까도 말했다시피 딴짓해도 다친 사람이 없었으니까 작전중에 가끔 게임하고 그런건데.


은이누난 빙글빙글 웃으며 아예 침대로 올라가 드러누웠다. 어저께보다는 편하게 올라가는 걸로 봐서 어느정도 몸에는 적응이 되었나 보다.


태평하시구만. 지금 상황을 생각해 보면 진짜 위험한데. 이제부터 한명이라도 은이누나가 인형으로 변했다는 걸 아는 순간 그대로 죽어버리는 거니까.
어떡하지. 연구는 일단 다른 둘한테 맡긴다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지? 은이누날 원래대로 돌리기 위한? 클로저 업무도 병행해야 하니까 생각보다 여유시간이 없는데. 오늘만 해도 후딱 하루가 지나가 버렸잖아.

"에잇!"


부드러운 인형의 감촉이 목 주위에서 간질거리게 느껴졌다. 움직이는 건 많이 나아졌나보네. 이렇게 확 껴안을 수도 있고. 그나저나 은근히 가슴이 크...네. 어짜피 지금은 솜뭉치일 뿐이지만. 벗으면 굉장하다고 한게 헛소리는 아니었어.
"세하야, 무슨 생각해~"


난 살짝 웃음을 흘렸다. 그러게. 일단 이렇게라도 지내볼까. 내가 걱정한다고 그렇게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누나. 왜 갑자기..."


"왜, 부담스러워?"
그렇게 말하며 은이누난 침대에 기댄 내 위에 안겼다. 실제 은이누나의 덩치보다 약간 작아진 지금은(아마 슬비 정도의 키일 것이다, 아니 슬비보단 약간 크려나?) 정말로 내 앉은 자세에 쏙 들어오더라. 귀여워.


"인형의 본분을 벗어날 때 불이익이 있다며~ 그럼 당분간은 이렇게 인형답게 살아야지~"


"안기는 게 인형다운 거에요?"
뭐, 이것도 인형의 본능인가? 아니면...


"몰라~ 그래도 지금은 안기고 싶은걸."
그렇게 말한 채 은이누난 내 목을 감싸안았다. 인형의 본능...?이라기엔 아무리 생각해도 사심이 듬뿍 들어간 것 같은데. ...아니, 사심? 사심이라 하기엔...역시 뭔가가...이상한데...뭔가가...


은이누날 목에 달은 채로 난 몸을 일으켰다. 애초에 인형인 만큼 가벼우니까. 그거 하난 좋네. 솔직히...솔직히 인형이라서 간신히 참고 있는거지...만약 지금 누나가 사람이었으면...

눈을 감았다. 내가 말하는 걸 멈추자 은이누나도 다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은이누나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야지. 내가 데리고 있는 게 역시 나았던 것 같아...
"세하야. 내일부턴 어떡할거야?"


"내일부턴...누나 혼자 놔두고 나가야겠죠? 클로저 일을 해야 하니까?"


"...나가지 마."

응? 네? 방금 뭐라고 하셨죠?


"나가지 마. 휴가라도...내줘. 전에 강남사태 해결한 다음 포상휴가 다 안 썼잖아. 제발. 혼자 있기 싫어."


은이누나의 목소리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저렇게 간절하게. 사실 누나 말대로 휴가가 아직 남아있었으니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역시 이상하잖아.


내가 은이누나에 대해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지만, 이거 하난 알아. 은이누난 강한 여성이야. 당연히도, 저런 의존적인 대사는... 

아까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긴 했는데 저 말을 들으니 점점 더 이상해.
은이누나...아니 특경대 대장 송은이가 저럴 사람이 아닌데..

"너랑...너랑 떨어지고 싶지 않아..."


처음으로 들기 시작한 위화감은 이 말을 들으며 확신으로 바뀌었다. 살짝 눈을 뜬 내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예전의 그 해맑은 갈색 눈동자가 아니라, 뒤틀린 듯한, 마치 내가 거절하면 죽어버릴 듯한 그런 절망적이고 광기에 차있는 눈.
"나 놔두고 갈 거 아니지? 그렇지? 세하야? 응?"


"...네. 휴가 낼게요."
내 대답이 떨어지자 다시 은이누나의 눈이 살짝, 동인지에서 보던 것처럼 기분좋게 풀리더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까전의 그 집착은 어디갔냐는 듯. 우린 그렇게 아까전의 대화를 언급하지 않은 채 조용히 잠에 빠져들었다.


이때가, 은이누나'인형'이 뭔가 잘못되어 있다고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


나름 스토리 진지하게 결말까지 다 짜놨어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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