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백영웅전 - 고전에 매몰된 게임

ㅇㅇ(59.4) 2024.04.27 08:50:02
조회 16496 추천 104 댓글 110


7fed8272b5866af23eef83e443871b6cd78e941c3e4d75e1bad4c376aa6c97eb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은 향수에 기반한다. 그 시절의 불편했던 요소들은 보정된 기억 속에서 재조립되고 단순화되어 게임을 즐겼던 추억 뒤편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 즐겼던 게임을 다시 플레이해보려고 하는 플레이어들은 종종 놀라울 정도로 불편하고 빡빡한 난이도에 놀라며 이런 말을 내뱉는다. '내가 이걸 어떻게 했지?' 



백영웅전은 사람들이 좋아하던 그 시절의 게임을 있는 그대로 가져온 게임이다. 하지만 어떤 부분을 사람들이 좋아했고, 어떤 부분을 싫어했는지에 대한 고찰은 없다. 그냥 그 시절의 게임은 이랬으니까.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아무 생각없는 밸런싱으로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강하게 뿜어내고 있다.











1. 미흡한 전투 시스템





7fed8272b5866af23eee86e047861b6c2ffd3514ceb27e84e27cc662a73656be







백영웅전에서 가장 문제삼을 만한 부분은 전투 시스템이다. 제법 그럴듯하게 보이는 이 화면 속에선 편의성도, 직관성도 결여되어 있다. 우선 전투 순서를 보자 맨 위를 보면 턴 순서가 어떤 식으로 돌아오는 지 알 수 있는데 노아, 미오, 량, 힐디, 세이, 가오 순으로 전투 순서가 정해져있다. 그렇다면 내가 전투 커맨드를 입력하는 순서도 저 전투 순서에 맞춰져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이 게임은 내 턴 순서와 상관없이 무조건 오른쪽 옆에 있는 순서인 가오, 세이, 미오, 량, 노아, 힐디 순으로 공격방식을 정한다. 턴제 전투의 기본은 상대 공격에 대처하고, 빠르게 상대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전략성에 기반하는데,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전략적인 행동을 최대한 방해하고 헷갈리게 만드는 방식으로 턴 순서를 배정하고 있다.








전투 시스템의 무성의함은 보스전에서도 잘 드러난다.







7cf3da36e2f206a26d81f6ed44807064




(스샷 못찍음.. ㅈㅅ)




튜토리얼 보스전에서는 플레이어들 앞에 돌판이 깔려서 이를 통해 상대 패턴을 피할 수 있는 기믹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가운데 있는 애들에게는 돌판이 없어서 패턴을 피할 수 없는데. 보스가 돌판을 이용해서 피해야 하는 강력한 패턴을 가운데에 쏜다. 막을 방도를 다 만들어주던가, 아니면 빔을 피할 수 있는 애들에게 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왜 개발진들은 6명 중에 4명에게만 피할 수 있는 돌판을 할당해주고, 보스가 돌판이 없는 애들에게 강력한 공격을 쓰는 경우의 수를 상정한 것일까?










2. 이해할 수 없는 밸런싱과 설계






7cf3da36e2f206a26d81f6e4428371698a




이 게임에는 대형영웅이라는 기믹이 존재한다. 대형영웅이란, 최대 6명을 넣을 수 있는 파티에서 혼자 2명 자리를 차지하는 영웅이다. 만일 이런 영웅을 설계했다면 당연히 대형 영웅만의 어떤 스텟적인 이점이 있거나 특출난 장점이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고, 대형영웅의 첫번째 자리는 이런 대형영웅의 직관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는 캐릭터가 차지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처음 획득할 수 있는 대형영웅인 유메는 놀랍게도 전열을 상정한 캐릭터(공격이 근거리면, 후열에선 공격 못함)면서 탱킹 스킬이 특출난 것도 아니며 스텟이 다른 캐릭터들보다 우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전열, 후열 어디에 있어도 혼자 2명 분의 자리를 차지하며 그러면서 성능은 실질적으로 1명과 다른 부분이 없기 때문에, 잠깐 쓰다보면 이 캐릭터를 어디에 써야 하는 지 의문이 들게 된다. 위의 스샷에서 유메의 체력이 163으로 나와있는데, 저 체력도 체력을 15% 증가시켜주는 체력의 룬을 낀 상태며 실질 체력은 140대다. 왜일까. 혹시 30레벨을 넘기면 엄청나게 강해지는 그런 기믹일까?







7cf3da36e2f206a26d81f6e44489766afd



7ff3da36e2f206a26d81f6e447877468f0



이 게임에는 룬이라는 장비가 있다. 스텟을 올려주거나 플레이어가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주는 등 다양한 이점을 가진 장비며, 캐릭터마다 특정 레벨에 룬이 한 칸씩 열려서 룬 특성에 맞춰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룬의 효과가 힘 5% 증가 같은 단순한 효과가 대부분이라 내가 커스터마이징해서 캐릭터가 강해진다는 느낌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내가 던전에서 레벨업을 해서 새로운 룬 슬롯이 열린다고 해도 마을에서만 룬슬롯이 변경 가능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강해진다는 걸 즉각적으로 체감하기 힘들다.



또한 룬특성 자체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룬 렌즈로 사용할 수 있는 공격마법의 효율이 좋지 않은 편이며, 스텟 룬 같은 경우 캐릭터 강화에 별영향을 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성장 스텟이 좋은 캐릭터와 안좋은 캐릭터의 격차가 상당히 심한 편이다.



대체 왜 마을에서만 변경이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이 룬은 왜 이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것일까?







7ef3da36e2f206a26d81f6e446837d65ce



외주작인 백영웅전 라이징에서는 그 자리에서 변경이 가능했는데, 본인들이 외주작만 못하다는 것을 그렇게 알리고 싶었던 걸까?








3. 끔찍한 수준의 가방





79f3da36e2f206a26d81f6e44683726a25



이 게임의 가방은 끔찍하다. 소비 아이템과 장비템이 전부 한 가방을 쓰기 때문에 보기 난잡한데다가 보유 제한도 있어서 한 번에 아이템을 30개 이상 들고 다닐 수 없다. 물약의 갯수를 제한하는 것이야 일종의 난이도 조절 요소로서 받아들일 수 있지만





78f3da36e2f206a26d81f6ec42837569





동일 룬의 한도를 1로 고정 시켜놔서 룬 3개를 먹으면 30칸의 창고 중 3칸이 차는 이 끔찍한 설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심지어 이렇게 가득찬 룬을 창고에 넣으면, 룬 변경 창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룬으로 뜨지 않는다. 따라서 룬 변경을 하려면 창고에 가서 내가 원하는 룬을 다시 꺼내야 하는 무의미한 노동이 반복되며, 혹시 내가 먹고 까먹은 룬이 있는 건 아닐까 반복해서 찾아보기 까지 해야 한다




물론 이런 식의 창고와 인벤토리는 고전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불편한 설계지만, 그 시절의 게임들도 후속작이 되면 다른 기능은 몰라도 인벤토리 기능만큼은 어떻게든 편의성을 챙겨서 나왔다. 인벤토리 한 칸에 템 하나씩 차지하는 설계는 모험을 중시하고 동선이 긴 jrpg와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단 사실을 깨달은거다. 하지만 백영웅전은 그 시대의 불편한 감성이 정답이라는 것처럼 모든 면에서 구시대의 흐름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 답습에는 고찰이 없다. 요즘 시대에 고전의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거다. 마치 그 시절의 감성이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늙은이의 아집과 퇴락한 감각만이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 JRPG를 입문하기 위해 이 게임을 사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며, 차라리 진짜 고전 RPG 게임을 사서 진짜 그 시절의 감성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출처: 인디게임 갤러리 [원본 보기]

추천 비추천

104

고정닉 27

2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217966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빠르게 똑똑해지는 AI 로봇
[237]
니지카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19225 132
217965
썸네일
[야갤] 줄임말이 너무 심한 요즘 사람들.jpg
[34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30236 121
217963
썸네일
[부갤] 공매 넘긴 PF사업장 반값에도 안 팔린다.JPG
[233]
ㅇㅇ(14.84) 03.25 17662 203
217962
썸네일
[해갤] 이탈리아전으로 보는 02년국대와 손흥민의 차이
[340]
해축러(115.23) 03.25 19519 972
217961
썸네일
[카연] 9년의 짝사랑.manhwa
[98]
민사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15853 181
217958
썸네일
[과빵] [금주의 신상] 3월 4주차 신제품 먹거리 모음.jpg
[116]
dd(182.213) 03.25 13178 76
217957
썸네일
[야갤] 여자 좋아하는 컨셉게이다라는 말에 해명한 홍석천..jpg
[229]
ㅇㅇ(106.101) 03.25 26567 194
217954
썸네일
[싱갤] 일본일본 네팔촌
[248]
고이즈미_준이치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25207 144
217953
썸네일
[도갤] 요즘 밴쿠버 아파트 근황 + 캐나다 한인 아파트
[2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22104 81
217951
썸네일
[인갤] 대표가 성폭행"…허위 고소한 걸그룹 출신BJ, CCTV 공개
[275]
ㅇㅇ(37.19) 03.25 23143 245
217950
썸네일
[아갤] 생산직 대부분 외국인인데...이제 진짜 '재앙' 온다.news
[969]
ㅇㅇ(37.19) 03.25 27402 297
217949
썸네일
[기갤] 블라) 남편 도시락인데 어때?
[63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31721 357
217947
썸네일
[야갤] 무당과 결혼하면 거짓말 못하는 이유.jpg
[41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35538 56
217946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학생 자필반성문 올리겠다는 교수
[117]
ㅇㅇ(179.48) 03.25 25594 204
217945
썸네일
[미갤] 3월 23-25일 시황
[34]
우졍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8845 45
217943
썸네일
[주갤] 최근 재산분할 트렌드(as 도축 시스템)
[711]
ㅇㅇ(121.176) 03.25 28484 1052
217941
썸네일
[싱갤] 흔들흔들 삼성 갤럭시24 시리즈 상황
[40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36429 393
217939
썸네일
[돌갤] 인형이랑 함께한? 후쿠시마 제1원전, 후타바마치
[65]
小波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7047 41
217938
썸네일
[부갤] 태국에 출몰한 중국 걸인들 ㄷㄷㄷ
[217]
부갤러(110.10) 03.25 27012 253
217937
썸네일
[국갤] 의대증원 철회 없다면 사직 예정대로
[579]
개금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24796 549
217935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요즘 길거리에서 점점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것.jpg
[840]
딸근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61046 406
217934
썸네일
[야갤] 7살 딸에게 가방 훔쳐라 시킨 20대 엄마.jpg
[20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23707 106
217933
썸네일
[쓰갤] 엔씨소프트가 TL 살릴거 같지 않을거 같은 이유
[235]
ㅇㅇ(118.235) 03.25 20710 194
217931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러시아,인도,중동 국가들의 최대 업적
[187]
ㅇㅇ(1.211) 03.25 15820 75
217930
썸네일
[제갤] 윤서인이 말하는 세종대왕
[1608]
ㅇㅇ(211.60) 03.25 23130 404
217929
썸네일
[군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비행기 하이재킹 사건 발생
[167]
KC-46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24682 104
217927
썸네일
[싱갤] 지잡지잡 우리학교 예비군 불이익 터졌다
[400]
ㅇㅇ(180.229) 03.25 41713 387
217925
썸네일
[야갤] 데뷔작 "궁" 리딩 트라우마 밝힌 주지훈.jpg
[11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17248 70
217923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이은결이 말하는 한중일별 마술 반응
[23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28544 327
217922
썸네일
[무갤] 미인증 직구제품은 안전성을 인증받지 않아 위험하다노~
[101]
부엉부엉부엉부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16013 200
217921
썸네일
[치갤] BJ 후원 '큰손' 숨져... 알고보니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804]
ㅇㅇ(220.93) 03.25 58172 587
217919
썸네일
[주갤] [심각심각] 초.중.고 경계선 지능 60만 넘었다
[696]
주갤러(106.101) 03.25 31250 474
217918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사형제가 어려운 이유
[56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26660 179
217917
썸네일
[중갤] 파판7 리버스가 역대급 게임인데 안팔리는 이유
[44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18552 76
217915
썸네일
[군갤] 2020년대 개선될 한국군의 식형 전투식량 체계.jpg
[134]
카프카스-튀르키예-여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22675 70
217914
썸네일
[리갤] ◼ 플옵 앞두고 롤 연습을 거의 못하고 있다는 T1...jpg
[356]
한유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36091 280
217913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모닝지구촌0325
[81]
모닝지구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10980 76
217910
썸네일
[유갤] AI가 그린 드래곤볼
[172]
호텔선인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21925 166
217908
썸네일
[이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이과재능 TOP 15..JPG
[469]
이시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23711 64
217906
썸네일
[러갤] 다테 마사무네가 들고간 조선 묘목이 이렇게 컸습니다
[94]
니코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11319 74
217905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자연인의 영지버섯라면
[181]
따아아아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36557 361
217903
썸네일
[필갤] [WEBP] 벨비아 / 프로비아 100 / F6 / 24-70
[14]
ND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2764 13
217901
썸네일
[헬갤] 헤일로의 슈퍼 인류제국에 대해 알아보자
[19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18359 202
217900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
[471]
따아아아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36590 76
217898
썸네일
[디갤] DR이 개미ㅈ만한 마포로 야경을 찍는 사람이 있다?
[36]
장비그래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6393 13
217896
썸네일
[일갤] 한1국인 없는곳 쿠비즈카다이묘진
[73]
アルティナ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8930 62
217895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브라질 떡만두국
[16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43116 246
217891
썸네일
[디갤] [GR3] 암스테르담, 파리, 프랑크푸르트 사진 보고 갈래?
[38]
킵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3849 16
217890
썸네일
[카연] 그 많던 부식은 누가 다 옮겼을까.MANHWA
[57]
김다리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14366 126
217888
썸네일
[싱갤] 우주 개발과 패러다임의 역사_29.
[34]
대한민국인디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6869 2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