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ㅅㅍ)<순응자>, <대결>: 사슬의 이미지 – 연대와 족쇄의 이중성

북백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7 08:20:01
조회 6532 추천 24 댓글 15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손에 손잡고”라는 가사를 전인류 평화 연대의 상징으로 사용한 것처럼 소위 ‘인간 사슬’의 이미지는 협심과 화합, 연대의 상징으로 사용되고는 한다. 이것은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재미있는 건 이러한 사슬의 이미지는 상기한 연대의 표현으로 사용될 수 있으나 반대로 족쇄의 표현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먼저 영화 <순응자>를 보자.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의 비밀경찰인 주인공은 자유를 찾아 정치적 목적으로 프랑스로 망명한 교수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고 프랑스로 떠난다. 이때 교수는 동시에 주인공의 대학 시절 스승이기도 하다. (교수는 주인공이 파시스트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를 설득하려 한다.)


7cf3da36e2f206a26d81f6e64e80756e

좌측이 주인공이고 우측이 교수이다. 둘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내가 자네를 아까 시험해본 거야. 그 편지에는 아무것도 없었네.”


주인공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는 교수.



7ff3da36e2f206a26d81f6e04588706b

두 인물 앞에서 술집 손님들이 모여 인간 사슬을 만들고는 춤을 추고 있다.



7ef3da36e2f206a26d81f6e74e817d6a


79f3da36e2f206a26d81f6e640867c65


78f3da36e2f206a26d81f6e144807669


7bf3da36e2f206a26d81f6e14f80736a

곧장 인간사슬에 끼어드는 교수와 달리 주인공과 그의 비밀경찰 동료는 고독하게 앉아있을 뿐 인간사슬에 껴들지 않는다. 교수의 기대와 달리 주인공은 ‘자유세계’의 일원이 되지 못하였다. 이들은 연결되지 않은 공간 속의 외로운 개인으로 존재한다.






7af3da36e2f206a26d81f6e044887c6a


75f3da36e2f206a26d81f6e044897764

주인공을 둘러싸는 춤의 행렬.



74f3da36e2f206a26d81f6e34582756f


7ced9e2cf5d518986abce8954587706d80

그들에게 둘러싸인 주인공은 그 사슬에 동참하기는커녕 두려워한다. 여기서 인간사슬은 자유세계 연대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주인공을 억누르는 억압으로 작용한다.


(본인의 경우애는 자유 체제가 일종의 족쇄라 생각하지만 그 견해는 차치하고) 본 장면에서는 민족의 연대를 내세운 파시즘과 달리 오히려 자유세계에서 진정한 연대가 이뤄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파시즘이 말하는 하나된 민족, 하나된 국가의 허황성이 폭로되게 된다.


순응자의 경우 인간 사슬에서 이중성이 관찰되기는 했으나, 저 영화가 만들어졌을 70년대나 지금이나 파시즘이 받는 취급을 생각하면 이러한 묘사가 어떠한 이념(자유세계)의 양면성에 대한 폭로로 이어지는 것이라 보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본다.





반면 <대결>의 경우에는 인간 사슬의 이중성에 대한 모습이 확장돼 이념과 정치운동의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다음은 영화의 도입부의 장면이다.


7cec9e2cf5d518986abce8954582716fa5


7cef9e2cf5d518986abce8954587756eac

빨간 옷을 입은 지도자격의 학생과 사회주의 청년들은 인간사슬을 대형을 취해 경찰을 둘러싼다.



7cee9e2cf5d518986abce895428075691a

청년들의 기습으로 무장해제 상태가 된 경찰들은 그들과 함께 인간사슬의 춤을 춘다. 그들은 위계를 뛰어넘어 연대하고 있다.



신학생들과 토론을 하겠다고 신학교로 쳐들어간 사회주의 청년들.

7ce99e2cf5d518986abce89545857d6bd4


7ce89e2cf5d518986abce8954585726d76

활기찬 모습으로 사슬을 만들어 다니는 사회주의 청년들과 달리 신학생들은 무기력하게 제각각 도망가기 바쁘다. <순응자>에서 그러했듯이 여기서도 사슬은 연대이나 동시에 신학생들에게는 피해야 할 대상이다. 신학생들은 사슬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7ceb9e2cf5d518986abce8954589706806


7cea9e2cf5d518986abce89542817169fb


7ce59e2cf5d518986abce8954587716d8e

신학교 안에서 노래부르고 춤추며 사슬 모양으로 춤을 추는 학생 무리. 이때 몇몇 신학생들이 이들의 무리에 동참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앞서 보았던 경찰들과의 춤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7ce49e2cf5d518986abce8954585716fed

(경찰 등장) 야 이 새끼들아 신학교 쳐들어가라고 한 적 없다.



7fed9e2cf5d518986abce895458772685b

신학교로 들어와서 해산을 명령하는 경찰. 경찰은 서있는 학생들과 달리 자동차라는 높은 위치에 있다. 여기서 학생들과 자동차 위에 선 경찰 간의 권력의 차이가 드러나며 이것은 굉장히 권위적인 광경이기도 하다.


사슬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나 뒷부분과 흥미롭게 연결되는 장면이라 언급하였다.





7fec9e2cf5d518986abce89545847c6b3a


7fef9e2cf5d518986abce89545857d6500

빨간 학생의 방식대로는 더 이상 안되겠다며 그 지도자의 자리에 쫓아내는 사회주의 청년들. 사회주의 청년들이 빨간 학생을 둘러싸고 있다. 이것은 소수자에 위치에 선 빨간 학생에게는 소외됨으로 작동한다.


새로운 지도자를 뽑고 다시 신학교로 들어간 학생들.


7fee9e2cf5d518986abce89544887d6820


7fe99e2cf5d518986abce8954588716fa5

새로운 지도자의 행동은 빨간 옷과는 다르다. 수평적인 위치에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었던 빨간 옷과 달리 새로운 우두머리는 신학생들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다. 아까 경찰이 명령을 내리던 모습과 흡사하게 지도자는 신학생들에게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설교를 하고 있다.



7fe89e2cf5d518986abce8954588716a5f


7feb9e2cf5d518986abce8954284736a2e

또다시 등장한 인간 사슬.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연대의 이미지가 강했던 초반과 달리 후반의 인간 사슬은 신학생들에게 통제하는 족쇄의 이미지로 작용하게 된다.



7fea9e2cf5d518986abce8954283746b4c


7fe59e2cf5d518986abce8954286726425

사슬을 만든다! 그리고는



7fe49e2cf5d518986abce89542807c6bb6


7eed9e2cf5d518986abce89545897464e1

(선생들을 저기로 가시죠)

사회주의 청년들이 사슬로 보여줬던 연대는 사람들을 억누르는 통제 수단이 됐다.



7eec9e2cf5d518986abce8954280716916


7eef9e2cf5d518986abce895428173644f

그들은 신학생들을 통제해 책을 불태우는 반달리즘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대결>(1968년, 미클로시 얀초 감독作)은 인간 사슬이 가지는 상호평등의 연대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그것을 반전시켜 그들이 가지게 되는 폭력적인 족쇄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상적인 목적을 가진 운동이 타인을 억압하는 운동으로 변하는 과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연출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사슬의 이미지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찰되며 카메라는 롱 테이크로 이것을 계속해 쫓아간다. 감탄할만한 부분은 이 영화가 화면을 구성하는 인원을 계속 쫓아가며 카메라를 계속 이리저리 옮김에도 흐름과 이미지가 잘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출은 시시각각 변하며 양면성을 띄기도 하는 권력의 흐름을 매우 성공적으로 표현해냈다.


<순응자>가 그러하듯 어떠한 이미지는 한 개 이상의 성질을 지니기도 하며(사실 그러한 경우는 매우 많다.) <대결>이 그러하듯 그것에 집중해 두 가지 이상의 함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출처: 누벨바그 갤러리 [원본 보기]

추천 비추천

24

고정닉 10

6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232305
썸네일
[편갤] 개추 가능하냐?
[254]
ㅇㅇ(223.62) 05.19 21955 219
232304
썸네일
[싱갤] 메이저한 게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157]
수산물학살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28247 132
232302
썸네일
[해갤] 레버쿠젠, 유럽 5대리그에서 4번째로 무패우승 달성.gif
[201]
indr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22742 278
232299
썸네일
[싱갤] kc인증 안된 미승인 국가들
[239]
일리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33030 119
232297
썸네일
[키갤] 어느 일본 버튜버의 "눈을 떴구나 미정갤로 오거라".txt
[77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50306 487
232295
썸네일
[기음] 영양군 1박2일 갔다온 압축후기.jpg
[448]
dd(182.213) 05.19 27709 350
232294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초딩같은 남편
[50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60435 374
232292
썸네일
[이갤] 일본 전국시대 다이묘의 갑옷들...jpg
[374]
설윤아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21801 128
232290
썸네일
[중갤] 대구 아파트 근황
[47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32942 287
232289
썸네일
[야갤] 그래 차라리 자퇴해라” 빠르면 '중학교' 요즘 아이들이 자퇴하는 이유
[894]
라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46184 435
232287
썸네일
[싱갤] 직구 금지 보류 기사 기레기 낚시질이다
[53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35303 643
232285
썸네일
[새갤] 정성글) 히틀러는 어떻게 정권을 장악했나 -2-
[8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0803 60
232284
썸네일
[리갤] T1 vs BLG 1세트 요약...jpg
[377]
ㅇㅇ(116.127) 05.19 61539 1458
232282
썸네일
[야갤] 변호사가 말하는 여성판 N번방 사건 jpg
[511]
야갤러(106.101) 05.19 46181 1258
232281
썸네일
[디갤] 경기도 양주 카페 다녀옴
[51]
ㅇㅅㅇㅋ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9598 29
232277
썸네일
[주갤] 시어머니랑 전화하기 싫어 분노하는 한국여성들.jpg
[524]
ㅇㅇ(211.234) 05.19 30736 527
232275
썸네일
[새갤] 김호중 술자리 동석 연예인 곧 조사... 콘서트 '강행'
[253]
정치마갤용계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24930 175
232274
썸네일
[카연] 짝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만화
[123]
아바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21119 76
232272
썸네일
[미갤] 혼자 이탈리아 시골에 간 한국인.jpg
[44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34810 442
232270
썸네일
[디갤] zfc 1년의 사용기록
[41]
새가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6644 26
232269
썸네일
[모갤] 스압, 데이터) 시애틀 --> 밴쿠버 암트랙 후기
[2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8144 30
232267
썸네일
[포갤] 일본인에게 시티팝을 아냐고 물어본 결과
[53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39245 425
232264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신사 참배를 하러 가보자!!!(장문주의)
[160]
여우야여우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2475 101
232262
썸네일
[새갤] 1978년, 박정희 대통령 수도이전 계획 발표순간..mp4
[741]
합성망고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24351 557
232260
썸네일
[이갤] 미국에서 할렘같은 흑인 빈민가가 생긴 이유.jpg
[22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25622 110
232259
썸네일
[카연] 진호의 순수한 연애몽마들 5화
[45]
pot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0605 73
232257
썸네일
[디갤] 20년 야로나 직전에 다녀왔던 교또 거리 사진 (17장)
[29]
ㅇㅁㄹㅇ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6638 12
232256
썸네일
[카연] (ㅇㅎ) 다우지수 4만 돌파 기념으로 TS해본.manhwa
[65]
새만화금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8003 87
232254
썸네일
[걸갤] 직장인 블라인드 뉴진스 여론..jpg
[1074]
ㅇㅇ(106.101) 05.19 60730 759
232252
썸네일
[유갤] 강남 안과의사가 말하는 서울대 현실..jpg
[433]
유갤러(195.181) 05.19 55042 459
232250
썸네일
[야갤] 피식대학 사과문 ㄹㅇ...jpg
[1346]
슈화(착한대만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70717 541
232247
썸네일
[미갤] 범인을 꼭 알아내겠습니다.라는 약속을 16년 뒤 지켜낸 형사.jpg
[9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30856 126
232245
썸네일
[야갤] [속보] 직구금지 철회
[1157]
루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73332 1026
232244
썸네일
[이갤] 영국 BBC 선정 가장 위대한 영국인..하 끝
[42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35713 93
232240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마인크래프트속 아르마딜로의 디테일....
[116]
minh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39011 235
232239
썸네일
[디갤] 시그마 30.4 + a6000, 도쿄
[38]
스무살겜안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3519 10
232237
썸네일
[미갤] 새벽에 사라진 언니.. 실종된 언니의 충격적인 사실.jpg
[42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40307 227
232235
썸네일
[유갤] 인간 에임핵이라고 평가받는 FPS 선수..gif
[632]
환송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44926 277
232234
썸네일
[디갤] 쇠제비갈매기의 교미
[125]
ㅇU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22109 135
232232
썸네일
[싱갤] 백인 유전자가 씹오지는 이유.jpg
[661]
올아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73794 284
232230
썸네일
[이갤] 서양에서 유행했던 소름 돋는 어플.jpg
[195]
라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49462 229
232229
썸네일
[카연] 전학생의 XXX를 먹고 싶어하는 여고생..! manhwa
[346]
니소라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38797 502
232227
썸네일
[메갤] 한국에 대한 선입견, 일본인 인터뷰
[427]
ㄴ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39256 335
232225
썸네일
[야갤] 이자 20% 아반떼 풀 할부남 근황...JPG
[625]
포흐애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55486 447
232222
썸네일
[미갤] 가난의 처절함을 보여주는 어느 남자 연예인.jpg
[56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52384 164
232220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혼란한 사이 선진국 별 투자이민 비용을 알아보자
[32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26662 149
232219
썸네일
[프갤] 다크소울3 거인 욤 피규어 출력 도색 해옴
[74]
도색하는망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12084 87
232217
썸네일
[중갤] 논란중인 유비소프트가 고용한 일본 역사 전문가의 실체...
[276]
rtO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30217 223
232215
썸네일
[카연] TRPG 자보레인져 2화
[53]
sgtHwan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12330 83
232214
썸네일
[미갤] 요즘 PC방 알바.jpg
[492/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70152 28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