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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은정(隱情)_ 이혁 번외1

..(118.42) 2019.07.18 02:56:41
조회 611 추천 27 댓글 12




은정(隱情) : 감추어서 숨기는 마음.



- 황태자에게 혹 다른 소중한 이가 없다면,

이 할미는 황태자와 오써니 양의 정혼이 꼭 이뤄졌으면 합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그 때부터 줄곧 제 어미 노릇을 해주었던 할마마마였다.

이혁이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해도 단 한 번의 노여움도 없이 그의 뜻을 따라줄 자애로운 태황태후였지만,

이혁은 혼인의 뜻이 없으면서도 쉬이 거절 의사를 밝힐 수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함박 웃고 있는 태황태후를 보자니, 다른 모든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것만은 꼭 이뤄드리고 싶어졌다.

더구나 은황후를 위시한 종친 세력들이 나서서 자신의 정혼을 반대하는 꼴을 보자니,

뒤틀린 성격의 이혁은 그들이 빈 정 상하는 꼴을 보기 위해서라도 이 혼인이 더욱 필요하겠다 싶었다.

게다가 정혼자의 부가 KM그룹의 오금모 회장이었으니 앞으로 황제가 되는 과정에도 도움은 될지언정 해는 되지 않을 것이었다.


이 무렵의 이혁은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부왕의 일부 업무를 본격적으로 인계받기 시작한 때였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 만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던 그 때

크게 의미 두지 않고 지나쳤던 오써니란 여자를 처음 보게 됐다.

하루는 한팀장이 무척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태자전 집무실에서 업무를 익히고 있는 이혁에게 불쑥 사진 몇 장을 내밀었다.

뜬금없는 낯선 여자의 사진에 이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팀장을 올려다봤다.


“뭐지, 한팀장?”

“이 분이 오써니 양입니다. 현재, HS호텔 경영지원팀 팀장을 맡고 계시죠.”

“그런데?”

“오늘 저녁 일곱 시, HS호텔에서..”

“하... 내가 만나겠다고 한 적이 있던가?”


“태황태후께서는 전하께서 정혼을 승낙하신 마당에

아직도 오써니 양을 만나지 않은 건 상대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하신다며

일방적으로 시간과 장소를 통보해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혹, 오늘 만남 이후 오써니 양에 대해 실망을 하고 정혼을 파기 하겠다 하시면,

비록 태황태후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게 되어 체면은 상하게 되나

그래도 괜찮으시다며 황태자 전하의 오써니 양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듣고 싶다 하셨습니다.”


이혁이 마지못해 써니의 사진을 받아들고 한 장 한 장 넘겨봤다.

이십대 중반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순수하고 맑은 인상의 여자였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이혁은 사진을 한팀장에게 다시 건네고 업무를 이어갔다.

한팀장이 사진을 받아들고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한숨 안 쉬어도 돼. 일부러 들으라고 한 거면 또 몰라도.”

“의도된 건 아닙니다만...”


“예에 어긋나지 않게 약속 시간에 맞춰 나갈 생각이고,

할마마마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이 정혼은 파기하지 않을 거야.

어떤 이가 내 옆을 차지하든 절대 어머니와 같을 수 없다는 거 알아.

기대도 안 하니, 누구든 괜찮은 거야.”


오랫동안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살았던 이혁의 옆에 있었던 그이기에

한팀장은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궁에서든, 유학 생활을 했던 영국에서든,

이혁의 주변엔 그의 주위를 맴도는 여자들이 늘 있었지만

그 누구도 이혁의 헛헛한 마음을 채워줄 만한 그의 어머니 같은 이는 없었다.

그래서 여자들과 몸은 섞어도 마음은 내준 적이 없었던 그였다.

결국, 누구를 만나도 채울 수 없는 마음이라면,

사랑하는 제 할미의 마음이라도 따뜻하게 채워주고 싶은 것이었다.





정확히 일곱 시 되기 십분 전에 HS호텔에 도착했다.

예약한 자리엔 아직 아무도 없었고, 이혁이 먼저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여자가 미리 나와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아직 약속 시간을 넘긴 것은 아니니 참을 만 했다.

이혁은 손에 들고 온 탭으로 본인이 맡게 될 황실 기업들의 주식 동향을 찬찬히 살폈다.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일곱 시.

이혁의 미간이 찌푸려지려는 찰나, 써니가 허둥지둥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와 이혁의 앞에 앉았다.

그의 시선이 써니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바쁘신가 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늦었나요? 시간에 맞추느라 뛰어왔는데.”


써니가 서둘러 손으로 머리와 옷매무새를 단정히 했다.

그런다고 딱히 달라질 것 없다고, 이혁은 말해주고 싶었다.

보통 이런 자리엔 한껏 꾸미고 나오기 마련인데, 그냥 딱 봐도 일하다 뛰쳐나온 몰골이었다.

이혁이 자신도 모르게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이를 본 써니의 표정이 이내 굳었고, 긴장돼 보였다.


“식사하죠.”


이혁이 살짝 손을 들어 표시하자, 곧 코스별로 요리가 준비 되어 이혁과 써니의 간극을 메웠다.


두 사람은 정말 식사만 했다.

이혁은 써니를 알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어 배를 채울 뿐이었고,

써니는 그 도도하고 차가운 남자에게 떨려서 먹는 것 외에 무언가 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써니는 이혁이 알아챌 새라 조심조심 그에게 시선을 두며 이혁의 모습을 하나하나 제 눈에 새겼다.

자주 보진 못할 테니 다음 만날 때까지 잊어버리지 않게 잘 기억해 둬야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써니는 왠지 그런 자신이 어색하고 웃겨서 피식.. 하고 작게 웃었다.

이혁이 써니를 쳐다봤다. 당황한 써니가 불쑥 의도치 않은 말을 꺼냈다.


“저와 정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게 고마워해야 할 일인가..?”

“네?”

“세자빈의 자리가 화려해 보여 고마운 거라면, 기대와 전혀 다를 거라는 걸 말하는 겁니다.”

“네...”


“난 아내로서의 세자빈보다는,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세자빈을 택했습니다.

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거라 생각합니다.”


“네, 알아요.”


다시 조용한 식사가 시작이 됐다.

음식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내내 써니는 답답함을 느꼈다.

집에 가자마자 속을 한 번 게워내고 빈속은 다른 것으로 달래야 할 듯 싶었다.


자신에게 이혁은 타인과 다를 바 없는 이해로만 얽힌 관계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이미 이혁에게 설레고 있었다. 그건 이해관계로만 말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정혼이 확실해지고, 오늘 이렇게 이혁과 대면하기까지

써니는 잡지, 뉴스 등 각종 언론을 통해 이혁에 대해 알아봤고 지켜봐 왔다.

그 사이, 잡지나 뉴스를 통해 매일 한 번씩 보게 되는 이혁에게 정이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어처구니없게도 실제로는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그를,

팬이 연예인을 좋아하듯 그렇게 맹목적이고 일방적인 감정을 품게 된 것이다.





이혁은 써니의 배웅을 받으며 대기하고 있던 전용차에 올랐다.

한팀장은 써니를 향해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이혁의 옆자리에 앉았다.

차가 금세 호텔 앞을 벗어났다. 한팀장이 간질간질한 입을 결국 참지 못하고 열었다.


“오써니 양... 어떠셨습니까?”

“말이 많지 않아서, 나쁘진 않았어.”


나쁘지 않았다니 다행인건가 싶기도 했지만,

이혁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 중 하나인 한팀장으로선 괜스레 씁쓸했다.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적당하겠다 싶더군.”




그 시각, 써니는 이혁이 탄 차가 저 멀리 아득한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도

그 자리에서 떠날 줄을 모르고 서 있었다.

제 마음에 처음으로 품은 사람. 그 사람과의 짧은 첫 만남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이 아쉬움은 제 마음으로만. 절대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자신을 귀찮아하면 안 되니까.

그러면 자신은 그 옆에 있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니까.

써니는 자신의 마음은 오직 자신만 아는 비밀로 남겨 두기로 했다.




p.s. 애초 비중을 작게 설정했던 거라 서사 생략하고 넘어갔는데..

생각보다 비중이 커져 버려서...

상플 끝내고 하는 것보다 미리 언급하고 넘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은정(隱情)_ 17 (썬, 만두ver.)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drama109&no=18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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