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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앱에서 작성

강태욱악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5.06 1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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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우가 본인이 케빈 리 사망 사건의 진범이라고 교사 자백을 한 후, 대략 2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케빈 리 사건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져 마치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일인 것처럼 소리 소문 없이 묻혀져 갔다. 사람들은 늘 그렇듯 똑같은 일상을 각자 묵묵히 살아갔고, 혜란과 태욱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똑같았다. 그 사건이 있기 전 그들의 삶처럼. 출퇴근을 할 때 간단히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외의 불필요한 말들은 일절 하지 않으며 한 집에서 사는데도 흡사 서로의 존재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아주 자연스러웠다. 이미 7년이라는 긴 시간을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렇지만 실상은 그 때와 사뭇 달랐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아주 없는 게 아니었으니까.




겉으로는 상대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굴었지만, 이미 혜란과 태욱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서로의 말 못할 속내를. 그 찢어지는 마음을, 상처를. 그래서 더욱 외면했다. 다가서면 설수록 서로에게 더 상처가 될까봐, 그럴수록.... 자칫하면 이 아슬아슬한 관계마저 처참히 깨져버릴까봐.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그렇기에 일부러 피하고, 더 냉랭히 무심하게 대했다. 그게 그들 나름의 사랑 방식이었고, 심중에 깊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일종의 애정 표현이었다. 아마도 다른 이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 할, 그들만의 지독한 사랑.





'다녀왔니?'
'응.'
'그래. 늦었는데, 씻고 쉬어.'





오늘도 같은 삶의 반복이었다. 지겹고 괴롭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는다. 피곤함이 얼굴 위로 여실히 드러남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모르는 척 넘어가준다. 할 말은 너무 많고도 많은데, 당신의 얼굴을 마주보고 차마 얘기를 꺼낼 용기가 없어 마음이 아파온다. 혜란이 담담히 고개를 돌린 뒤 방으로 향했다. 아래로 축 늘어진 어깨와 파르르 떨리는 발걸음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오나 속으로만 아파할 뿐 내색하지 않는다. 방문이 굳게 닫히고, 태욱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처절한 눈빛으로 말없이 문고리를 뚫어져라 응시하다 은연 중 미련이 남은 듯한 표정으로 노크하려 주먹 쥔 손을 든 순간, 무언가 깨달은 듯 머리가 쿵 내려앉으며 태욱이 힘없이 손을 내린 후 씁쓸히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그래, 내가 무슨 염치로 네게..... 태욱이 의연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터벅터벅 서재로 발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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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단단히 걸어잠근 혜란이 그제서야 만면에 힘겨운 낯빛을 드러내며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고단한 하루가 반복되는 삶. 전에는 태욱의 사랑이 있었기에 버텨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하루하루가 고통이고 죽음보다 못했다. 아니, 죽지 못해서 산다고 하는 편이 옳겠다. 혜란이 쓸쓸한 눈망울로 문득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비어있는 침대 옆자리로 시선을 옮겼다. 없다. 아무 것도. 그 사람도......




문득 뇌리에 옛 기억이 스친다. 10여년 전, 지검 계단 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당신 모습. 선술집에서 내 명함이 되어주겠다며 능청스레 청혼하던 당신의 담담하던 모습. 그토록 거세던 당신 부모의 반대도 무릅쓰고 기꺼이 나와 결혼하던 당신..... 차라리 그 때 나를 포기하지 그랬어. 차라리..... 날 그렇게까지 사랑하지 말지. 당신만 사랑하지. 내가 당신한테 해준 게 뭐 있다고..... 날 사랑한 댓가치고는...... 너무 가혹하잖아. 당신한테도..... 나한테도.......




당신은 알 거라 믿는다. 당신에게 차갑게 대할 수 밖에 없는 내 처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당신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아니, 당신만큼은 꼭 알아야 한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아서 이러는 게 아니니까. 당신도 나를, 나도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에 이럴 수밖에 없는 거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어. 그렇기에 당신도 나에게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거잖아. 안 그래?




명우에게 너무 미안해서, 차마 나는 당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없다. 그렇게 해맑고 따뜻하던 당신이라는 사람이, 그런 일까지 벌이게 된 것이 모두 나의 탓만 같아서. 당신이 나를 사랑한 댓가가 이런 파국일 줄 알았더라면 나는....... 당신의 청혼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다. 왜 그랬어. 왜 나를 그렇게까지 사랑했어. 당신 스스로를 아꼈어야지, 왜 나한테 모든 걸 내걸었어? 나는 당신의 그 지대하고도 아낌없는 사랑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어째서 당신을 받아들이고 만 걸까. 당신에게는 사랑이 아니라고 했으면서도, 이미 내심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던 걸까? 나만, 당신만 몰랐던 내 마음?




미안해. 그리고, 당신한테 그저 숨기기에만 급급해서 이재영과의 관계를 떳떳히 밝히지 않은 그 순간을 가장 후회해. 그냥 다 말했으면 좋았을 걸. 당신이 이해 못 해줄 사람도 아닌데. 이미 내가 남자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한테 대쉬하던 당신인데 말이야. 내가 당신을 너무 과소평가했어. 당신한테 다 말해버릴 걸. 왜 그 때는 밝히지 못했을까 수십번도 넘게 곱씹어봤다. 당신에게만큼은 내 옛 애인을, 내 치부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당신을 너무 사랑하니까 당신에게만큼은 그 사실을 숨기고 싶었었나봐. 당신이 괜히 쓸데없는 의심을 하게 될까봐. 당신은 이미 내 남편인데, 굳이 예전에 사랑하던 사람 얘기를 꺼내봤자 당신이랑 사이가 더 어색해질 것만 같아서. 그 모든 게 다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였다는 것을....... 비로소 얼마 전에서야 깨달았다. 나는 진즉부터 당신을 마음 속에 담고 있었다. 당신은 나한테..... 처음부터 사랑이었어. 강태욱.




침대 시트가 이윽고 축축히 눈물로 젖어간다. 혜란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숨죽여 울다 지치기를 반복하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세상 어느 무엇과 바꿀 수 없을만큼 행복했던 때를 떠올렸다. 퇴근하면 오늘은 별 일 없었냐며 따뜻하게 안아주던 그 사람의 품이 그리웠다.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끝내면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듯 침대에 나란히 누워 당신과 재미난 이야기를 속삭이던 그 순간이 너무 그리웠다. 왜 행복은 잠깐인 걸까. 괜히 더 미련만 남게.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당신에게 많이 말해줄 걸 그랬어. 사랑한다고. 나한테는 당신밖에 없다고..... 당신의 따뜻한 품이 없는 삶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태욱, 사랑해. 당신은 내 마음을 알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 사랑해. 당신만 사랑해. 내 인생에서 이제 사랑은 당신 뿐이라고. 그니까 제발 떠나지 마. 이렇게라도.... 당신의 온기가 내 곁에 오래도록 머물렀으면 좋겠어. 날 버리지 마. 나는 당신 없으면 안돼.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말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고. 강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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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란아. 나는 너 사랑이였어. 예전에도, 너를 속였던 그 순간에도, 지금도..... 나는 너 사랑해. 네게는 모두 변명같고 자기 방어처럼 들릴 지 몰라도, 나는 너 사랑이야. 너를 처음 보았던 그 순간부터 줄곧, 나는 너밖에 없었어. 세상에서 너 없는 날들은 무색할만큼 나는 늘 너만 보였어. 그래서 앞 뒤도 안보고 무작정 너만 보고 달렸어. 너만 가지면, 너만 내 아내가 되면 다 해결될 거라고 믿었어. 우습게도, 그 때는.




지금 생각하면 과거의 행태가 어리석기 그지없지만, 그럼에도 난 후회하지 않아. 너를 선택한 그 순간을,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너와 결혼한 그 순간을.... 나는 단 한번도 후회해본 적 없어. 너를 지검 계단에서 2시간이 넘어가도록 기다렸던 그 순간도 결단코 후회하지 않아. 내 이 지독한 사랑의 끝이 결국 파멸이라 할 지라도. 그래, 참 이기적이지. 나로 인해 네 인생이 이다지 망가졌는데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내가. 하지만 나, 너를 놓아줄 자신은 생겼어. 지난 날을 후회하지는 않지만서도, 네가 끝내 놓아달라면..... 네가 나를 떠나겠다면..... 너를 보내줄 자신은 생겼어. 네가 원한다면, 네 인생에서 기꺼이 사라져줄게. 내가 존재함으로, 너를 그토록 고통스럽게 하는 거라면.




판례집에 시선을 고정하던 태욱이 굳게 잠겨있던 책상 아래 서랍으로 손을 뻗었다. 오랫동안 열어보지 않았던 곳. 서랍이 열리자, 그 안에서 뿌옇게 차오른 먼지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흐릿하게 보인다. 혜란아. 아마도 그녀는 모를, 태욱만이 간직하고 있던 물건. 결혼 앨범 안에 끼워져있던, 혜란의 단독 웨딩사진. 남몰래 앨범에서 빼들고 혼자만 보관하고 있었다. 힘들고 지칠 때면, 혜란과 크게 다투고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면..... 이 사진을 보고 마음을 달래고는 했다. 태욱이 떨리는 손길로 소복히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혜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이윽고 꾹 깨물고 있던 아랫입술이 찢어지며 시큰한 피 맛이 옅게 느껴졌다. 울음을 참으려 어금니를 꽉 다물던 태욱이 결국 고독한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책상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얇은 사진 위로 눈물이 그득그득 쏟아져 혜란의 얼굴이 점점 흐릿해졌다. 태욱은 그렇게 입을 가로막고 한참을 울었다.




'혜란.... 흐흐흑.....'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던 혜란이 아무 생각없이 태욱의 서재로 향하다, 문득 살짝 열려진 서재 문 틈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책상에 엎드려 어깨를 가늘게 떨고 흐느끼며 울고 있는 낯선 모습이 보였다. 자신이 듣지 못하도록 손으로 입까지 틀어막고 펑펑 눈물을 쏟고 있는 태욱을 목격하고 만 혜란이 꽤나 충격을 받았는지 멈칫 몸을 굳혔다. 서재 문 앞에 멍 하니 서서 방황하듯 초점없는 눈동자를 정처없이 굴리던 혜란이, 갑자기 심장 부근을 움켜쥐고 고통스레 신음을 삼켰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강태욱이 이토록 비참히 무너져내린 모습은 처음봤다. 이 사람이 이토록 아파하는 모습을 본 건..... 어찌해야 할 지 도저히 분간이 안됐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아주고 싶었다. 근데 다급한 심정과는 달리 발걸음이 떼어지지가 않았다. 눈물만 힘없이 흘러내릴 뿐, 바로 코 앞에 있는 당신에게 다가갈 용기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따뜻하게 어깨를 토닥여줘야 하건만, 나는 당신을 바로 마주볼 수가 없었다.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는데.... 나는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에, 결코 당신에게 갈 수가 없었다. 괜찮냐고, 왜 우는 건지 까닭을 물을 수도 없었다. 나는....... 나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자 다른 공간에서 서로를 생각하며 그렇게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이렇게 등지고 돌아설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비참해서, 혜란은 눈을 꾹 감고 말없이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태욱의 울음이 그칠 때까지, 그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곁에서라도 소리 없이 머물며 같이 있어줄 생각으로. 이렇게밖에 마음을 표현할 수 없는 스스로가 너무 증오스러워, 혜란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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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어떤 갤러가 범인 밝혀지고 인터뷰 하기 전 사이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 아 진짜 쓰면서 마음 찢어지는 줄 알았어. 분명 서로를 사랑하는데, 다가갈 수 없는 혜태의 모습이 너무 아파서...... 너무 사랑해서 그럴 수 밖에 없는 이들의 모습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사랑고백하면서 펑펑 울고....... 아 그리고 위에 노래는 진심 가사가 범인 밝혀지고 태욱이 심정이더라고....... 가사 꼭 찾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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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위대한 사랑을 찾길래 
그대 여태 길을 가고 있는가
황량한 사막을 지나고 
폭풍우 바다를 건넜다 한들 
그 사랑을 찾을 수 있겠는가 

사랑은 바로 그대의 뒤편에 
있다는 걸 잊었는가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한 사람만을 사랑했던 
그 누군가가 전봇대에 숨은 채 
여태 그대 뒷모습을 그리워했다는 걸 
그대여, 정녕 모르는가

그대여, 첫눈이 오는 날
가는 길을 멈추고 
부디, 뒤돌아 보시기를

사랑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을 기억해주시길



가까운 사랑, 김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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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혜란이가 태욱이에게 못 다한 사랑 고백을 하는 느낌이더라고......... 너무 맴찢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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