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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가정(家庭)이 있다는 것은 (타임 워프 시리즈 完)앱에서 작성

강태욱악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5.07 18:53:19
조회 684 추천 19 댓글 8






※ 본 글은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의 연장선으로, <눈 내리는 겨울 밤, 당신과 함께라면>의 속편이자 타임 워프 시리즈의 완결편인 점을 유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https://gall.dcinside.com/dramamisty/16998



- 눈 내리는 겨울 밤, 당신과 함께라면
https://gall.dcinside.com/dramamisty/17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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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KKWdc70y0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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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의 어느 날. 저녁 10시가 넘어가는, 늦은 밤.





평소와 다르지 않게 시간에 맞춰 퇴근한 혜란이, 집 안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리를 듣고는 화들짝 놀라며 현관문을 다급히 열었다. 또 강태욱, 이 사람이 아이랑 무슨 괴이한 일을 벌이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태욱씨! 강세나!'




혜란이 다짜고짜 꺄악- 하고는 고성을 내지르며 눈을 희번뜩였다. 집 안이 온통 난장판이라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거실 바닥 위에 이리저리 어질러져 있는 밀가루부터 물감을 쏟아 얼룩이 남은 축축한 카페트...... 태욱이 놀라며 혜란을 힐끔 바라보다가, 곧 죄지은 사람마냥 몸을 움츠리고 시선을 피했다. 네 죄를, 네가 알렷다!? 혜란이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오른 것을 애써 꾹꾹 눌러담으며 싸늘한 표정으로 태욱을 째려보았다.




'당신, 이거 뭐야? 당장 설명해.'
'어? 그게..... 촉감놀이하면 좋다고 하길래.....'
'그럼 얌전히 하던가, 정리를 하던가.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이러고 있어!?'
'지, 지금 치우면 되잖아. 치울게......'




태욱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입을 삐쭉 앞으로 내밀다가, 혜란의 매서운 눈초리에 뜨끔하며 주변을 치우기 시작했다. 몸을 숙이고 아이고, 아이고, 를 연신 반복하며 거의 기어다니는 태욱을 보던 혜란이 우습다는 눈빛으로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숨 쉴 새도 없이 깔깔거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혜란을 이상하게 여긴 태욱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무시하고 묵묵히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앙!'




평화도 잠시, 이제 막 4살이 된 세나가 밀가루가 달라붙어 진득거리는 손을 만지작거리다 왠지 불쾌한 느낌에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그에 태욱이 당혹스러워하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옆에 있던 물티슈를 급히 뽑아 세나의 손을 대충 닦아준 후 땀을 뻘뻘 흘렸다. 하루종일 세나의 예고 없는 울음 때문에 난처해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아이 보는 게 참 어렵구나 싶다가도, 1~2 살 때보다는 그나마 낫지 싶었다. 그 때는 상상만 해도.... 어휴......




'아빠가 손 닦아줬으니까, 우리 세나 이제 눈물 뚝 해. 알았지?'
'아아아앙 아빠 미워!'




세나가 더 서러워진 듯,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으며 또르르 눈물을 흘렸다. 한 눈에 봐도 혜란을 쏙 빼닮은 딸아이가 서럽게 울음을 터트릴 때마다, 늘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파오던 태욱이다. 물론 성격은...... 빼박 본인을 닮았지만. 태욱이 으이구 알았어, 하며 세나를 다리 위에 앉힌 후 어느덧 눈물로 얼룩진 아이의 눈가를 조심스레 닦아주다가 근심스러운 기색으로 널직한 제 품 안에 꼭 끌어안았다. 우리 세나, 울지마. 아빠 마음 아프잖아.




'흐흐흡....'
'우리 세나 괜찮아졌어? 으이구, 장하다. 잘했어.'




세나가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그치고 점차 진정하자, 태욱이 세나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우리 세나, 많이 서러웠구나. 아빠가 못 알아봐줘서 미안해. 씻고 나와 무심하게 거실로 고개를 돌리던 혜란이, 태욱이 익숙하게 세나를 안아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걸 지그시 바라보다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옅게 띄웠다. 이런 날이 우리에게 있을 거라곤.....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는데. 과거로 오니 새삼 더 소중하게 느껴져. 우리의 이 시간들이.




'태욱씨, 다 치웠으면 세나랑 얼른 씻어.'
'응. 알았어.'




태욱이 세나의 옷을 벗기고 본인의 옷도 반쯤 벗은 후, 욕실 안으로 들어가 세나의 몸을 씻겼다. 키즈용 바디워시를 손에 한움큼 펌프한 후 물을 묻혀 손바닥을 맞대 거품를 내 세나의 몸에 문질렀다. 태욱이 익숙하게 물을 틀어 세나를 씻긴 후 다시 한번 어푸어푸 세수를 시키다가, 샴푸를 짜 세나의 머리카락을 감겼다. 일의 진행 순서가, 아주 익숙했다. 혜란이 육아 후 앵커 복귀로 요즘 힘들어하던 차에 세나의 목욕 담당은 대부분 태욱의 몫이었기 때문이었다.




'자, 옷 입자. 여기 손 넣어. 옳지, 우리 세나 잘한다.'




태욱이 세나의 몸에 남아있는 물기를 수건으로 꼼꼼히 닦은 후 나른한 느낌에 꾸벅꾸벅 졸던 세나에게 잠옷을 입혔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대충 닦은 태욱이 욕실 문을 단단히 잠그고 그제서야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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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40분. 샤워를 마친 태욱이 가볍게 수건으로 물기를 툭툭 털어내고는,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침실로 향했다. 혜란이 얼굴에 수분크림을 얇게 펴바른 후, 태욱을 흘끗 쳐다보다가 피곤해서 내려앉은 눈매를 대충 문질렀다. 침대에 쓰러지듯이 풀썩 누워 이불을 덮는 혜란을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던 태욱이, 쪼르르 혜란의 옆에 누워 이불 속을 파고 들었다.




'졸려? 오늘 힘들었니?'
'응.'
'세나는 방에서 잠든 거야?'
'응.'




무뚝뚝하게 단답으로 대답하는 혜란에 내심 서운한 태욱이 눈을 가늘게 뜨며 입술을 꾹 다물고 한숨을 내쉬다, 벌써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있는 혜란의 손을 꽉 잡았다. 아파! 하면서 버럭 비명을 지르는 혜란을 보니 무언가 복수에 성공한 짜릿한 쾌감이 들었다. 고소한듯 입꼬리를 슬쩍 올린 태욱이 혜란의 가까이로 베개를 옮겨 머리를 기댄 후 혜란의 머리칼을 자상하게 쓰다듬었다.



많이 힘들구나. 아이 낳고 힘들다며 엉엉 울던 예전의 네가 떠올라 아직도 죄책감이 드는데 복귀한 지 한 달도 안되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지. 내가 당신 늘 응원하는 거 알지? 사랑해, 사랑한다 고혜란.



태욱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혜란의 얼굴을 응시하다, 갑작스레 혜란의 입술에 쪽- 하고 가벼이 입을 맞췄다. 매일 아침, 밤마다 인사처럼 해주는 애정 표현이었다. 아이를 낳은 후부터는 서로에게 미처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제대로 같이 잠을 잔 적도 드물었다.




'사랑해.'
'나도. 근데 태욱씨, 나 졸려. 옆에 조명 좀 꺼줘.'
'알았어. 꺼줄게.'




태욱이 손을 뻗어 조명 스위치를 껐다. 이제 정말로 잘 시간이었다. 내일이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마음이 유독 편했다. 태욱이 혜란을 제 가슴팍 쪽으로 끌어당기다 다정하게 품 안으로 와락 안아주었다. 힘들고 지쳐도, 혜란과 가정을 이뤄 아이를 낳고 시끌벅적 살아가는 요즈음이 너무 행복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만큼. 인생에서 최고로. 태욱이 뿌듯하게 광대가 올라가도록 환히 웃다가, 낮은 음성으로 혜란의 귓가에 나직히 속삭였다.




'내일, 우리 그거 할까?'
'으응....?'
'그거. 우리 세나 낳고 거의 못했잖아. 응? 나 하고 싶어.'
'..... 알았어. 그니까 제발 좀 자.'




태욱이 응큼하게 씨익 웃고는, 고맙다는 말을 질리도록 혜란의 귓가에 대고 야릇한 목소리로 연신 속삭이다 제 품에 꼭 안겨있는 혜란의 온기를 한껏 느끼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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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온 혜란이는 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 타임 슬립하고도 벌써 5년이나 흘러서 그 사이에 태욱이랑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앵커 직도 복귀하구. 혜란이는 원래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바꾸고자 노력해서 어쩌면 평생의 소원일 수도 있었던 태욱이와의 단란한 가정도 이루었고. 혜란이는 이제 앞만 보며 살지 않고, 행복한 가정 속에서 태욱이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겠지.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세나는 어떤 갤러가 예전에 다른 상플러한테 추천했던 이름인데 이름이 예쁘고 마음에 들어서 차용했어. 아까 결말 얘기 내가 꺼내가지고 갤 분위기가 은근 다운된 것 같아서 미안하네.... 그래도 해피한 혜태보고 힘내보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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