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시천주 조화정’

운영자 2019.08.12 17:06:21
조회 172 추천 0 댓글 0
벌써 24년 전의 일이다. 대도(大盜)라고 불리던 사람을 변호하고 그가 석방됐었다. 쟝발잔 같이 평생을 감옥에 살다시피 했던 그는 여러 교회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가 한 교회에서 간증을 하게 되었을 때였다. 나는 그에게 개량한복 한 벌을 선사했다. 강대상 앞에 섰을 때 우리 고유의 한복을 입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걸 알자 그 교회의 목사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강대상 앞에서 한복을 입습니까? 내가 양복을 한 벌 맞추어 주려고 합니다.”

나는 그 목사의 말이 의아했다. 그는 어떤 제도적 틀 속에 들어있는 것 같았다. 한때 성당에 간 적이 있었다. 번쩍이는 붉고 푸른 촛불과 금빛 성물 앞에서 천사같이 하얗게 입은 신부의 엄숙한 의식이 있었다. 신도들이 순간순간 앉았다 섰다 해야 했다. 내가 굼띠니까 뒤에 있던 늙은 신도가 손가락으로 옆구리를 찔렀다. 그 손가락에서 전해오는 느낌은 내려다 보는 무시였다.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사도신경, 장로의 틀에 박힌 기도, 세례식, 성찬식등 식에서 시작해서 식으로 끝나는 느낌이었다. 서양에서 전해진 그런 식을 꼭 따라야만 하는 것일까. 백년전 일본의 선구자적인 기독교인 우찌무라는 서양의 옷이 아니라 일본옷을 입힌 기독교를 주장 했다. 또 쵸콜렛에 비유하기도 했다. 서양의 쵸콜렛의 알맹이가 중요하지 그 포장지까지 그대로 모방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인간의 마음에 하나님이 깃들어 계신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무렵인 구한말이었다. 동학을 일으킨 최제우는 ‘사람이 하늘이다’라고 하는 동학을 일으켰다. 그는 하나님인 천주(天主)를 모시는 방법에서도 동서양은 사람들의 기질이 다르니 서양사람들은 양복을 입고 동양사람들은 한복을 입는 것과 같이 그 형식도 다르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가르치는 것은 서학이 아니고 동학(東學)이라고 했다. 그는 백성들이 암송하면서 신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주문을 만들었다. 양반용 한자 버전과 서민용 한글 버전을 따로 만들었다. 동경대전과 용담유사가 그것이었다. 동학의 한자주문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영생을 믿으라는 소리 같다. 그보다 후에 태어난 머슴 출신 강증산이라는 인물은 동학군들이 전주성을 공격하려고 할 때 따라가 그들에게 그게 아니라고 했다. 죽창을 들고 양반의 피를 노리는 마음은 또 다른 탐욕 그 자체라는 것이었다. 그는 비폭력 평화운동을 전개했다. 사람들의 마음은 온갖 신(神)이 지나다니는 길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좋은 신을 모시면 인간은 개벽을 맞이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사람들을 모아 ‘태을주’라는 주문을 암송하게 했다. 주문의 시작인 ‘움치 움치’라는 의성어는 엄마소가 송아지를 부르는 소리를 본 따서 만들었다고도 한다. 강증산의 가르침을 보면 예수가 오던 미륵불이 다시 오던 먼저 오는 분을 믿으라고 했다. 진리는 하나라는 소리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오랫동안 기계적으로 교회에 다니면서 인간이 만든 고정관념과 규칙에 너무 얽매여 있었던 것 같다. 퓨리턴은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것을 예배라고 했다. 만인이 만가지 방법으로 예배해도 하나님은 기뻐하시지 않을까.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경제관념 부족해서 돈 막 쓸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13 - -
2699 책상물림의 샌님 운영자 22.07.18 535 1
2698 우리는 똑같지 않았어 운영자 22.07.18 140 1
2697 마광수의 위선사회 운영자 22.07.18 160 1
2696 내 모습이 보인다 운영자 22.07.18 126 2
2695 자유복지국가 시민의 삶 운영자 22.07.18 123 1
2694 똑똑한 대통령 운영자 22.07.18 142 2
2693 오십년 법률사무소 운영자 22.07.11 185 1
2692 맛있는 추억의 국수 운영자 22.07.11 505 1
2691 시인 운영자 22.07.11 123 0
2690 양떼구름을 보더라니까 운영자 22.07.11 120 1
2689 종이교회 마음교회 운영자 22.07.11 540 1
2688 나팔꽃과 새 운영자 22.07.11 107 0
2687 상류사회 운영자 22.07.11 124 1
2686 성경을 찢어만든 화투 운영자 22.07.04 132 3
2685 괜찮은 시골판사 운영자 22.07.04 131 1
2684 좋은 인터넷 신문 운영자 22.07.04 121 0
2683 의원님과 마약범 운영자 22.07.04 132 1
2682 변호사의 양심 운영자 22.07.04 172 1
2681 불을 만난 흙수저 운영자 22.07.04 127 2
2680 사상에 목숨 건 사람들 [20] 운영자 22.06.27 820 13
2679 눈물 섞인 아버지의 술잔 [2] 운영자 22.06.27 404 11
2678 두가지 길 [1] 운영자 22.06.27 259 11
2677 악마의 그물 운영자 22.06.27 215 10
2676 죽음 비용 [1] 운영자 22.06.27 231 6
2675 큰 돈을 받으면 마음이 이상해져 [1] 운영자 22.06.27 248 6
2674 지금이 가장 젊은 때 운영자 22.06.27 185 3
2673 우울한 날 운영자 22.06.20 166 2
2672 행복한 가난뱅이 주씨 운영자 22.06.20 155 1
2671 진정한 위로 운영자 22.06.20 156 2
2670 변호사 제작 공방 운영자 22.06.20 162 1
2669 희랍인 죠르바 같은 의사 운영자 22.06.20 187 1
2668 장사꾼의 본전과 인생 [1] 운영자 22.06.20 158 1
2667 어떻게 죽을까 운영자 22.06.13 287 14
2666 번제물이 된 변호사 운영자 22.06.13 165 1
2665 시골의 작은교회 운영자 22.06.13 190 2
2664 불쑥 떠오른 그 노인 운영자 22.06.13 151 1
2663 그 존재의 소리 운영자 22.06.13 116 1
2662 재벌회장의 자살 운영자 22.06.13 185 2
2661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 운영자 22.06.13 159 1
2660 중국의 지성들 운영자 22.06.06 182 1
2659 실패는 방향을 바꾸라는 계시 운영자 22.06.06 182 1
2658 잔인하고 불공평한 하나님 운영자 22.06.06 182 1
2657 건달 두목의 작은 선행 운영자 22.06.06 167 1
2656 하늘에서 떨어진 하나님 운영자 22.06.06 158 1
2655 죽은 수필가의 지혜 운영자 22.06.06 134 2
2654 옷수건 가게 여자 운영자 22.06.06 563 2
2653 친구 운영자 22.05.30 258 3
2652 죄를 슬퍼하는 마음 운영자 22.05.30 183 1
2651 내 것 운영자 22.05.30 140 1
2650 팔자를 고치자 운영자 22.05.30 169 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