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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친일마녀사냥 108 - 좌익의 공장 점령

운영자 2019.09.16 12:32:24
조회 89 추천 0 댓글 0
친일마녀사냥


108


좌익의 공장 점령


좌익의 정치적 공격대상은 한민당의 김성수(金性洙)였다. 그 김성수에게 정치자금을 대준 사람은 동생인 경성방직의 김연수(金秊洙) 사장이었다. 친일파 김연수를 처형하라는 전단이 시내 곳곳에 붙기 시작했다. 일반인들도 그런 선전에 호응하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친일파가 아니고서야 일제하에서 어떻게 그 집안이 동아일보, 보성전문과 경성방직을 운영할 수 있었겠느냐.”

좌익의 기관지 해방일보와 매일신보는 일제(日帝) 말 김연수·김성수 형제 명의로 나간 기사들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친일파로 단정했다. 그 기사를 영어로 번역해서 외신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좌익에 있어서 지주이고 자본가인 김연수는 존재 자체로 계급의 적(敵)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형 김성수는 우익세력의 상징인 한민당의 지도자였다. 

1945년 9월14일 조선공산당이 조직됐다. 그해 11월 공산당 산하의 조선노동자조합 전국평의회(全評)가 설립됐다. 전평(全評)은 강력한 조직력과 일사불란한 행동력, 압도적인 숫자로 총파업을 주동했다. 전평 소속의 조직원들은 각 산업체에 침투해 파업과 사보타주, 기물파괴, 경영진 퇴진운동을 벌였다. 전평은 대학을 나온 미녀 몇 명을 골라 경성방직 노동현장에 투입했다. 미모와 교양 그리고 공산주의 이론으로 무장한 그들은 경성방직의 충직한 공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경성방직은 분위기가 변하고 있었다. 좌익 위장취업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세뇌당한 경성방직의 남자 사원들은 다시 공장 내 여공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정상조업이 흔들렸다. 일본인 소유였던 다른 공장들이 모두 종업원의 수중에 들어가고 재고품들을 직공들이 분배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경성방직을 자본가 김연수로부터 빼앗아 노동자의 소유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연수 사장의 장학금으로 공부한 엘리트 사원들이 먼저 배신하기 시작했다. 김연수 사장은 장래가 촉망되는 그들을 학교 때부터 돌보았었다. 유학도 보내주고 졸업 후에는 경성방직에 입사시켰다. 일본으로 보내 기술을 습득하게 하기도 했다. 그들이 붉게 물들어 종업원들을 선동했다. 

매일 공원(工員)대회가 열리고 재고품을 나누어 달라고 요구했다. 집단행동은 정치적 사상적 색채를 나타냈다. 잠복해 들어온 좌익들은 김연수 사장을 악덕경영인, 착취자본가로 몰아세웠다. 선동된 사원들이 주먹질을 하며 자본가의 주구(走狗)는 물러가라고 들고 일어섰다. 공장의 사택(舍宅) 앞에는 큰 버드나무가 있었다. 좌익이 된 직공들은 한밤중에도 그 나무에 올라가 사택을 향해 ‘김연수 타도’를 소리 질렀다. 공포가 주변에 번지고 있었다. 경성방직의 양평동 공장이 좌익에 접수됐다. 이어서 영등포 공장에도 젊고 예쁜 여성 인텔리 혁명가가 위장취업해 들어왔다. 부유한 집 딸이었는데 그녀에게 포섭된 사원들은 물불 가리지 않고 날뛰기 시작했다. 자고 나면 임금인상, 자고 나면 파업의 연속이었다. 그들은 중역들을 연금하기도 했다. 트럭에 가득 탄 좌익화 된 사원과 공원들이 김연수의 집으로 쳐들어갔다. 그들은 자본가 김연수의 집을 접수하기 위해 방까지 들어가 소리쳤다.

“이제까지 많이 착취해 먹었으니 재산을 내놔라.”

여공들은 안방을, 남자 공원들은 다른 방과 정원을 점령했다. 급히 달려온 상무 김용완(金容完)이 가로막고 나섰다. 

“나하고 따집시다, 여러분.”

그들은 들은 척도 안 하고 계속 같은 구호만 외쳤다.

“그동안 많이 착취해 먹었으니 공장을 내놔라.”

그들은 밤새 계속 농성을 벌였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김연수 사장의 집에서 내 주는 밥을 얻어 먹고 다시 난동을 피웠다. 김연수는 그들을 피하지 않고 맞받아 소리쳤다. 

“말끝마다 착취, 착취하지만 내가 착취를 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나를 착취한 거야!”

“개소리 치지 마라.”

농성을 하던 직공들이 야유를 보냈다. 김연수는 물러서지 않고 그들에게 따졌다. 

“잘 들어보게. 나는 경성방직에 들어와서 내 돈 들여서 돈을 벌어가지고 자네들 공부시키고 취직까지 시켰고, 또 자네들 가족까지 먹여 살렸는데 내가 뭘 착취했다는 얘긴가? 나는 지금까지 경성방직에서 월급은 고사하고 일전 한 푼 받아 쓴 적이 없어. 그러니 착취자를 따진다면 그건 내가 아니고 자네들이야!”

김연수 사장은 극렬분자들 앞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깊은 배신감이 들었다. 그가 숨을 몰아쉬면서 덧붙였다.

“잘 들어두게. 나는 지금 자네들이 공장을 내놓으라고 해서 화가 나는 게 아니야. 어떻게 자네들이 나를 배신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 나는 자네들한테 받은 배신감 때문에 온 몸이 떨려오네.”

계속 거센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농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장성, 손불, 해리농장의 소작인들이 떼지어 올라와 농장의 운영권을 소작인(小作人) 자율에 맡기고 창고의 곡물재고를 풀어 무상 분배하라고 요구했다. 그들의 뒤에는 지주계급의 타도를 외치는 공산당 전위조직인 전농(全農)이 있었다. 

만주의 남만방적에서 일하던 사원과 종업원들도 몰려들었다. 그들은 난동을 부리는 경성방직의 종업원과 합세해 농성대열에 참가했다. 좌익으로 변신한 경성방직의 젊은 인재들은 전국노동조합평의회에서 선봉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영등포 공장에서 공원대회가 열렸다. 그걸 계기로 전국적으로 노동쟁의가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김연수 사장은 전 사원과 종업원에게 특별상여금을 주었다. 그 금액은 평상시 월급의 약 100배나 되는 큰 액수였다. 다른 회사 공원들의 재고품 나누어먹기 대신으로 준 것이었다. 그는 간부사원을 모아놓고 말했다.

“해방을 맞은 지금 지난날의 설립정신이었던 우리 자본, 우리 기술로 우리의 옷감을 짜서 입자던 자립경제의 지상명령과 사명은 끝이 났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독립된 조국의 번영의 일익을 담당하는 방향으로 회사의 정신과 운영방침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차제에 기업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여러분 앞에 분명히 합니다. 물론 나의 이런 뜻은 일부 젊은 사원이나 그들을 맹종하는 종업원들의 아우성이나 성토가 두려워서는 아닙니다. 다만 퇴임 전에 그동안 난동을 부려 공장의 조업을 방해하고 또 배후에서 선동한 자들을 가려내어 사규(社規)에 의해 처벌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연수 사장과 모든 임원들이 사직을 했다. 최두선(崔斗善)이 신임사장으로 취임했다. 인사하러 온 최두선 사장에게 김연수 사장이 이렇게 말했다.

“당신더러 착취자본가나 악덕경영인이라는 따위의 욕을 할 사람은 없겠지만 만일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나를 방패막이로 삼으시오.”

경성방직은 그때부터 대주주인 김연수의 경영체제로부터 자본과 경영이 분리된 경영체제로 바뀌었다. 새로 선출된 취체역들은 그동안 경성방직을 이끌어온 핵심 직원들이었다. 좌익의 소동은 계속됐다. 공장을 되찾아야 했다. 김연수는 이준목(李俊穆)이라는 인물을 영입했다. 만주에서 간척사업을 벌일 때 그를 스카우트해서 노동문제를 다루게 했었다. 그 분야에는 일가견이 있는 행동파였다. 이준목은 위장 취업한 좌익 극렬분자들을 찾아 일반노동자들과 분리했다. 결국은 뒤에서 조종하는 그들과의 전쟁이었다. 

인사위원회를 열어 그들을 모두 해고시키고 공장에서 쫓아냈다. 우익계의 대한노동총연맹 소속의 세력을 부식(扶植)하여 좌익인 전평(全評)의 횡포에 맞서게 했다. 그건 또 하나의 전쟁이었다. 노동쟁의로 해가 뜨고 해가 졌다. 좌익에 맞서 대한상공회의소도 엄격한 법질서를 촉구하면서 사법권의 공정한 발동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등포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극렬좌익들과 싸움이 벌어졌다. 경영진과 우익 노동자들이 지지 않고 맞대응을 했다. 마침내 좌익들이 장소를 옮겨 양평동 고무공장으로 숨어들었다. 영등포 일대의 다른 공장들이 동정파업으로 들어갔다. 

이준목이 양평동 공장의 공장장으로 임명됐다. 이준목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이제는 자기 편으로 된 노동자들을 동원해서 좌익몰이에 나섰다. 그 무렵 대한노총이 결성되어 전평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궁지에 몰린 좌익들은 마침내 양평동공장에 불을 질렀다. 공장이 전소(全燒)됐다. 좌익에 선동된 공원들은 모두 생계를 잃었다. 회사에서는 공장을 다시 세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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