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장편소설] 친일마녀사냥 136 - 金相浹 총리 발탁의 진실

운영자 2019.11.25 11:14:37
조회 196 추천 0 댓글 0
친일마녀사냥


136


金相浹 총리 발탁의 진실


저녁 어스름이 번지는 오후 6시였다. 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고속도로 옆 주택가에 있는 아담한 한정식 집으로 갔다. 전두환(全斗煥) 정권 당시 민정수석을 하던 이학봉(李鶴捧) 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12·12사태가 일어난 뒤 그가 합동수사부 수사국장 시절 나는 법무장교였다. 내가 변호사가 된 후에는 그의 사건에서 변호를 맡은 인연도 있었다.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그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권총을 차고 다니는 늙지 않은 정치장교였다. 음식점에서 만난 그는 머리에 하얀 눈이 내린 70대 노인이었다. 

고창 김씨가에 대한 연구논문을 쓴 미국학자 에커트는 고창 김씨가가 권력에 유착한 집안이라고 평가했다. 전두환 정권 당시 김상협(金相浹) 고려대 총장이 국무총리를 한 사실을 근거로 한 것이다. 나는 김상협 총리가 권력에 유착했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요즈음은 어떻게 세월을 보내십니까?”

내가 물었다.

“아직도 주위에 친구나 후배들이 많아요. 수시로 만나서 술 마시고 그렇게 살죠.”

그 음식점은 전두환 前 대통령의 단골집이라고 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요즈음 어떻게 지내십니까?”

“각하께서는 요즈음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죠. 여기저기서 초청을 하는 곳이 줄을 섰으니까요.”

전두환을 증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동시에 그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다. 

“지난달에도 진해에서 선거 때 내 사무국장을 하던 사람이 각하를 초청했어요. 전두환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초청하든 두 말 않고 움직여요. 내려가서 술을 마셨는데 내 선거구 조직원을 많이 부를 수는 없고 8명 정도 합석시켰죠. 술이 여기까지 오르도록 마셨어요.”

그는 손가락을 옆으로 눕혀 이마까지 올렸다. 

“한 달 후에 사무국장이 부산의 병원에 입원을 했다고 알려왔어요. 그 소식을 듣더니 각하가 나에게 ‘부산에 내려가 봐야 하지 않을까’ 물으시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고, 난(蘭) 화분이나 하나 보내시죠’라고 했어요. 그만큼 소탈하고 사람을 잘 사귀는 분이에요.”

여종업원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와 음식이 담긴 푸른 색 접시들을 놓고 사라졌다. 

“하여튼 군대시절부터 전두환 각하는 사람 뱃속을 꿰뚫어 보는 데는 귀신이죠. 또 부하들한테 엄청 잘해 주시기도 하고 말이죠.”

거의 20년 전 얘기다.

“그런 돈들이 다 어디서 나옵니까?”

“다른 분야는 배제하고 정치자금에 대해서만 얘기합시다. 비례대표 한 명당 정확히 30억 원을 받았어요. 30명이면 당장 그것만 해도 900억 원이 아닙니까? 그걸 거의 다 민정당 운영자금으로 내려 보내셨죠. 그때까지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 돈을 그렇게 만들어 썼어요. 김대중(金大中)이나 김영삼(金泳三)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자 그런 행위들을 포괄적 뇌물범으로 만들어서 우리를 작살낸 거 아닙니까?” 

그는 순간 화가 끓어오르는 표정이었다.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입 속에 탁 털어 넣었다. 그는 젓가락을 들고 전을 하나 집어 우물거리면서 말을 계속했다.

“전체 받은 돈에서 당에 쓴 돈을 빼고 나머지를 추징한다면 그래도 일리가 있지, 그런데 받은 총액 전체를 내놓으라니 그게 말이 돼요?”

본론으로 들어갈 때가 됐다. 

“고창 김씨가의 김상협 고대 총장이 어떻게 전두환 정권 당시 국무총리가 됐습니까? 그 배경이 뭡니까?”

내가 물었다. 대학시절 민주주의 상징으로 우리가 존경하던 김상협과 전두환 정권은 성격이 전혀 달랐다. 

“처음에는 김상협 총장이 먼저 민정수석인 저를 찾아오셨죠. 고려대 주변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데 그 때문에 의대나 병원도 설립하지 못하고 학교가 발전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때는 절대 그린벨트를 풀어주지 않을 때였거든요. 

내가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고했죠. 그런 인연으로 김상협 고대 총장과 전두환 대통령이 만났어요. 전(全) 대통령이 보니까 김 총장이 사람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전두환 대통령이 그에게 국무총리를 맡아달라고 사정한 거죠.”

“김상협 총장이 권력지향적 성격은 아니었나요?”

“조선시대부터 한국 최고 부자의 아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굉장히 소탈하고 담백한 분이었어요. 벼슬을 탐하는 그런 분이 아닌 것 같았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 정권에서 악착같이 모셨죠. 정권쟁취 과정의 욕은 우리가 다 먹고 책임도 우리가 다 질 테니까 국무총리는 국민만 보고 선정(善政)을 베풀라고 했죠. 전두환 대통령은 그런 식이에요. ‘나는 나쁜 놈 해도 너는 좋은 놈 해라’ 하는 식이었고, 그래서 최고의 경제전문가들을 모아 발전시킨 거 아닙니까? 그런 장점을 가진 분입니다. 

김상협 씨가 총리를 하실 때도 민정수석인 제게 전화를 거셔서 여러 가지를 물으신 적이 많아요. 세상에서 말하는 체면이라든가 술수 같은 건 조금도 없는 담백한 분이었죠.”

이학봉 씨가 뭔가 갑자기 떠오른 표정으로 싱긋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참, 제가 경주 최(崔) 부자와 고창 김(金) 갑부의 옛날 얘기를 해볼까요?”

고창 金 갑부는 김상협의 할아버지인 김경중(金暻中)을 가리켰다. 전라도 최고의 부자였다.

“해보시죠.”

내가 재촉했다. 

“조선 말 경주 최 부자가 고창의 김씨가가 부자라는 소리를 듣고 한번 알아보려고 길을 나섰대요. 자기가 자랑하는 최고급 수입 스틱을 짚고 말이죠. 경주 최 부자는 고창의 김씨가를 찾아가 대접 잘 받고 하룻밤을 잤다고 합디다. 

다음날 아침 사랑채에서 일어나 보니까 글쎄 고창 김씨가의 종놈이 자기 고급 스틱을 부지깽이로 써서 군불을 때더래요. 그 스틱이 어떤 건데 그렇게 하느냐고 난리가 났죠. 그렇지만 이미 부지깽이가 된 자기 지팡이를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속을 누르고 참았죠. 

이윽고 경주 최 부자는 고창 갑부 집에서 차려내는 아침을 잘 얻어먹고 떠날 준비를 했죠. 그때 고창 갑부 金씨가 안내하는 한 방으로 들어갔더니 선반 위에 고급 스틱 200여 개가 좍 놓여 있더랍니다. 

그걸 보고 경주 최 부자는 고창 갑부 김씨가에 완전히 꼬리를 내렸답니다. 

이 얘기는 내가 1960년대 <사상계>에서 읽었던 거예요.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조선 말 경주 최 부자와 고창 김 갑부의 얘기를 설화같이 만든 거죠.”

이학봉 씨는 고창 김씨가가 권력에 유착하지 않았다는 것을 정확히 말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이런 말을 덧붙였다.

“김연수 회장의 매제인 김용완(金容完) 씨가 경성방직을 하면서 경제인연합회 회장을 한 적이 있어요. 민정당 창당 때 경제계 대표인물을 국회의원으로 만들라는 지시가 있었어요. 그래서 김용완 회장을 만나 국회로 들어오시라고 한 적이 있죠. 그랬더니 그분이 완강하게 사양을 하면서 ‘우리 집안은 벼슬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시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훌륭한 분인 줄을 알았습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2778 저녁 노을 인생 운영자 22.10.10 129 2
2777 천사가 되고 싶은 허영심 운영자 22.10.10 128 2
2776 김동길 박사의 격려 운영자 22.10.10 124 3
2775 노년의 기도와 수행 운영자 22.10.10 108 1
2774 인간 명품 운영자 22.10.04 150 1
2773 신이 된 두 남자 운영자 22.10.04 151 1
2772 사후통신(死後通信) 운영자 22.10.04 132 1
2771 구글에게 하나님이 있느냐고 묻는 노인 운영자 22.10.04 116 1
2770 삶의 체험을 나눠주는 노인 운영자 22.10.04 128 2
2769 부자가 되려고 애쓰지 말아라 운영자 22.10.04 146 1
2768 내면의 불지피기 운영자 22.10.04 124 1
2767 추천사 운영자 22.10.04 108 1
2766 진정한 기쁨 운영자 22.10.04 139 2
2765 일하기에 인생은 정말 짧은가? [1] 운영자 22.09.26 196 1
2764 오해의 세상 운영자 22.09.26 129 1
2763 만났다 헤어지는 인생여행 운영자 22.09.26 150 2
2762 재미없는 인생은 비극 운영자 22.09.26 127 1
2761 아무 것도 걸치지 말라 운영자 22.09.26 130 1
2760 내 소원을 거절한 그분 운영자 22.09.26 136 1
2759 좁게 사랑하라 운영자 22.09.26 125 1
2758 사람을 돕는 쾌락 운영자 22.09.19 158 1
2757 살인범에게 빙의된 악령 운영자 22.09.19 147 1
2756 높은 사람들의 슬픈 그림자 운영자 22.09.19 146 1
2755 작은 일 하는 노인들 운영자 22.09.19 318 0
2754 뜻대로 하소서 운영자 22.09.19 126 0
2753 따뜻한 세친구 운영자 22.09.19 124 1
2752 귀신을 본 사람들 운영자 22.09.19 140 2
2751 요즈음 내가 사는 법 운영자 22.09.12 144 1
2750 노동은 고역인가? 운영자 22.09.12 136 0
2749 감사하면 복이와요 운영자 22.09.12 147 1
2748 꿈꾸는 인생 운영자 22.09.12 139 1
2747 실패가 던지는 의미 운영자 22.09.12 129 1
2746 어려움도 삶의 일부 운영자 22.09.12 130 1
2745 조폭보스출신의 깨달음 운영자 22.09.12 141 2
2744 없어지는 것들 운영자 22.09.05 166 2
2743 어떤 고통 운영자 22.09.05 159 2
2742 인생삼막 운영자 22.09.05 137 2
2741 팔자도망이 가능할까 운영자 22.09.05 149 3
2740 교도관이 된 천사 운영자 22.09.05 149 1
2739 과일장사와 넝마주이의 우정 운영자 22.09.05 135 2
2738 '바르디나트'로 간다 운영자 22.08.29 145 1
2737 체면이 깍일까봐 두려워 말라 운영자 22.08.29 164 1
2736 교만한 빌딩주 운영자 22.08.29 166 1
2735 욕먹는 직업인 대통령 운영자 22.08.29 156 1
2734 시간도둑 운영자 22.08.29 145 1
2733 노년적 초월 운영자 22.08.29 134 1
2732 어리석은 사기꾼 운영자 22.08.29 140 2
2731 노인학교 운영자 22.08.29 135 1
2730 곰치국 운영자 22.08.22 142 1
2729 고통이 살아있는 걸 느끼게 했죠 운영자 22.08.22 147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