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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신과 크리스쳔의 신

운영자 2021.03.15 1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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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신과 크리스쳔의 신




이십대 말 부천 부근에 있는 사단에 장교로 근무했었다. 어느 날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부천 지하상가를 무심히 걷고 있을 때였다. 자그마한 전파사의 앞에 내놓은 스피커에서 잔잔한 음악이 물결같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 그 음악의 물결이 나의 다리를 부드럽게 휘감고 가슴속으로 밀려 올라와 형언할 수 없는 신비한 감동을 주었다. 음악 속에 들어있는 영적인 힘이 나의 영혼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나는 그 전파사로 들어가 방금들은 음악의 카세트 테이프를 달라고 했다. 가수 송창식의 찬송가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 가수가 부른 찬송가 테이프를 전부 샀다. 나는 당시 크리스챤이 아니었다. 교회도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음악에 매료된 것이다. 그 다음 날부터 나는 퇴근을 하면 밤늦게까지 그 찬송 테이프만을 들었었다. 알 수 없는 감동이 계속 나의 영혼 속으로 들어와 샘물같이 나를 싱싱하게 해 주는 것 같았다. 믿음을 가지기 전 나의 체험이었다. 그건 논리나 이성하고는 달랐다. 그 몇 년 후 나는 우연히 성경을 보게 됐다. 그것도 즉흥적이었다. 직장 사무실에 있는 데 갑자기 내면의 깊은 곳에서 성경을 보라고 누군가 강하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 느낌을 무시했더니 알 수 없는 힘이 나의 등짝을 밀어내 바로 서점에 가서 성경을 사서 읽게 됐다. 기독교의 중심은 성경이었다. 성경을 보면 이성이나 논리로는 전혀 납득이 안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울이라는 사람이 다마스커스로 가는 도중에 번개 같은 빛을 만나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때 이미 사형을 당해 죽었다는 예수의 영이 나타났다. 그 순간부터 그는 평생 예수의 영이 조종하는 아바타가 되어 세상을 돌아다녔다. 그는 그가 아니라 그 속에 내재하는 예수의 영이 그의 주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성경은 그 비슷한 얘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예수는 죽기 전 제자들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간 후 너희에게 성령이 내릴 것이다. 그 성령이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할 것이다. 성령은 미래에 있을 일도 알려 줄 것이다.”

신약 성경의 상당 부분은 성령이 인간에게 내려오고 성령에 의해 영과 혼과 몸이 지배되는 인간의 활동을 적어놓고 있는 것 같았다. 성경은 논리나 이성 그리고 지식으로는 이해 할 수 없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 같았다. 한번은 불교에 심취한 친구가 나에게 기독교는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나는 평신도로서 내가 느낀 점을 솔직히 얘기해 주기로 했다. 깊은 신학지식이 내게는 없었다. 어설프게 아는 것을 친구에게 납득시킬 능력도 되지 않았다.

“너 어떻게 무당이 되는 건 알지?”

내가 그렇게 말을 시작했다. 내가 계속했다.

“최영장군의 귀신이든 동자신이든 죽은 조상귀신이든 하여튼 신이 내려야 무당이 되는 거야. 그 무당의 속으로 귀신이 들어가 그 무당을 조종하기도 하고 무당에게 미래를 알려주기도 하고 그런 거지. 그건 이해할 수 있지?”

“그건 당연히 알지.”

친구가 납득을 하는 얼굴이었다.

“기독교 신자가 되는 것도 무당같이 영이 그 사람에게 내려와야만 되는 것 같아. 성스러운 영이라고 해서 성령이라고 하지. 그 성령이 우리 인간의 영 속으로 들어오면 전혀 새로운 존재로 되는 거야.”

“그 영이 우리한테 들어왔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친구가 물었다.

“사람마다 성령이 들어오는 형태가 다른데 어떤 사람에게는 이슬같이 촉촉이 들어오기도 하고 어떤 사람한테는 불같이 강하게 들어오고 그렇다고 해. 가을 바람같이 들어오는 경우는 성령이 들어와도 본인이 들어왔는지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 말이야. 내 경우는 그 재미없는 성경이 전부 읽어지는 것을 체험하고 성령이 들어왔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어.”

“네 말을 들으니까 일단 성경을 사서 한번 읽어봐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 그렇게 해볼 께”

“한번 해 봐. 성경에는 밧데리 같이 성령의 에너지가 충전되어 있어. 네가 그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구리선 정도만 되도 성경책을 여는 영적에너지가 네 속으로 흘러들거야.”

그게 내가 생각하는 성령의 일부였다. 성령은 성경에도 충전되어 있고 내가 지하상가에서 경험했듯 찬송가 속에도 배어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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