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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신

운영자 2022.04.11 10:01:54
조회 82 추천 1 댓글 0

원로 소설가 정을병씨가 살아있을 때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신학대학교 삼학년 때 내가 숭배하는 신을 하나님에게 문학으로 바꿨어요. 그리고 ‘미의 신’을 경배하면서 칠십대까지 살았죠.”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예술로 구원을 얻을 수 있을까 궁금했었다. 예술은 이상이나 미의 표현 방법이지 이상 그 자체일 수 있을까 의문이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작가 김동인을 연구하고 책을 쓴 적이 있다. 친일의 굴레를 쓴 그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그의 삶을 추적한 것이다. 그는 한편으로는 예술지상주의자였다. 순간의 예술적 영감을 위해 도덕을 넘어 방화나 살인등의 범죄행위까지 하는 주인공을 작품 속에 설정해 놓고 있었다. 현대는 예술 만능의 시대인 것 같다. 예술에 대해 사회 전체의 공명이 있고 갈망이 있다. 예술은 자기도 즐기고 남도 즐겁게 하면서 사회의 개조를 이루는 좋은 방편이다. 스타가 제일 좋은 전도사이고 예술인이 유력한 설교자다. 그러나 미의 신을 경배하는 예술가들은 예나 지금이나 속박을 싫어하는 것 같다. 감정적이고 주관적이고 탈 세속적이다.

어떻게 그 책이 나의 서가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천구백팔십삼년경 환갑이 된 화가 백영수씨가 파리의 아파트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쓴 글이었다. 그는 이중섭 김환기 화백등과 신사실파 동인으로 활동한 사람이었다. 이미 고인이 된 그의 글에 두 명의 천재화가의 삶과 죽음이 삽화처럼 끼어 있었다. 먼저 화가 이인성의 죽음 장면은 이랬다. 화가 이인성은 평소에는 냉철하고 담담한 성격이지만 술만 마시면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고 했다. 해방 전에도 그는 술만 먹으면 조선총독부 정문에 가서 오줌을 누는 사람이었다. 육이오 전쟁이 끝나고 통행금지가 실시되고 있을 때였다. 그가 통금이 지난 시간 술에 취한 채 동네 파출소 앞을 지나갈 때였다.

“누구얏”

순경이 그를 보고 소리쳤다.

“너는 누구얏?”

술취한 이인성이 되돌아 보고 소리쳤다.

“거기 서”

순경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나타났다.

“너나 거기 서”

이인성도 맞받아쳤다.

“거기 안 서면 쏜다”

약이 바짝오른 순경이 총을 들었다.

“쏴라”

“탕”

총성이 울리고 천재 화가 이인성의 삶이 끝이 났다. 당시 주변 동료에게서 들은 얘기를 글로 쓰면서 화가 백영수씨는 순경이 공포를 쏜 게 운 나쁘게 이인성에게 맞은 것 같다고 했다. 하늘의 선물인 아까운 천재가 그렇게 순간에 불타 없어져 버려도 되는것인지 의문이었다.

화가 백영수는 이중섭과 함께 다방에서 잡지의 삽화를 그릴 때의 얘기를 글로 남겼다. 당시 ‘자유문학’이라는 잡지가 가난한 화가들에게 더러 일거리를 주었었다. 일이 없을 때 이중섭은 담배갑 속의 은박지를 싹싹 펴서 연필로 간단한 컷을 그려보곤 했다. 다방의 테이블이 오래된 나무였다. 이중섭이 그위에 은박지를 놓고 오돌도돌한 면을 따라 연필을 움직일 때마다 특이한 효과가 났다. 간간이 깊은 홈에서 은박지가 찢어지기도 하고 깊이 박히기도 했다. 이 중섭은 그 놀이를 즐겼다. 그 중 남은 것이 지금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되는 이중섭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한번은 이중섭이 갈라진 오래된 장판지에 그림을 그려 그 다방으로 가지고 와서 화가들에게 보였다. 그중에 끼어 그림을 보던 김환기 화백이 말했다.

“왜 좋은 그림을 장판지에 그렸나? 캔버스가 아니니까 그림이 꺽이잖아?”

“누가 캔버스 살 줄 모르나? 돈이 없으니까 그렇지. 그래도 그림은 좀 아는 모양이야?”

백영수 화백은 친했던 이중섭화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섭이는 말도 없고 순한 사람이었어요. 중섭이가 부인이 고생한다며 가기 싫다는 사람을 일년만 가 있으라며 보냈는데 그 때 부인이 안 갔으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 여러 예술가들을 만나봤다. 예술 자체를 제단 위에 올려놓고 구원의 우상으로 섬기는 경우를 봤다. 예술과 종교는 본질이 다른 것 같다. 예술은 아름다움이고 종교는 의다. 예술은 감정을 그리고 종교는 양심을 지배한다. 예술은 자연적 인간적이고 종교는 초자연적 신적이다. 예술과 종교 모두 감정적이고 탈세속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교에서 찾을 것을 예술에서 찾는다. 나는 예술을 이상의 표현 기술이나 방법이지 이상 자체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영적인 어떤 것이 받쳐주어야 예술은 생명력을 가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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