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키친의 후반부인 동남아시아 요리로 접어듭니다. 태국과 그 주변 말레이 반도 지역 음식을 배우게 되지요.
그런데 시작부터 각 스테이션별로 커리를 하나씩 만듭니다.
"셰프, 인도 요리는 다음주인데요. 왜 이렇게 커리를 많이 만드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셰프의 대답: "인도에는 커리가 없다 (There's no Curry in India)"
인도에서 카리(Kari)라고 하면 향신료가 들어간 국물을 통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정작 커리라는 이름의 요리는 없다는 거지요.
그런데 영국인들이 인도 점령하던 당시 미묘하게 다른 음식들의 이름을 다 외우기 싫었는지 그냥 모두 커리로 퉁쳐버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에는 커리가 없다"는 말은 단지 상식을 깨는 말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에 무관심하거나 지나치게 자기 편의대로 재해석하는 경우를 통틀어 일컫는 말로 자리잡았습니다.
국물 있는 우리나라 음식을 외국 사람이 죄다 "국"이라고 해버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려나요. 미역국도 국, 김치찌개도 국, 설렁탕도 국... 당사자 입장에서는 좀 열받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도에는 없는 커리가 전 세계에는 널리 퍼져있습니다. 태국에도 유명한 커리가 몇 종류 있지요.
음식을 만들고 서빙 스테이션을 셋팅합니다.
워낙 면 음식을 좋아하는지라 산더미같이 쌓인 팟타이는 보기만해도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ㅎㅎ
기본 사이드 샘플러. 다시 말해 반찬.
땅콩 소스를 바른 꼬치구이인 "사테이", 오이 샐러드, 해산물이 들어간 당면 샐러드 "얌운센" 등이 제공됩니다.
기본 제공되는 수프는 당연히 똠양꿍.
처음 들었을 땐 웃음이 절로 터지는 음식 이름이었지요.
매콤하고 새콤한 맛이 한국사람 입맛에도 나름 괜찮을 듯 합니다.
나중에 태국 여행(https://blog.naver.com/40075km/221464660898)가서 먹은 게 훨씬 더 맛있는 느낌이었는데,
음식 자체의 맛은 크게 다르지 않아도 더운 날씨에 돌아다니며 땀을 뺀 후에 먹는 똠양꿍이라 더 맛있게 느껴졌던 거 아닐까 싶습니다.
커리 샘플러. 태국의 유명 커리 다섯 가지가 제공됩니다.
소고기가 들어간 마싸만 커리, 돼지고기 그린 커리, 새우가 들어간 옐로 커리, 오리고기 레드 커리, 그리고 정글 커리입니다.
삼색커리는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별다른 설명 없어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지요.
마싸만 커리는 태국어로 깽 마싸만, 즉 무슬림 커리라는 이름입니다.
교역을 위해 들렀던 이슬람 상인들이 가져온 서양과 중동 지방 향신료들이 많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지요.
정글 커리는 태국 사람들이 마을에서 벗어나 정글로 들어가서 만들어 먹었던 음식입니다.
'정글에서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들어갔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정글에서 구할 수 없는 재료가 빠진 음식'이어서 실망했다죠.
태국 커리에는 대부분 코코넛 밀크가 들어가는데, 이게 굉장히 쉽게 상하는 재료입니다.
그래서 옛날엔 휴대용 냉장고도 없는 태국 사람들이 정글을 며칠씩 지나다니면서 코코넛 밀크 빼고 만들어 먹었던 커리라고 하네요.
하이난 치킨 라이스.
서쪽에서 마싸만들이 오고 간 흔적이 깽 마싸만이라면, 동쪽에서 중국인들이 오고 간 흔적은 치킨 라이스에 남아있습니다.
중국 최남단 해남도. 무협 소설에서 스케일 키우다보면 서장의 포달랍궁과 함께 등장하는 세외세력 해남파(해남검파)로만 이름을 들었기에 이렇게 해남의 이름을 달고 있는 음식을 보니 괜히 반갑습니다.
삶은 닭고기에 간장, 마늘, 생강, 참기름 등을 곁들인 단순한 요리인데 맛있습니다.
타이 바질과 함께 볶은 오징어 요리.
메뉴판에는 Stir fried squid with basil 이라고 되어있는데, 아무리 봐도 제가 아는 바이캅 파우 쁘라믁과는 좀 달라보입니다.
한국에서 먹었던 태국 음식점이 야매로 만들었던 것인지, 아니면 미국식으로 좀 변형이 되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네요.
팟타이! 제일 좋아하는 팟타이!
생각해보면 팟타이를 처음 먹어본 것도 미국에서였다는 사실이 재밌습니다.
요리학교 전학오기 전에 일리노이 주립대를 다녔었는데 거기 YMCA 건물에 세들어서 장사하는 태국음식점이 있었거든요.
음식점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조그만 공간에서 태국 이민자 출신 종업원이 볶음 국수를 휘적휘적 만들어서 종이 접시에 담아주면 대충 아무데나 앉아서 먹곤 했지요.
땅콩과 라임즙 팍팍 뿌려 먹으면 태국의 정취는 모르겠고 처음 유학 와서 어리버리 타던 그 때가 떠오르는 추억의 음식입니다.
마지막은 언제나 재료 맞추기 퀴즈~
한국사람 입장에서 태국이면 유럽이나 미국보다 가까운 나라인데도 향신료를 보면 서양 요리재료보다 생소한 물건들이 많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팜슈가와 굴라 말라카. 둘 다 설탕의 일종인데 팜트리와 야자나무를 이용해서 만듭니다.
당도가 높지 않으면서 특유의 풍미가 살아있어서 '나중에 디저트 만들 때 써먹어봐야겠다'라고 메모해뒀지요.
그리고 이렇게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을 거쳐 태국을 지나 아시아 키친의 마지막 목적지인 인도를 향해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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