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게 10년째야. 두서없어서 일단 먼저 사과.
갓중딩 때 통통하시고 귀여운 쌤이 있었어. 사차원처럼 뭔가 띨띨하시기도 했고, 재밌었어. 그 쌤이 너무 좋아서 어린 맘에 박스에 과자 차곡차곡 넣어 선물해드렸는데 우시면서 편지까지 써 주시더라.
난 그게 너무 충격이었고 그 분 인간성을 좋아하게 됐어.
고등부에 올라가서도 같은 반이 됐어. 그 분은 나랑 같은 반을 하기 위해 반을 정했다 할 정도로 날 아끼셨고. 가끔 밥도 먹는 사이가 됐어. 좋은 편의 대학교에 들어갔고, 정말 가끔 연락하는 정도야.
이게 10년째야. 그 분이 날 좋아하는 건 확실한데, 아끼는 학생 정도.
이 이상을 요구하는게 진짜 이상한 거란 걸 너무 잘 알거든. 잘 아는데 그게 안 돼.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삼촌이 날 맡아 키우셔서 사랑이 부족한 편이란 건 나도 자각하는데 이게 이런 사랑의 형태로 나타날 줄은 몰랐어.
정말 매일 그 분 프사 바뀌나 안 바뀌나 보고, 내가 공강이면 그 쌤 출근길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우연인 척 마주치기도 하고,
너무 사랑해. 좋아한단 말론 표현이 안 될 것 같아.
남자친구 사귀어본 적도 많은데, 이 분 만큼 좋아한 사람이 없어.
단순히 내가 외로움에 엄마같이 품어 줄 사람을 찾는 건지, 뭔지 진짜 모르겠다.
그 분이랑 눈 마주치는 것도 좋고, 목소리 듣는 것도 기뻐.
그런데 이번에 학원 관두신다더라.
이제 만날 명분도 없을 테고, 이대로 끝날 것만 같아.
연인사이같은 거 바라는 거 아니야. 남편까지 있는 분이니까. 이 분한테 상처주기도 싫고.
툴툴대면서 자그마한 열쇠고리같은 걸 주기도 해. 내가 남자였다면 이런 행동을 보고 날 좋아하나 의심하셨겠지. 내가 여자인 덕분에 이런 관계가 지속된 거고.
진짜 너무 사랑해. 없으면 안 될 것 같다.
거의 내 전부야. 내 친구고, 내 선생님이고, 내 부모님이고.

이게 대체 뭔 기분인지 모르겠어.

내가 이 쌤을 이성으로 보는 건지 동경하는 건지, 아니면 엄마로 보는 건지..

뭘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