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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남편, 아빠 그리고 아크다르-2

ㄱㅁㅅs(121.135) 2014.04.12 23:10:10
조회 538 추천 11 댓글 7

내가 주말에만 올린다고 말하는 걸 깜빡했다. 어차피 내거 기다린 사람 없겠지만 만약 기다렸다면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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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잠에서 깼다. 오랜만에 꿈꾸지 않고 일어나니 기분은 좋았다. 반대로, 몸은 꽤나 아팠다. 아내의 어깨의 손을 댄 채 자서 팔이 저려왔다. 반대쪽 어깨는 눌려서 욱씬거렸다. 아내의 어깨 위에 놓여있던 손을 아내가 깨지 않도록 슬그머니 빼면서 아내의 얼굴을 보았다. 방금 전까지는 정신이 덜 깨 몰랐는데, 해가 솟아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 해와 아내의 얼굴은 잘 어울렸다. 손을 빼내고 천천히, 이번에도 아내가 깨지 않도록 침대에서 나왔다. 침대에서 나온 후, 곧바로 소리 없이 보물에게 달려갔다. 어제는 피곤하기도 했고, 아내가 있기도 해서 조금만 보고 말았지만, 아무도 안 보는 지금, 이 살아 숨 쉬는 보물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아직 뜨지 않은 눈을 제외한 모든 아름다운 곳을 쳐다보았다. 예뻤다. 귀여웠다. 어제처럼 만져주고 싶었지만, 만지면 애가 깰 거 같아 포기하고, 아이를 자세히 보기 위해 구부렸던 허리를 폈다. 멀리서 봐도 아름다웠다. 밤중에 봤을 때, 실내의 불빛으로 볼 때. 지금 햇살에 비쳐 볼 때, 모두 느낌이 달랐다.

 

햇빛?

 

난 생각했다.

 

햇빛 때문에 아기가 깨면 안 되지

 

생각하고는 어제 밤 미쳐 치지 못했던 커튼을 쳤다. 역시 이번에도 두 여인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방을 나선 후 씻으러 갔다. 씻으면서 생각했다.

 

오늘 일정이 뭐더라? 아, 어제 못 끝낸 서류 정리하고, 아침 먹고, 오늘 치 서류 정리하고, 점심 먹고, 오늘 일 중 가장 중요한 엘사의 세례식, 그리고... 그 정도면 됐다.

 

씻고 난 후, 다시 천재와 보물이 있는 방으로 갔다. 둘 다 여전히 자고 있었다. 나는 천재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말했다.

 

"일 하고 올게, 세례식 때 봐"

 

천재는 응이라고 짧고 졸린 말투로 말하고 다시 잤다. 이번에는 보물을 향해 다가갔다. 여전히 잘 잤다. 애기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운다고 들었는데, 적어도 내 딸, 엘사는 아닌가 보다. 일하는 동안 보고 싶은 마음 안 들게 실컷 아기를 보았다. 그러나, 방문을 나서고 방문을 닫자마자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쉬움을 스스로 위로하고 어제 못 끝낸 서류를 마치러 작업실로 향했다.

 

"먼 길 달려와서 피곤해 할 테니 오늘은 깨우지 말라고 전하게." 청소시간이 되어 복도를 청소하던 여시종에게 말했다.

 

"예, 폐하" 여시종은 말하고선 쓰레받이와 빗자루를 들고 잠 깨우는 여시종에게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다가 다시 작업실로 향한 나는 작업실에 도착했다. 서류를 보니 밀린 양이 꽤 많았다.

 

그럴 수 밖에

 

나는 생각했다.

 

위대한 존재가 나에게 올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일이 되는 게 이상하지

 

하고 밀린 일을 끝마치려 했는데, 이번에도 엘사 생각에 일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계획대로 밀린 일을 다 끝내지 못하고 아침을 먹었다.

 

이둔은 지금쯤 일어났을까? 아직도 안 나왔는데, 자나? 정말 피곤했나보군.

 

물 한 모금으로 아침을 마친 뒤, 다시 작업실로 향했다. 아침을 먹어서인지 이번에는 집중이 잘 된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식곤증이 찾아왔다. 이번에도 밀린 일을 못 끝내면 골치 아파져서, 의자에서 일어나 서서 업무를 마쳤다. 업무를 마치자 미뤘던 잠을 의자에 앉아 책상에 기대면서 해소했다. 잠을 자는 데, 누군가 오는 소리가 들려 깼다.

 

똑똑똑. "오늘 처리하셔야 할 서류입니다. 폐하."

 

"들어와라"

 

건장해 보이는 남시종이 평소보다 훨씬 적은 양의 서류들을 들고 왔다.

 

"그게 다인가?" 내가 물었다.

 

"예, 폐하의 공덕 덕분에 별일이 없나 봅니다."

 

"고맙군" 내가 피식하고는 말했다.

 

시종은 서류들을 공손히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공손하게 인사한 뒤 문을 조용히 닫고 나갔다.

 

만세!

 

시종이 나가자 조그맣게 환호성을 질렀다.

 

이 정도면 점심을 거르면 세례식 전에 일을 끝낼 수 있다!

 

그 생각을 하고 밖에서 대기하던 아까 왔던 시종과는 다른 시종을 불러 오늘은 점심을 거르겠다고 했다. 시종은

 

"점심을 드셔야 건강이 유지되시죠."의 과도하게 친절한 말없이 내 말을 듣고 요리사에게 갔다.

 

그 후 일을 일사천리로 잘 풀어나갔다. 과연 일을 마치니 점심시간은 넘었지만 세례식 시각보다는 빠른 시각이었다. 계획대로 된 것이 기쁜 나는 콧노래를 작업실 문을 열 때까지 흥얼거리며 나섰다. 바로 식탁으로 향했다. 식탁으로 가니 천재가 먹고 난 후 시종들이 뒤처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시종들의 경례를 건성으로 받고, 이둔이 어디 있냐고 물었다.

 

"세례식에 가실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그 말을 듣고, 바로 침실로 향했다. 침실엔 없었고, 그 방에 붙어있는 각종 옷들이 즐비한 방에서 이둔이 거울 앞에 서서 뭘 입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세례식 때 보자더니?" 그녀가 살짝 놀라서 물었다.

 

"오늘 일이 별로 없더라고, 그래서 일찍 끝났어."

 

"그래? 잘 됐네. 나 옷 고르는 것 좀 도와 줘."

 

"당신은 아무것도 안 입어도 예뻐" 순간 말이 헛나왔다.

 

"'아무거나 입어도' 겠지." 천재가 오랜만에 깔보는 말투와 눈빛으로 대응했다.

 

"근데,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아! 아무거나 입거나, 아무것도 안 입긴 싫어." 천재가 마지막 문장은 놀리는 말투로 말했다.

 

"엘사는 어딨어?" 화제를 바꾸려는 마음도 있고, 정말 궁금하기도 해서 물었다.

 

"아, 여기 있어, 내 뒤에, 가려서 안 보였나봐."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기울여 이둔 뒤를 보았다.

 

 

순간 놀랐다. 드디어 그 아기가 눈을 뜨고 아기용 의자에 앉아 엄마의 등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기의 눈동자의 색깔이 궁금해 바로 아내를 피해 아이에게 달려갔다. 멈추고 허리를 굽혀 아기의 눈동자의 색깔을 볼려는데/

 

"으아아아앙!" 엘사가 눈을 감고 울었다.

 

"그렇게 달려가면 애가 놀라서 울잖아!" 천재, 아니 깡패가 내 등을 후려갈기면서 말했다.

 

"어휴! 난 애 달래고 있을 테니까. 내가 입을 옷이나 고르고 있어." 천재, 아니 상관이 명령하면서 나갔다.

 

우씨. 정말로 아무것도 안 입게 할까보다! 동화처럼 착한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옷이라고 해? 아니야. 이둔은 천재인데. 바로 알아챌거야. 그럼 엘사의 세례식 날이 나, 아크다르의 장례식 날이 될지도 몰라. 으흐유, 그냥 적절한 거 골라야지.

 

수십 개의 형형색색 옷 앞에서 고민하다가 하나를 골랐다.

 

시간이 흘러, 나와 내가 골라준 옷을 입은 깡패, 그리고 울다 지쳐 잠든 엘사는 세례식장에 가는 중이었다.

 

"당신도 그곳에서 세례 받았지?" 깡패가 물었다.

 

"성인식과 대관식도 거기서 했어." 내가 친절하게 대답했다.

 

"그 둘 같이 했을 때 나도 있었다?"

 

"알아"

 

"어? 어떻게 알아? 몰래 가서 제일 뒤에 있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은 딱 알 수 있지. ... 알았어, 혹시나 해서 명단 확인을 했는데 당신 이름이 있더라."

 

재치 있게 넘기려다가 깡패의 눈살에 짓눌려 진실을 말했다.

 

"에이, 경비가 이름 말하라고 할 때 내 엄마 이름 말할걸"

 

히히! 고소하다!

 

떠들다보니 왕국 안에 있는 세례식장 문 앞에 도착했다.

 

"이제 엄숙해야 해." 내가 말했다.

 

"알아" 그녀가 대답했다.

 

문을 열자 경비병을 빼면 딱 2명이 있었다. 추기경과 그를 도와줄 목사

 

썰렁하다. 나와 아내 모두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관례상 세례식은  방문객은 받지 않으니 그럴 수 밖에

 

나는 생각했다.

 

우리 셋은 엄숙히 조용히 걸어 추기경 앞까지 걸어갔다.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나의 세례식과 성인식 그리고 대관식을 맡았던 추기경이 아니었다.

 

천국으로 가셨다더니

 

내가 기억을 되살려 속으로 중얼거렸다.

 

세례식은 아주 어렸을 때 해서 기억이 나지 않아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는데, 생각만큼 거창하진 않았다. 추기경이 이둔이 안은 채 자고 있는 엘사의 머리를 부드럽게 만지고는 축복의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온 물에 엘사를 담그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또 축복의 말을 하고 끝났다. 세례식이 끝나고 돌아가려는 태도를 보이던 찰나.

 

"폐하" 하고 추기경이 말했다.

 

우리 셋은 뒤돌아 추기경을 보았다.

 

"언젠가 뵙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생각해 보니 이 사람은 이 나라에서 내가 예의를 갖춰야할 유일한 사람이었다.

 

"세례식 전에 뵙고 싶었지만 상당히 바쁘시더군요. 제가 논의하고 싶은 게 있었지만 폐하께서 바쁘시니 이 편지를 써 대신합니다. 읽고 절 찾아와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하고는 편지를 받았다.

 

그러고 세례식장을 나섰다. 나는 편지가 아니라 언제쯤 세레식 때도 끝까지 잔 딸아이의 눈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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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있다 3편 바로 올릴게. 아주 당장은 아니고, 자정 조금 넘어서? 그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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