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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프로즌보면서 결말이 시시하다는애들에게 하는말모바일에서 작성

(203.226) 2014.02.06 11:25:55
조회 4660 추천 80 댓글 21


개년글에도 갔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다시 써본다.
프로즌 평을 듣다보면 결말이 갑자기 사랑으로 허무하게 또 쉽게 끝나버려 유치하다는 혹은 너무 급작스럽게 전개돼 버린다는 의견이 많다. 이는 곧 스토리를 까는 논리로 발전한다.
사실 나 역시 처음 프로즌을 접했을 때 뛰어난 뮤지컬요소에 빠져든 거지 스토리는 별 거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이들에 대해 뭐라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몇번을 곱씹어보고 생각해보고 다른이들의 의견도 들어보고나서는 스토리마저도 참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끄적여본다.

다들 알다시피 프로즌의 결말은 트루러브에 대한 깨달음을 통한 해피엔딩이다. 한창 노래 듣다가 후반부에 정신차리고 보면 엘사가 Love!를 외치며 세상을 해동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과연 장면이 시시하게 엔딩씬 그 찰나의 순간에 나온 이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프로즌이란 작품 전체가 트루러브의 본질을 깨달아가는 하나의 서사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나 포함)은 그것을 쉽사리 알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프로즌의 압도적인 뮤지컬 스케일에 있다. 기본적으로 뮤지컬영화이니만큼 극중에서 불리는 노래들은 작품 주제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노래가 불리는 상황에서 인물의 감정 그리고 노래가사까지 삼박자를 고루 감상해야 프로즌의 뮤지컬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은 노래를 그저 멜로디로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워낙 노래에 대한 평이 좋다보니 그것에 기대를 품어서일 수도 있고 화려한 영상에 혼이 팔려서일 수도 있고 영상을 보고 노래를 감상함과 동시에 일일히 자막을 봐야하는 언어적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무슨 이유든간에 결국 노래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프로즌을 얼마나 이해하는지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는데, 첫번에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Let it go를 들 수 있다. 이 곡은 프로즌의 대표곡으로서 가장 찬사를 받는 곡이고 이 곡이 불려지는 장면에서 프로즌이 정점을 찍는다고들 하지만 사실 스토리, 주제와 연관지어 보면 let it go는 트루러브를 깨닫기 위한 시행착오에 가깝다. 가사를 잘 살펴보면 Turn away and slam the door라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엘사의 깨달음이 완전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let it go에서는 열린 문이 아니라 닫힌 문을 외치는 것이다. 마지막부분에서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라 속삭이며 문이 꽝 닫혀버린다. 즉 Let it go는 굉장한 임펙트를 갖는 장면이자 명장면인 것이 분명하지만 작품의 주제와는 약간 어긋난다는 걸 알 수 있다. Let it go 이후 완벽히 탈바꿈한 듯 보이는 엘사가 금세 예전처럼 초조해하는 모습으로 변한 건 이처럼 절반의 깨달음밖에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Let it go의 포스에 압도되어 이 의미를 놓친다면 작품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할 수가 없다.

Let it go가 끝나고나서는 엘사가 깨닫지 못한 나머지 절반의 깨달음을 위한 안나의 모험이 나온다. 안나는 엘사를 찾아가서 엘사를 설득해보지만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reprise) 엘사입장에서 그것은 또하나의 압박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받은 뒤 프로즌의 주제를 상징하는 노래인 fixer upper가 나온다. 내용만 놓고본다면 Let it go보다 더 핵심적인 노래다. 이미 프갤럼들이라면 저 노래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 알고있을 것이다. 안나는 크리스토프와 여행을 통해 무의식중에 트루러브의 본질을 깨달아간다. 절벽에서 떨어진 뒤 안나는 크리스토프의 머리와 얼음장사를 걱정하고 크리스토프는 내 얼음장사는 신경쓰지말라며 안나의 머리를 걱정해준다. 서로가 서로의 것을 우선하는 것이다. 이후 듣는 Fixer upper에서 안나는 결정적인 힌트를 얻게 된다. 가사 중 사람들이 화나고 겁먹고 두려울 때 잘못된 선택을 하는데, 이를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안나는 그동안 엘사의 자신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어느정도 이해했을 것이다. Fixer upper는 이처럼 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노래인데, Let it go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의미파악이 힘든 것과는 반대로 Fixer upper는 그저 후반부에 나오는 리듬감있는 노래로만 받아들일 뿐 Let it go만큼의 임팩트를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넘겨듣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인기있는 노래도 Let it go, do you wanna build a snowman, love is open door,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이 네 가지이고 fixer upper는 잘 언급되지 않는다.

Fixer upper 이후 올라프에게서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결정적인 확답을 얻고나서(worth melting for), 그제야 엔딩에 이르러 트루러브를 행할 수 있게 된다. 안나의 트루러브에 대한 깨달음은 곧 엘사의 절반뿐이었던 깨달음의 나머지를 채워줬고 비로소 엘사의 Love!라는 대사가 나올 수 있었다. 결코 급작스레 혹은 시시하게 나온 대사가 아니다.

무도회장에서 시작한 자매간의 다툼에서부터 let it go를 거치고 for the first time reprise, fixer upper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과정은 자매가 트루러브의 본질을 깨닫기까지 겪는 시행착오와 과정을 보여준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모든 것은 뮤지컬영화에서 뮤지컬을 얼마나 잘 감상하느냐에 달려있고 여기서 프로즌에 대한 평가가 나뉜다고 본다. 저 노래들의 의미를 놓친다면 사이사이 껴있는 장면에서도 후반부 노래없이 결말까지 이어지는 전개에서도 별다른 의미를 찾기 힘들다.

한 번 보면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미에 취하는 기분좋은 애니메이션이지만 두 번 세 번 볼 수록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던 부분을 캐치해내고 작품의 진정한 주제를 깨닫게 되는 깊이를 갖고 있는 게 바로 프로즌이란 생각이 든다.


ps 안나가 한스와 하루만에 결혼하는 게 말이 되냐고 까는 의견도 많이 보인다.말이 안 되기 때문에 엘사도 까고 크리스토프도 깐다. 따라서 하루만에 결혼이 의미하는 것은 안나가 얼마나 많이 사랑을 갈구했고 사람을 그리워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고 후반부에 나올 트루러브와 비교군을 이루기위한 장면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하루만에 결혼하는 설정이 작품에 자연스레 녹아든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자체적으로 문제삼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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