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그래야만 아렌델에 미래가 있다고 한 건 안나 자신이었다. 사람들은 괜찮을까. 페비가 잘 설명했겠지. 사람들은 무사할꺼야.
공주님, 공주님. 안나는 자신을 거듭 부르는 매티어스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타고온 말 위에서 내렸다. 매티어스는 얼굴을 에이는 북쪽의 거센 바람도 느끼지 못할 만큼 걱정이 가득한 안나의 눈치를 살폈다.
"모두들 이해할 겁니다. 올바른 일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매티어스."
매티어스는 자신은 헬리마를 먼저 만나고 올테니 자신의 말을 타고 먼저 성으로 돌아가 계시라며 주저하는 안나의 등을 떠밀었다. 백성들은 공주님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공주님을 사랑한다는 너스레와 함께. 마지못해 말 위에 올라타고도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듯 연거푸 뒤를 돌아보는 안나를 향해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다.
거센 물길이 훑고 간 곳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마을은 고요했다. 페비 할아버지가 잘 해주셨구나. 안심하려던 안나의 귀에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 누구예요, 안나의 목소리에 응답이라도 하듯 웅성거리는 소리의 주인공을 마주한 안나의 다리가 휘청였다. 이럴 리가 없는데.
마을 사람들이, 지금쯤 절벽 위에 있었어야할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뭔가 잘못됐구나. 경계심 가득한 눈동자들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을 찾은 안나는 머릿속에 차오르는 수많은 의문을 간신히 삼키고 익숙한 이의 이름을 불렀다.
"헬리마?"
"공주님이였어, 공주ㄴ...아니 저 여자가 아렌델을 이렇게 만들었어!"
"헬리마 잠깐만, 나는...!"
"거짓말 할 생각 하지 말아요. 매티어스에게 다 들었으니까!"
"저 여자때문에 우리 애가 죽었어!"
"난 집을 잃었소!"
"대체 왜 이제야 나타난 거요...! 대체 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페비 할아버지가 미래가 보이질 않는다고...! 매티어스 왜 이제와요, 뭔가 오해가 있었던 거죠? 대체 뭐라고 얘길 했..."
반가움에 붙잡는 안나의 손을 뿌리친 매티어스의 얼굴에 담긴 불쾌감을 누군가 읽어냈더라면 좋았을텐데. 지나치게 과장된 몸짓이었지만 누구도,
심지어 안나조차도 그의 낯짝에 담긴 가증스러움을 느끼지 못했다. 저마다의 속에서 타오른 불길은 이제 함께 타들어갈 제물을 바라는 듯 했다.
매티어스는 그런 사람들의 분노를 어디로 돌려야하는지 아주 잘 알고있었다.
애초에 이 긁어부스럼을 굳이 살려서 이 곳까지 데려온 것도 이 순간을 위해서였고.
"루나드 폐하의 유지를 받들어 아렌델을 지켰어야 하는데... 항명하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제가 어리석었어요. 그 모든게 결국 돌덩이들의 말에 따른 거였다니."
연극은 마침내 대단원에 다다랐고, 때마침 내린 햇살은 충성스러운 신하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석처럼 반짝이게 만들었다.
오오, 여기저기서 그의 충정에 대한 탄성이 터져나왔고 수십의 눈초리는 이제 일제히 안나를 향했다.
선왕부부가 제정신이 아니었다더니 그 피가 어디 가진 않았구만. 돌덩이가 말을 했답니다, 여러분!
저 미친여자때문에 내 집이, 내 가족이!
실성한듯 웃어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무서웠을텐데, 외로웠을텐데. 가여운 동생은 진실로부터 등을 돌린 사람들에게 더 이상 해명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날아든 모진 말에도 묵묵히 입을 닫고 눈을 감을 뿐.
"선왕부부도 돌덩이한테 조언을 들었다며 그 먼 바다로 배를 끌고가더니 결국 둘 다 시신도 못 건졌다지. 저런 것들이 나라를 휘둘렀으니 신이 노하시는 것도 당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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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간 부분이 너무 길어서 다시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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