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프갤문학/크로스오버] 얼티밋 스파이더맨-프로즌 웹 21화

차빙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7 22:46:58
조회 372 추천 21 댓글 7

프롤로그 1 2 3 4 5 6 7-1 7-2 8-1 8-2 9-1 9-2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아렌델 황궁, 스파이더맨의 침실]


오늘도 얼음장처럼 차가운 공기가 아렌델의 하늘에 휘몰아쳤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세상은 아직 어둑어둑했지만 부지런한 아렌델의 시민들은 일찍부터 일어나 상쾌하다 못해 꽁꽁 얼어버릴 것 같은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도시 곳곳의 가로등에는 불이 꺼졌고, 대신 집집마다 달린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갓 짜낸 따뜻한 순록 젖을 병에 담아다 배달하는 목장 주인 아들 삼형제의 자전거들에서 나는 벨소리가 골목골목마다 들려왔고, 나무꾼들이 도끼로 나무토막을 퍽퍽 내리치는 소리와 함께 빵집에서 호밀빵을 굽는 향기로운 냄새도 번져왔다.

스파이더맨이라는 강력한 아군을 등에 업고 잠시나마 아이스 몬스터들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아렌델 사람들은 여느 때보다 평화로운 마음으로 아침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아렌델 황궁 한구석의 아늑한 방 한가운데 놓인 푹신한 침대 위에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우리의 영웅 스파이더맨은 이들과 대비되게 세상 모르고 곤히 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Zzzzzzzz....."


오늘 스파이더맨의 꿈 속 세상에는 메이 숙모가 자주 만들어주시는 특제 위트 케이크(밀가루로 만드는 팬케이크의 일종. 메이플 시럽이나 꿀을 뿌려 먹는다)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메이 숙모의 위트 케이크는 19세기의 타향으로 시간여행을 해온 뒤로 입에 댈 수 없게 된 수많은 뉴욕의 음식들 가운데 스파이더맨이 가장 그리워하는 음식이었다. 아렌델에도 밀가루와 메이플 시럽은 있으니 직접 만들어 먹을 수야 있겠지만, 요리에 나름 자신이 있다고 자부하는 스파이더맨 마저도 메이 숙모의 손맛을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었기에 안 만들어 먹느니만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이 추억의 맛을 꿈 속에서라도 느낄 수 있기를 얼마나 고대해왔던가. 스파이더맨은 옳다구나 하며 끈적한 메이플 시럽을 헤치고 케이크 위로 열심히 기어올라가 한 입 크게 베어물었지만, 익숙한 달콤한 맛이 아닌 밍밍하고 텁텁한 맛이 느껴졌다. 혀를 밀착시킬수록 까끌까끌해지고 거기다가 이빨로 물려고 할 때마다 자꾸 미끄러져나가는 것이 마치 무슨 이불 비스무리한 천쪼가리를 한입 가득 넣고 씹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쿡쿡쿡.... 언니, 피터 좀 봐. 이불을 막 이빨로 씹고 있어!" 장난기 넘치고 활기찬 소녀의 목소리가 잠결에 어렴풋이 들려왔다. "뭔가 맛있는 거 먹는 꿈이라도 꾸는 것 같지 않아?"


"그러게, 아기 같아서 귀여워. 우후훗." 좀 더 성숙하고 우아한 여성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렇게 곤히 자는데 깨우려니까 왠지 좀 미안하네. 좀 더 자게 놔둘까?"


아 진짜. 기분 좋게 자고 있었는데 누가 자는 사람 옆에서 이렇게 시끄럽게 떠들어. 매너 없네. 엉겁결에 잠이 스르륵 달아난 스파이더맨은 자신의 입에 이불 한 뭉치가 말려들어가있는 것을 알아채고 찌뿌둥한 손을 뻗어 이불을 입안에서 끄집어냈다. 이불 비스무리한 맛이 난다 했더니 진짜로 이불을 먹고 있었구나. 나도 참 바보같긴. 자다가 꿈까지 꾸고 거기에 이불까지 씹을 정도면 정말 위트 케이크가 그립긴 한 모양이었다. 타향살이가 이렇게 힘들 줄 누가 알았을까.

스파이더맨은 자리에 누운 채 손가락을 써서 눈에 낀 눈곱을 털어내고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흐린 시야가 서서히 또렷해지자 눈앞에 두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하나는 양갈래 머리에 카키색 드레스 차림이었고, 또 하나는 뒤로 곱게 땋은 머리에 반짝이는 푸른빛 드래스를 입고 있었다. 가만 있자... 내가 이 실루엣을 어디서 봤더라? 


"오마나 깜짝이야!!!!!!" 두 실루엣이 누구인지 이제서야 알아챈 스파이더맨은 깜짝 놀라 침대에서 재빨리 몸을 일으키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스파이더맨의 눈앞에 얼굴을 들이민 채로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안나 공주였다.


"야호! 굿모닝! 잘 잤어?" 안나는 언제나 그렇듯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얼른 씻고 밥 먹으러 가자. 명색이 아렌델의 파수꾼이라고 자부하는 애가 나보다 늦게 일어나면 어떡해? 내가 꼭 언니까지 대동해서 깨우러 와야겠어?"


"안녕, 피터!" 안나의 등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엘사 여왕이 스파이더맨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아니 두분 다 진짜 매일 아침마다 이러실 거예요?? 아무리 황실 소유의 건물이래두 그렇지 사람 자고 있는데 갑자기 방 안에 쳐들어오기 있어요??" 스파이더맨이 투덜투덜 불평을 내뱉었다.


"네가 일찍 안 일어나니까 그런 거잖아! 일찍 일어나면 더 많이 놀 수 있는데." 안나는 팔짱을 낀 채 볼을 부풀렸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아렌델의 훌륭한 파수꾼이지!"


스파이더맨은 만화 캐릭터처럼 미간을 찌푸렸다. "맨날 늦게 주무시고 여왕님이 깨워야 겨우 일어나시는 분이 어디 사는 누구시더라."


"어...." 잠시 할 말을 잃은 안나는 어버버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 그건 언니가 날 깨우는걸 워낙에 좋아하니까 그렇지! 변명 아니야! 진짜라구!"


"후후, 그건 맞아. 안나를 깨우는 건 참 재밌어. 곤히 자는 안나의 얼굴을 볼 때마다 행복해진다니까." 엘사는 딱히 부정하지 않고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안 깨우면 점심 먹을 때까지 자고 있을 테니까 깨우러 가는 거긴 하지만 말이야."


"언니는 대체 누구 편이야?" 안나는 엘사를 향해 눈을 흘긴 뒤 스파이더맨에게 다시금 눈길을 돌렸다. "여튼 빨리 침대에서 나와. 아침밥 먹으러 가자."


"저 아침 원래 8시에 먹어요, 공주님." 스파이더맨은 못 들은 척 이불을 덮고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또 저 어제 아이스 몬스터들 상대하느라 엄청 피곤하걸랑요. 황궁 식당은 9시까지 여니까 전 그때까지 좀 더 잡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어? 어어?? 너 또 자?? 안 돼! 빨리 일어나! 공주의 명령이야!" 안나는 스파이더맨의 팔을 잡고 안간힘을 쓰며 침대에서 끌어내려 했지만 스파이더맨의 몸은 돌사자처럼 무겁게 변해 미동도 하지 않았다. "끄응차아아!! 영차!! 헥헥. 셋 셀 동안 안 일어나면 너 오늘 아침밥 없어! 하나! 두울!!"


"그거 공주님이 결정하는 거 아니잖아요, 주방 식구들이 결정하는 거지." 스파이더맨이 눈을 꼭 감은 채로 대꾸했다.


"아이 진짜 기껏 깨우러 왔더니! 언니, 나 좀 도와줘!!"


마치 진짜 이란성 쌍둥이 남매마냥 실랑이를 벌이는 두 사람을 보고 하염없이 다정한 엄마미소를 짓던 엘사는 양 손을 머리 뒤에 짚으며 능청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주방장이 아침 메뉴로 위트 케이크를 만든다고 했었지 아마...?"


쌩.

순식간에 바람이 방 안을 휘감고 지나가듯 방 안에 큰 태풍이 휘몰아쳤다. 총알처럼 침대에서 튀어나간 스파이더맨 덕에 안나는 침대 아래에 엎어졌고, 뒤로 길게 땋은 엘사의 머리는 마치 소용돌이처럼 엘사의 얼굴을 휘감았다. 두 사람은 어느새 가지런히 정돈되어있는 침대 이불보에 한 번 놀랐고, 화장실 문이 번개처럼 열렸다 닫힌 것에 또 한 번 놀랐으며, 순식간에 샤워와 양치를 끝마치고 말끔한(?) 히어로 슈트 차림으로 문 앞에 서 있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아렌델의 파수꾼 스파이더맨,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완벽하게 끝마쳤습니다!" 스파이더맨이 깍듯이 경례를 올리며 말했다. 그 모습에서 방금 전의 흐트러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자, 어서 식당으로 가시죠!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방을 나서는 스파이더맨의 뒷모습을 어안이 벙벙해진 눈으로 바라보던 엘사와 안나는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한동안 정신없이 웃다가 겨우겨우 목을 가다듬은 엘사는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정돈하고 손을 뻗어 여전히 깔깔대고 있는 안나를 일으켜세운 뒤 스파이더맨을 따라 방문을 박차고 힘차게 스파이더맨을 쫓아갔다. 두 자매에게 한없이 익숙하면서도 스파이더맨의 존재로 인해 한없이 새로워진 아렌델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New Found Glory - Blitzkrieg Bop (Bonus)

https://www.youtube.com/watch?v=seHnWON-MSw

(연속 재생으로 들으면 더 좋습니다)



[07:30~08:30, 아침 식사]

ㅡ하루를 시작하는 데 아침 식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뱃속을 든든하게 채워야 영웅 노릇도 하지.


스파이더맨은 아침 식사로 나온 위트 케이크에 메이플 시럽을 잔뜩 뿌려 정신없이 뱃속으로 집어넣었다. 혈관을 꽉 채우는 메이플 시럽의 달콤함과 케이크에서 나오는 살짝 짭조름한 맛이 어우러지니 정말로 꿀맛이었다. 메이 숙모의 손맛 없이도 이렇게나 맛있게 만들어낼 줄이야. 황실 주방장의 칭호는 괜히 붙은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우걱우걱. 어우, 너무 맛있다. 아주 입 안에서 살살 녹네!" 스파이더맨이 입가에 흐르는 시럽을 티슈로 닦아내며 말했다. "주방장님은 진짜 용하시단 말이야. 어떻게 내가 먹고 싶어하는 것만 골라서 만들어주시나 몰라."


"저번에 네가 위트 케이크 얘기를 꺼냈었잖아. 언니가 그걸 기억하고 주방장한테 특별히 부탁했거든." 안나는 케이크 한 조각을 입안에 꾸역꾸역 밀어넣고는 오렌지 주스를 꿀꺽 들이켜 통째로 씹어삼켰다. "덕분에 나도 맛있는 거 먹네!"


"진짜 잠깐 꺼냈던 건데 그걸 기억하고 계셨다고요?" 스파이더맨은 의아한 표정으로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럼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메뉴만 나왔던 게 다...?


"내가 부탁한 거야.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할 필요 없어. 아렌델의 여왕으로서 우리 영웅님한테 뭐라도 해 줘야지." 엘사는 작접 유리병을 가져와 따뜻하게 데운 우유로 스파이더맨의 컵을 채워주었다. "천천히 먹으렴. 체해서 배탈날라."


"우와, 여왕님께 이런 대접을 받다니 송구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그럼 사양하지 않고 잘 마시겠습니다!" 스파이더맨은 엘사에게 씩 웃어주고는 잔을 들어 우유를 단번에 들이켰다. "크하아. 그나저나 크형은요?"


"아침밥 일찍 먹고 목장 일 도와주러 갔어. 아마 지금쯤 훈련장에 나와 있을걸? 올라프도 같이 있을거야." 안나는 나이프로 위트 케이크를 꾸욱 눌러 한 조각 크게 잘라냈다. 거의 시럽에 절이다시피 한 위트 케이크의 단면에서 갈색 빛의 메이플 시럽이 잔뜩 흘러나왔다. "우리도 얼른 먹고 훈련하러 가자! 오늘은 완전 기운이 넘치는 게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


[08:30~10:00, 아침 훈련]

ㅡ히어로에게 있어서 훈련은 무조건 필수! 튼튼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서른하나! 서른둘! 서른셋! 서른넷!" 가벼운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안나는 준비운동을 끝마치고 첫 번째로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힘차게 몸뚱이를 들어올렸다 내렸다 하는 안나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우와, 나 오늘 완전 컨디션 좋아! 이 정도면 100개는 가볍게 할 것 같아요! 크리스토프, 나 멋있죠!"


"대단해요, 안나. 역시 건강소녀 답네요!" 크리스토프는 큼지막한 간이 덤벨(쇠막대기 양 끝에 무거운 돌덩이를 매달았다)을 끙끙 들어올리며 안나를 향해 칭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도 아직 운동 시작한 지 2주밖에 안 됐으니까 너무 무리는 하지 말구요. 다른 것보다 몸이 제일 소중하잖아요."


"에이, 무리는 무슨. 할 수 있을 때 체력을 키워둬야죠!" 안나는 팔굽혀펴기 속도를 한층 더 높였지만 역시 힘에 부치는지 얼마 못 가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헉헉... 언젠가는 나도 피터한테 지지 않을만큼 강해질 거라구요!"


"껄껄껄. 공주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무리일 것 같습니다만!" 라그나르가 무거운 강철 검을 들고 허수아비를 이리저리 베고 찌르며 말했다. "하이야! 파커 군과 우린 근본적으로! 흐얏! 기초 체력이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하긴 그래요. 저렇게 엄청난 운동을 하고 있는 애를 어떻게 따라잡겠어요."


크리스토프는 훈련장 한쪽의 높은 벽을 쳐다보았다. 접착 능력을 이용해 튼튼한 돌벽에 발을 붙이고 서 있는 스파이더맨은 양 팔뚝에서부터 길게 늘어뜨린 거미줄 끝에 집채만한 돌덩이 두 짝을 달고 공중으로 주먹을 연속해서 내지르고 있었다. 족히 수 톤은 나갈법한 돌덩이들이 스파이더맨의 움직임에 따라 붕 떠올랐다가 내려오는 모습은 기예에 가까웠다. 아니, 생각해보면 스파이더맨이 마치 중력을 거스른 듯 벽에 붙어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예였다.


"우와하하하! 완전 신난다! 놀이기구 타는 것 같아!" 왼쪽 돌덩이 위에 걸터앉아있던 올라프는 돌덩이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통통 튀며 신나게 환호성을 질렀다. "야아아호!! 피터, 더 높게 올려줘!"


"올라프 너 언제 거기 올라가 있었어? 전혀 몰랐네." 스파이더맨은 돌덩이들의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여유롭게 양 팔을 뱅뱅 돌렸다. "여튼 거기서 내려와. 위험하잖아."


"......좋아요, 인정할게요. 저건 절대로 못 할 것 같아요." 안나는 팔굽혀펴기 하는 것도 잊고 넋을 잃은 눈길로 스파이더맨을 올려다보았다. 크리스토프와 라그나르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


[10:00~12:00, 오전 순찰]

ㅡ하루 2번 있는 순찰 중 1차 순찰. 내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미 다들 알고 있겠지만, 스파이더맨의 주요 일과 중 하나는 아렌델 전 구역을 돌며 혹시라도 아이스 몬스터가 나타나지는 않았는지, 시민들에게 필요한 일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휴일이고 자시고 매일같이 하던 일이라 스파이더맨은 거리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에게 일일히 인사하느라 진땀을 빼야 하는 것만 빼면.


"조심해! 저기 스파이더맨이 온다!"


"꺄악, 진짜 스파이더맨이야! 완전 멋있어!!"


"안녕, 우리의 슈퍼스타!"


"스파이더맨, 별일 없죠?"


"안녕하세요 너츠 아저씨! 크리스티앙, 오늘도 열심이네! 마리아 아주머니도 안녕하세요! 별일 없죠, 스티그 씨?"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에 매달려 도시 한가운데를 빠르게 질주하면서도 눈이 마주치는 사람마다 인사를 건넸다. "린다, 리사베트랑 사이좋게 놀아야돼! 또 고양이가 도망치면 말해 줘, 마리안느! 트론드 할아버지도 무리하지 마세요! 안녕하세요. 안녕! 좋은 아침입니다! 반가워요! 안녕!"


휴우, 벌써부터 지치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다니 나도 참 대단하다. 그건 그렇고 다들 날 보고 이렇게 좋아해주다니 뿌듯하네. 여기 온지 3주밖에 안 됐는데 벌써 다들 내 친구가 된 것 같은 느낌이야. 스파이더맨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환호에 연신 헤실헤실 웃으며 아렌델의 하늘로 펄쩍 뛰어올라 공중제비를 넘었다.


~~~~~~~~


[12:00~13:00, 점심 식사]

ㅡ순찰 도중에 잠깐 쉴 겸 해서 점심식사. 오늘은 뭘 먹을까나?


"스파이디! 피터!" 건물들 사이를 총알같이 튀어다니던 피터는 익숙한 목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엘사 여왕이 큼지막한 피크닉 가방을 들고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야! 이쪽 이쪽!"


스파이더맨은 근처에 세워져 있던 간이 종탑에 발을 딛고 휙 뛰어내려 엘사의 옆에 가볍게 착지했다. "여왕님! 마침 잘 만났네요, 점심시간이라 궁전에 가려던 참이었는데. 왜 여기 계세요? 손에 든 그 가방은 또 뭐구요?"


"일처리하고 시간이 좀 남았거든. 안나랑 크리스토프가 올라프 데리고 외식한다길래 나 혼자 남게 돼 버렸어. 그래서 너랑 점심이나 같이 먹을까 해서." 엘사는 손에서 냉기를 뿜어 넓은 공터 한구석에 얼음 테이블과 의자 두 개를 만들어냈다. "내가 직접 샌드위치 만들어봤는데, 생각 있어?"


"여왕님이 직접 만드셨다구요??" 스파이더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완벽한 양반이 요리까지 할 줄 알았나? "세상에, 마다할 이유가 없죠! 여왕님의 샌드위치를 먹게 되다니 영광이예요!"


"우후후, 그래. 얼른 먹자. 나도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었어. 몰래 한 입만 먹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겨우 참고 왔다니까. 어찌나 냄새가 좋은지..."


엘사는 얼음 테이블 위에 피크닉 가방을 올려놓고 그 안에서 커다란 샌드위치를 꺼내들었다. 매우 커다란, 엄청나게 커어어어어어다란 샌드위치였다. 바게트빵 하나를 통째로 사용한 데다 두껍게 썰린 햄을 위시한 치즈, 양상추, 토마토 같은 온갖 토핑이 빵의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어 그 위용이 예사롭지 않은, 그야말로 어메이징한 샌드위치였다. 평범한 샌드위치를 기대했던 스파이더맨은 입이 떠억 벌어졌다.


"저... 여왕님? 이거 커도 너무 큰데요." 스파이더맨이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2인분 맞아요?"


"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토핑을 이것저것 넣어야 맛있을 것 같아서 몽땅 넣었더니 이렇게 돼버렸네." 엘사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혔다. "그치만 너라면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혹시 싫으니?"


"아뇨! 아아아아뇨! 싫기는요! 그럴 리가요!" 스파이더맨은 엘사의 얼굴에 살망감이 떠오르려는 조짐이 보이자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따, 딱 제가 원하던 샌드위치인걸요. 아하. 아하하하하."


스파이더맨은 재빨리 자리에 앉아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씹어삼켰다.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나름 괜찮은 맛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바게트 빵이 좀 딱딱해서 목이 메인다는 것 정도였지만 그래도 봐줄만 했다. 한참을 먹은 것 같은데 샌드위치가 도무지 줄지 않아 난감해하던 스파이더맨은 자신 몫의 조그마한 샌드위치를 꺼내들고 야금야금 먹으면서 뿌듯한 표정으로 스파이더맨을 쳐다보고 있는 엘사의 얼굴을 보고 더욱 많은 양의 샌드위치를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저런 얼굴로 보고 계시는데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남긴다는 건 있을 수 없지.


"어때? 맛있니?"


"꿀꺽. 아, 그, 그럼요! 너무 맛있어서 도무지 질리지가 않네요 그냥. 휴우..."


아, 이러다가 살찌는 거 아닌가 몰라.


~~~~~~~~


[13:00~14:00, 1차 민원 해결]

ㅡ오큰 아저씨네 무역 본부 창고 정리 도와주기. 휴일에도 이런 걸 해야 하다니...


스파이더맨은 남산만큼 커다란 짐꾸러미를 양 손으로 떠받치고 물류 창고를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을 반복했다. 근 수십년은 정리 안 한 것 같은 먼지 그득 쌓인 창고의 물건들을 모조리 알파벳 순으로 정리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큰 창고도 아닌 것 같은데 물건은 왜 이리 많이 들어가는지 모르겠네.


"아이고 숨차라. 휴우." 스파이더맨은 마지막 짐을 내려놓고 허리를 뒤로 쭈욱 젖혔다. "오큰 아저씨, 그나저나 이 상자들 안에는 대체 뭐가 이렇게 많이 들어있는 거예요?"


"유후~ 영업 비밀이랍니다, 친구! 그걸 말해주면 우리 가게의 비법 재료가 들통나잖아요. 으하하!" 오큰은 물품 목록을 체크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아니 음식점도 아니면서 비법 재료는 무슨 비법 재료? "흐음... 그나저나 물품 적재해놓은 생김새가 맘에 안 드는군요. 스파이더맨이 한번 더 수고해 줄 수 있죠? 이번에는 알파벳 역순으로 부탁할게요. Ya?"


"네에???" 스파이더맨은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내가 얼마나 고생고생해서 저걸 다 옮겼는데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내가 아무리 힘이 세도 그렇지, 내 딴에는 엄청 고민고민해서 쌓아놓은 거란 말이야! 우욱. 생각만 해도 아까 먹은 샌드위치가 다시 목구멍으로 올라올 것만 같았다. 


~~~~~~~~


[15:00~16:00, 2차 민원 해결]

ㅡ아렌델 공립학교 학생들의 수업 참관. 근데 이런 것도 민원이라고 할 수 있나?


꿀맛같은 1시간의 휴식은 금방 지나갔다. 오늘 스파이더맨이 참관해야 하는 수업은 체육 수업이었다. 피터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또 자신있는 과학이나 역사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쪽을 좀 더 선호했지만, 랄리아 선생은 아이들이 스파이더맨처럼 튼튼하고 강하게 자라고 싶어한다며 지루한 과목 대신 체육 수업을 도와주기를 부탁했다. 이거 참, 내 진가를 모르시네. 지루한 과목들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줄 수 있는게 이 스파이더맨인데 말이야. 그래도 이왕에 부탁하셨으니 어쩔 수 없지.


젊은 선생 랄리아는 아이들을 운동장에 모아놓고 호루라기를 삐익 불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아, 오늘은 스파이더맨과 함께 단체 줄넘기를 해 볼 거예요! 네 사람이 한 조가 되어서 뛰는 거예요, 알았죠?"


"네에 선생님!" 한 목소리로 대답한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스파이더맨이 근처에 있는 나무 밑둥에 거미줄을 쏘아 즉석에서 줄넘기줄을 만드는 모습을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마치 아기 병아리들을 보는 것 같아 스파이더맨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자, 줄넘기 준비 다 됐습니다! 어느 조가 먼저 해 볼까? 가장 많이 뛴 어린이 친구들은 이 스파이더맨 형아가 웹스윙으로 동네 한 바퀴 돌게 해 줄게!"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이들은 단체로 스파이더맨의 발치로 모여들어 서로 자기가 먼저 하겠다고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당황한 스파이더맨은 아이들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자, 자, 얘들아. 우선은 연습부터 하고!"


"역시 스파이더맨이예요.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열의를 보인 적이 없었는데. 선생으로서 너무 감격스럽네요." 랄리아는 스파이더맨의 곤란해하는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특유의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분간 저 대신 체육수업을 부탁드리고 싶을 정도예요."


"아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이 아이들 좀 같이 진정시켜주시면 안 될까요? 제 발 아래로 너무 몰려들어서 넘어지기 직전-와악!!" 스파이더맨은 어린아이 하나가 자신의 발을 실수로 밟자 아파서 통통 뛰다가 중심을 잃고 제자리에 넘어졌다. "직전이 아니라 넘어졌네요..."


스파이더맨이 힘빠진 목소리로 말하자 아이들과 랄리아가 함께 깔깔 웃었다. 그래, 뭐. 애들이 이렇게 웃어주는데 내가 넘어진 게 대수냐. 근데 누구라도 나 좀 일으켜주면 참 좋을 텐데.


~~~~~~~~


[17:00~19:00, 오후 순찰]

ㅡ오후에는 아이스 몬스터들의 출현율이 더욱 높아지니까 더욱 경계를 철저히 할 것!


촤라락.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이 다시금 허공을 갈랐다.

2건의 민원을 해결하고 몇가지 잡일들도 도맡아 하면서 또다시 수많은 아렌델의 시민들에게 호감도를 적립한 스파이더맨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두 번째 순찰을 돌았다. 지이잉 하는 소리를 내며 렌즈가 움직이자 마스크에 장착된 HUD가 아렌델 이곳저곳에서 움직이는 시민들을 감지하고 그들 개개인의 위치를 눈앞에 표시해주었다. 미리 북동쪽 숲에 설치해놓은 거미줄을 감시하는 경비병에게서 신호가 오지 않는 것을 보니 아직 아이스 몬스터는 나타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이스 몬스터들이 아렌델을 습격해오는 빈도는 상당히 들쭉날쭉했다. 어떤 때는 일주일 이상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때는 3일 연속으로 나타나는 때도 있었고, 또 아주 가끔이지만 어떤 때는 갑자기 많은 수의 아이스 몬스터들이 몰려오는 일도 있었다. 스파이더맨은 후자의 2가지 경우의 수를 겪어봤기에 언제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행여나 자신의 경계가 해이해져서 단 한사람의 희생자라도 나오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되니까. 그렇지만 스파이더맨도 사람은 사람인지라 이틀 연속으로 아이스 몬스터들의 습격을 막아내고 나니 심신이 피로했다. 오늘만큼은 나타나지 않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아무리 잘 훈련된 히어로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꼬르르륵. 스파이더맨의 배가 밥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내 위장도 참 신기하지. 그렇게 엄청난 크기의 샌드위치를 목구멍 꽉 차게 집어넣었으면서 밥 때가 되니까 이렇게 배가 고파지다니."


스파이더맨은 또다시 혼잣말로 중얼거리고는 스마트워치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6시 50분. 딱 저녁 먹기 10분 전이었다. 좋았어! 마침 배고팠는데 잘 됐다. 얼른 성에 돌아가서 따뜻한 스튜를 먹고 푹 쉬어야지. 오늘은 밥 목고 나서 잠깐 쉬었다가 가족 게임을 한다고 했었지 아마? 굉장히 신나는 하루의 마무리가 되겠어. 다들 내 예능감을 보면 깜짝 놀랄걸.

그렇게 순찰을 마무리짓고 식사를 하러 가기 위해 아렌델 성을 향해 웹 슈터를 겨누는 그 순간-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갑자기 도시 곳곳에 매우 빠르고 귀에 거슬리는 종소리가 연속해서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북동쪽 숲 거미집을 감시하고 있던 경비병이 뭔가를 발견했는지 다급하게 간이 종탑에 올라가 종을 두들기고 있었다. 8번 울렸다가 멈추고, 8번 울렸다가 멈추고. 라그나르가 가르쳐준 신호 해독법에 따라 이 신호를 해석하자면 지금 북동쪽 숲 안에 4마리의 얼음 괴물들이 주둔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스파이더맨의 완벽한 하루 마무리 계획은 그렇게 물거품이 되었다.


"아, 젠장." 스파이더맨은 얼굴을 감싸쥐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


[19:00~20:00, 저녁 식사(취소), 아이스 몬스터 상대로 전투]

ㅡ젠장 젠장 젠장 젠장.


오늘 아렌델 왕국을 찾아온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은 4마리의 얼음 원숭이들이었다. 거의 고릴라 비슷한 덩치를 지닌 원숭이들은 안 그래도 저녁때라 어두운데 나무들의 그림자에 가려 칠흑같이 시커매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숲 속을 자유자재로 쏘다니며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다녔다. 원숭이들의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숲 속에 온통 메아리쳤다.

평범한 히어로라면 원숭이들의 위치가 어디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쉽사리 당하겠지만, 이 원숭이들은 두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스파이더맨에게는 동작 감지 센서가 있어 이미 원숭이들의 위치는 파악이 끝난 상태였고, 스파이더 센스로 공격이 어디서 날아올지까지 다 예측할 수 있으니 이들을 처치하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저렇게 자만심 넘치는 웃음소리를 내다니, 바보들이라니까.


"내가 웬만하면 악당들한테는 이런 말 잘 안 하는데, 너희들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니니?" 스파이더맨이 강철 건틀릿으로 자신을 향해 돌격해오는 얼음 원숭이의 머리통을 깨부수며 말했다. "아니, 나 지금 밥 먹으러 가던 길이었단 말이야. 밥 먹을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옛날 말 못 들어봤어? 아무리 악당이래도 매너는 좀 지키는 게 어때?"


"KUAAAAAAAAAA!!!!" 원숭이들은 대답 대신 스파이더맨을 위협하는 듯 목구멍에서 가래 끓는 소리를 내뱉었다.


"뭐? 지킬 생각 없다고? 좀 너무한데. 잘만 대답하면 너희들 중에 하나는 살려서 보내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스파이더맨은 어깨를 으쓱했다. "상관 없지 뭐. 너희를 전부 해치우면 아렌델 사람들도 더 안전해질 테니까. 근데 매너 안 지킨다고 말한 건 너희가 먼저다. 그러니까 나도-"


촤라라락. 스파이더맨의 웹 슈터가 세 가닥의 실을 한번에 뿜어냈다. 공중으로 도약한 세 가닥의 얇은 거미줄은 나무 위에서 스파이더맨을 위협하고 있는 원숭이들의 머리에 정확히 들러붙었다. 원숭이들이 깜짝 놀라 발버둥을 치자 스파이더맨은 씨익 웃으며 거미줄 세 가닥을 손에 쥐고 한번에 홱 끌어당겨 원숭이들을 나무에서 떨어뜨렸다.


"-매너 안 지키고 막 싸울 거라고!!"


퍼버벅!!

검은 숲 속에 무언가를 때려부수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짐과 동시에 수천 조각으로 나뉜 얼음 원숭이들의 몸뚱아리가 눈송이처럼 흩뿌려졌다.


~~~~~~~~


"휴우, 겨우 끝냈네. 그래도 꽤 오래 걸렸어."


스파이더맨은 아픈 어깨를 이리저리 돌리며 아렌델 성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배는 미친 듯이 고프고 온몸이 뻐근했다. 원숭이들을 처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전투의 영향으로 끊어진 거미집을 다시 복구하는 데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스파이더맨은 저녁 8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아렌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늘상 있는 일이지만 오늘은 왠지 다른 때보다 더 피곤했다.


"지금쯤 다들 저녁 식사를 끝마치고 방에서 쉬고 있겠지. 스튜는 지금쯤 다 식었을 테고. 뭐 괜찮아, 다시 데워서 먹으면 되니까." 스파이더맨은 어느새 또다시 혼잣말을 중얼거라고 있었다. 이번 혼잣말은 이전 것보다 훨씬 길었다. "그러고 보니까 여왕님이 가족 게임에 늦으면 안된다고 당부하셨었는데... 아이스 몬스터랑 싸워서 늦은 건 이해해 주시겠지 뭐.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서 돌아오는 애를 어떻게 혼내겠-어라?"


주린 배를 움켜잡고 걷고 있던 스파이더맨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딱 봐도 수상쩍어 보이는 두 형체가 검은 도포를 뒤집어쓴 채 뒤뚱거리며 병영 막사들을 지나쳐 수비대 사령실을 향해 뒤뚱뒤뚱 걸어가고 있었다. 워낙에 덩치들이 하나같이 커서 그런지는 몰라도 먹물에 염색한 듯 시커먼 천을 뒤집어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둠 속에서도 너무나 잘 보여서 이게 위장을 한 건지 아니면 끔찍한 할로윈 코스튬을 입은 건지 분간이 안 갈 지경이었다.

두 형체중 하나가 수비대 사령실 건물 한구석에 있는 열린 창문을 발견하고 끙끙거리며 몸을 집어넣었다. 먼저 위로 올라간 형체는 다른 한 형체가 쉽게 올라올 수 있도록 손을 뻗어 끌어당겨주려다 그만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둘이 함께 창문 너머로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매우 큰 쿵 소리가 사령실 건물 내부에 울려퍼졌다.


".......어휴, 이건 또 뭔 시추에이션이다냐." 스파이더맨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진짜 웃기지도 않는 스파이들이네. 내가 쟤들을 잡지 않으면 누가 잡으리."


스파이더맨은 텅 빈 병영 막사들 사이로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귀가는 좀 더 늦춰질 모양이었다.



ULTIMATE SPIDER-MAN

FROZEN WEB

챕터 21 - 평범하디 평범한 아렌델의 하루

추천 비추천

21

고정닉 13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5489555 역시 세상의 모든 진리가 담겨있는 겨울왕국 ㅇㅇ(222.107) 05.29 28 0
5489554 대석열 샤라웃 뭔지 ㅋㅋㅋㅋㅋㅋ [1]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46 0
5489552 군모닝 [3]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49 0
5489551 겨울왕국 재개봉을 왜 봄 [4]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78 0
5489550 칩병호ㅋㅋㅋ [1] ㅇㅇ(221.152) 05.29 37 0
5489549 대 퀸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19 1
5489548 엘ㅡㅡㅡㅡㅡㅡㅡㅡㅡ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23 1
5489547 엘-시 [1] ㅇㅇ(183.107) 05.29 33 0
5489546 엘-시 ㅇㅇ(118.235) 05.29 21 0
5489545 엘시이이이이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20 1
5489544 지방에 겨왕 재개봉하면 보러갈 의향 있음 [7] ㅇㅇ(221.152) 05.29 58 0
5489543 와 나 오늘 엄청나게 나쁜 말 배움 [4] ㅇㅇ(222.107) 05.28 62 0
5489542 이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20 0
5489541 졌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21 0
5489540 한화 화이팅! [3] ㅇㅇ(223.39) 05.28 46 0
5489539 코코 재개봉한다!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52 1
5489538 오늘따라 기념시 글 다 놓치네 [1] ㅇㅇ(118.235) 05.28 30 0
5489537 어릴때 교복연애 못해본게 너무 한이된다 [7] ㅇㅇ(124.57) 05.28 79 0
5489536 코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18 0
5489534 빠르쉐 살라그랬더니 [5]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61 0

게시물은 1만 개 단위로 검색됩니다.

갤러리 내부 검색
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