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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독서가가 쓰는 양산무협 11

다정독서가(211.216) 2007.08.25 10:27:12
조회 163 추천 0 댓글 3

13. 계속된 변명은 폭력을 부른다.

하지만 은비령은 쉽지 않은 여자였다.
난 허벅지를 쓰다듬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그녀의 고의끈에
손을 대는순간 그녀의 무시무시한 주먹질에 한쪽 얼굴을 얻어맞고,
목이 돌아갈 뻔 하고서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잃으면서, 난 또 죽음을 예감했지만- 그녀와 있으면서는 늘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데, 실제로 그녀와 만난지 한두시진도
안되어서 난 시체의 밭을 걷고 있었다.-그녀는 나는 얻어터지긴
했지만, 죽지는 않았다.


"아직, 가가의 피가 채 식지도 않았다...그대가 내게 처음으로
사랑이란 말을 해준 남자라고 해도, 아직은 안돼...
흥, 어차피 살고 싶어서겠지만...널 죽이진 않아...
넌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남자를 빼앗아간 남자니까...
그건 변하지 않아. 그대가 날 사랑하는 마음이 진정이라고해도
내겐 아직 내가 사랑했던 남자의 마음이 더 크니까
아직은 널 용서할 수가 없다."


정신을 잃으면서도 난 그녀가 조금쯤은 멋있어 보였고,
좀 더 미안해졌다. 그녀에게 들켜서 죽을까봐 순간을 넘기기위해서
마국주의 목을 내리쳐버렸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마국주는 내 자존심을
긁은 것을 제외하면 전혀 내게 잘못한 것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명백히 내가 잘못한 일이기는 하다.
자기들만의 잣대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버린 "소림"이나
내 한 몸 살아보자고 다른 사람의 목을 쳐버린 나나 무슨 차이가 있나 싶어서
난 내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졸지에 한평생의 반려를 잃은
은비령에게 미안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내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서였다.
동굴인 것 같았다. 깜깜하고 서늘한 느낌에 눈을 떴는데, 은비령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난 도망을 가려고 틈을 보다가 곧 포기했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는데다, 내 걸음으로 도망가봤자, 곧
은비령에게 잡힐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은비령을 찾으려고 이리저리를 좀 돌아다녀봤지만, 도무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은 것은 배가 무척
고프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난 오늘 아침부터 거의 먹은
것이 없는채로 엄청난 일들을 겪어왔다.
도망자가 된 이후로 굶는 것도 이력이 났지만, 그래도 정신적 피로감이
심한 오늘같은 날은 역시 배라도 든든해야 하는 것이다.


동굴은 무척 길었다. 어쩌면 은비령이 나를 가둬두려고 진법같은 걸
사용했는지도 몰랐다. 난 한쪽으로 천백걸음이나 걷다가 그냥 계속
동굴이 나오길래 두려워져서 다시 반대편으로 천 백걸음을 걸어
원래 내가 있던 위치로 돌아왔다.
"은소저, 은소저, 은소저"
은비령을 계속해서 불러봤지만, 은비령은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 것이 더 두려웠다.
그녀가 있을 때는 그녀가 무서웠지만, 적어도 그녀 이외의 다른 상황은
무섭지가 않았는데....그녀가 사라지고 나자마자
혹시 그녀가 나를 굶어죽이려고 여기에 버려두고 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도 없는 동굴에 내 목소리와 숨소리가 울려서
꼭 짐승들이 나를 찾아올 것만 같았다.
나같은 건 한입거리도 안되는 늑대나 들개무리가 눈을 빛내면서
내 살을 뜯어먹을 생각을 하니까 진짜로 무서워졌다.


은비령이 돌아온 것은 내가 숫자를 만천오백이십육까지를 셌을 때였다.
내가 수를 센 것은, 도망다닐 때 마음이 진정되지 않거나 좁은 곳에서
웅크리거나 할 때 제일 심심하지 않는 놀이방법이 혼자서 숫자를
세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수를 세는 일은 사람을 침착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난 은비령이 무척 반가웠다.
다가가서 은소저!!를 외치면서 그녀의 허리를 안으려다가 난 다시
한방을 얻어터졌다. 약한 내 몸상태를 알았는지, 그녀는 이번에는 잘
조절해서 때린 것인지 맞는데도 이력이 붙은 것인지 난 이번에는
쓰러지진 않았다. 그저 맞은 부분이 좀 욱신거렸을 뿐..


"먹어라. 주변에 도무지 먹을 것이라곤 없어서 좀 시간이 걸렸다."
"은소저는 식사를 하셨소?"
"난 삼일동안은 아무것도 먹지 않을 생각이니 너나 먹어라"
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국주일은 다시 한 번 사과드리오, 솔직히 눈이 뒤집혀서, 당신에 대한
욕심에 눈이 멀어서 일을 쳤지만, 내 욕심과 사랑을 위해 한 사람의
목숨을 해쳤다는 건 정말로 잘못된 일이니까...
하지만, 당신이 음식을 먹지 않겠다면 나도 먹지 않겠소.
좋아하는 여자가 쌀 한톨도 먹지 않고 있는데, 아무리 부실하다고해서
남자가 되어서 굶는 사람을 옆에다 두고 입에 음식이 넘어가겠소.."


"주절거리지 마라. 그냥 먹으라면 먹어라. 네 따위가 너같이
난봉꾼자식이 밥을 한끼 먹던 안 먹던 전혀 상관없지만, 넌
쉽게 죽어서는 안되는 놈이니까. 굶겨죽여서는 제대로 된 복수도
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쳐먹으라면 먹으라는 말이야.."


아미파제일고수라는 그녀의 성난 기세는 나같이 심장이 작은 놈에겐
살인무기나 다름이 없었다. 난 심적으로 큰 손상을 입고,
강제로 입을 벌려서 음식을 집어삼키게 되었다.
그 때의 내 위치는 사육당하는 인질정도랄까 그정도밖엔 되지
않았다.


"은소저, 여기는 어디오?"
"표국의 뒷산이다. "
"아니 표국의 뒷산에 이렇게 깊은 동굴이 있었단 말이오..
산이라고 해봤자 몇 뼘되지도 않을 산이던데.."

"여긴, 표국의 마지막 도피처다. 기관때문에 너같은 놈은
혼자선 죽었다 깨나도 못나가니까. 도망가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아
넌 내손으로 죽여야 하니까, 기관진식에 죽어버리면
가가의 제단앞에 바치지도 못하는 제물이 될테니까...."


동굴의 한쪽벽에서 수강으로 바위를 좀 잘라내더니 은비령은
돌로된 위패를 깍기 시작했다.
"대력패권 마일충신위"를 손가락으로 새기더니 한쪽 구석에 모셔놓고는
혼자만의 장례를 치르기 시작했다.
흐흐흐흐흑...흐흐흑...아아아


말도 않고 그녀는 그저 위패를 모셔놓은 제단을 바라보면서 하염없이
울 뿐이었다.
그녀가 그를 사랑한 것은 분명한데, 왜 결혼한 마국주를 두고서,내게
자신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말한 남자라고 한 것일까가 궁금해졌다.

제기랄, 미친 걸까...
나를 죽이려고 했고, 그녀의 남편을 내가 죽였으며, 지금도
언제든 나를 죽일 수 있는 그녀가, 아미제일고수인데다
얼굴은 박색인 그녀가 우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얼굴자체는 흉했다.
울어서 원래 투실투실 살이 붙은 볼이 더 부풀었고, 눈역시 부어서
정면에서 봤을 때는 눈동자가 흰자위 검은자위가 다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기를 사랑하지도 않은 남자를 위해 펑펑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성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난 그녀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은소저, 그만 울어요. 운다고 돌아오지 않아요. 내가 죽어서
마국주가 살아온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거 은소저도 알잖아요. 힘을 내요. 내 이야기좀
들어볼래요....난 천하에 제일 쌍x이었어요. 어릴 때 안 친 사고가
없었고, 안피운 말썽이 없었죠... 난 잡이 답답해서 18살때 가출을 했었어요.
그리고 25살이 될 때까지 뒷골목 왈패생활을 했어요.
쓰레기 같은 인생이었어요. 도무지 인간같이 살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다 어쩌다 한몫 쥐게되서 난 고향으로 돌아왔죠..
아버지 어머니에게 사람대접을 받고 싶었거든요.
못난 아들도 인간이다, 앞으로는 잘하겠다 결심을 했었어요..
숭산아랫 마을에서 향화객들에게 작은 기념품을 파는 아버지의
노점을 찾아가다 난 한 노승과 동행을 하게 되었죠...



계속 흐느끼는 그녀에게 난 내가 어떻게해서 강호제일공적이 되었으며
아직도 도망자의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나직하게 이야기를 해줬다.
나같은 삶도 있으니까 용기를 내라는 의미에서였다.
은비령은 갑자기 내게 고개를 확 돌리면서 말했다.


"그래서...그런 이유가 니가 우리 가가를 해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해"
무공을 전혀 모르는 내가 봐도 나따위가 한대 맞으면 죽을 것같은
기운이 그녀의 검지손가락에 어리기 시작했다.
난 2-3초만 있면 바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내 머리가 산산히
부서지는 걸 느껴야 한다는 생각에 꼴깍 침을 삼켰다.
제기랄, 그러게 죄짓고 살아서는 안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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