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집에 있던 영웅문 3부작이었습니다.

중딩때였나 올백머리에 수염을 기른 지금 생각하면 곽정으로 추정되는 아저씨 얼굴이 떡하니 그려진...

고려원판 사조영웅문을 시작으로... 3부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갔죠...

진짜 밤새 읽었을겁니다. 영웅문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 2부를 최고로 꼽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전 3부가 좋았습니다.

일단 장무기의 영웅같지 않은 우유부단함과 인간적인 면모가 제 자신과 닮아보였고

수많은 여인들과 염문을 뿌리고 다니는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꼈으며

무엇보다 광명정 싸움이 간지였습니다... 진짜 혼자서 구대문파와 맞장뜨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오래 남네요...

상대적으로 2부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암울했고

1부의 주인공과 2부의 주인공간의 갈등이 계속 야기되었으며

여주인공은 관광타고 남자 주인공은 장애인 크리...

정말 어린 마음에...우울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2부같은 경우 마지막권인 6권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지나고 나서야 다른 루트로 빌려 읽었는데 그래서 흐름이 끊긴 탓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진산님은 영웅문 3부작을

정-반-합으로 보시기도 하던데

1부의 반듯하면서 우직한 영웅 곽정이 正

2부의 세속의 예의나 질서 따위는 무시하면서 곽정과 대립하는 양과가 反

3부의 가장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아있으면서 오히려 주지약, 조민같은 여주인공보다 영웅적인 면모는 부족한
          친구같은 장무기가 合


여튼 영웅문 3부작은 중무니 한무니를 떠나서 제 인생 최고의 무협이었고

아마도 앞으로도 바뀌지 않으리라 봅니다.

영웅문 3부작은

마치 은리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장무기를

장성해서 다시 만난 장무기와는 별개의 존재로 인식하는 것 처럼

제게 있어 어린 시절 읽었던 영웅문 3부작은

그 이후에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작품입니다...

뭐 지금 생각하면 추억이기도하고

이제는 감수성이나 무협에 대한 애정이 식은 상태라 더할 듯 합니다.

여튼 쓰다보니 너무 기네요;;

다음에 또 뻘글쓰고 싶으면 쓸께요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