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협이라고 뭐 다르나? 김용을 읽다보면 감정 이입이 너무 잘 된다. 왜? 김용의 소설속의 문제의식은 현실에 대한 리얼리티의 반영이기 때문이지-- 쉽게 비교해 보자.

영웅문 2부에 해당하는 신조협려와 용노사의 군림천하를.. 이 두작품 중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깊이로 따지면 김용의 신조협려가 으뜸이다.

신조협려의 주인공 앙과가 처한 현실은 지극히 리얼리티한데, 그가 처한건 사회적 윤리와 금기 또는 죄의식과 욕망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림천하의 진산월은 어디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가? 아마 용노사의 독보건곤이 그 정도치의 성취를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으나, 넘어섰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김용은 끊임없이 윤리와 금기와 욕망과 죄의식을 천작하여, 그 문제를 각기 소설속의 영웅들 속에 녹아내고 있다. 마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깊이 연구한것 처럼 보이기도 하다. 영웅문의 세 작품은 각기 다른 주인공을 내세워서 욕망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녹정기에서의 위소보도 소오강호의 영호충도.. 특히 천룡팔부의 단예의 경우는 아버지의 금기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대한 극적 묘사를 아주 뛰어나게 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서 얻는건 아버지의 금기와 사회적 윤리에 갇힌 주인공들에 대한 독자들의 감정이입이다. 기실 리얼하게 보이는 좌백보다 김용의 비 리얼하게 보이는 묘사를 내가 더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 리얼하게 보이는 극이 바로 현실의 무의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가 바로 근친상간의 무의식을 보여주고 있듯이 말이다.

김용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그 안에서 스러지며, 어떻게 그것을 뛰어넘는가를 놀라운 필체로 우리에게 오려서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나도 나름 기대를 거는 작가가 있다. 바로 진산의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