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서애 류성룡은 전주이씨 종실 이경의 딸 전주이씨와 결혼해서 류위, 류여, 류단을 낳았고

인동장씨와 재혼하여 류진, 류초, 류첨 세아들을 낳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문집에 보니 류초 공과 류첨 사이에 아들이 한 분 더 계셨던 것을 알게 되었다.

이름은 류균이며 1588년에 태어나 1604년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인데

1604년이면 서애의 말년에 해당되고 징비록이 완성된 해이다.

또 나라에서 전쟁이후 논공을 헤아려 호성공신, 선무공신을 정한 해이기도 하다.

류균 공이 나에겐 종 13대조에 해당되는 셈이다.

당시의 서애 선생 집안의  잇다른 죽음들을 발견하고 서애의 심경을 감히 헤아려보자면 너무 심정이 미어진다.

子 男哀詞

汝今捨我去 (여금사아거) 네가 지금 나를 버리고 가니
一言與汝訣 (일언여여결) 한 마디 말로 너와 영결하는구나
人生在世間 (인생재세간) 인간의 생명도 세상 속에서 존재하는 것인데
脩短固不一 (수단고불일) 길거나 짧거나 인생들이 진실로 한결같지 않구나
汝年纔十七 (여년재십칠) 네 나이 겨우 열일곱살 밖에 안 되고
純明有異質 (순명유이질) 순수하고 총명함으로 뛰어난 자질이 있었는데.
一疾困枕綿 (일질곤침면) 한 번 병든 후 병석에서 오래 괴로워하다가
遷化爲異物 (천화위이물) 죽어서 다른 세상 사람이 되었구나.
新盡火卽滅 (신진화즉멸) 섶이 다 타야 불도 곧 꺼진다는
達者有是說 (달자유시설) 현달한 사람의 말도 있지만.
汝薪未應盡 (여신미응진) 너의 섶은 미처 다 타지도 않았는데
火滅寄何處 (화멸기하처) 불이 꺼졌으니 어디에 의탁할거나.
薪沈付冥漠 (신침부명막) 너를 장사지내 저승에 보내노라
忍堀荒山土 (인굴황산토) 슬픔을 참으며 거친 산의 흙을 파내어
埋此連城壁 (매차연성벽) 긴 성벽 아래에다 묻었네.
吾衰亦已甚 (오쇠역이심) 나 또한 이미 매우 쇠약해져
能作幾時別 (능작기시별) 거의 떠날 때가 되었구나.
無忘今世緣 (무망금세연) 금세의 인연을 잊지 말아
更結來生業 (경결래생업) 다시금 다음 생애도 부자(父子)의 인연을 맺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