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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세계로 가서 수인 만나는 이야기 (11)

새벽의 점갤러(125.182) 2024.04.16 02:22:12
조회 90 추천 16 댓글 2

지난화 보기


--


‘...예상은 했다만 역시나 신전에선 나를 찾고 있었다.


나는 제니스의 꼬리를 당겨 제니스를 불렀다.


뒤돌아 나에게 무슨 일이냐 물어보는 제니스에게 내가 주운 종이를 보여주자, 제니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제니스도 모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마을주민들 몰래 찾고 있다가 최근에야 공개적으로 찾는다는 종이를 뿌리는 것 같았다.


...나는 얼굴을 감싸던 천을 양손으로 단단히 가린 채로 바닥을 쳐다보며 바로 앞에 있을 숲 입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내가 빠른 걸음으로 앞서가 버리자, 제니스가 뒤늦게서야 나를 따라와 앞을 인도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숲속을 걸어 올라왔다.


(쿵 - )


제니스가 사온 식재료들을 한 곳에 보관하기위해 주방으로 간 사이에 나는 어딘가에라도 앉고 싶은 마음에 일단 침대 위로 걸터앉았다. 공고문에 쓰여 있던 문구가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산 채로 포획해 오되 그럴 수 없다면 죽이십시오.‘


...어쩌면 그동안 제물로 바쳐진 아이들도 모두 여기로 이동되었던 거라면?


아이들도 모두 그 신전 안에서 누군가에게 목숨을 잃은 거였다면?


나는 언제까지 여기에서 숨어 살 수 있을까?


나 때문에 괜히 제니스가 피해를 보는 건 아닐까?


...머리속에서 수많은 질문과 걱정이 휘몰아친다.


정리를 다 마친 제니스가 내 옆으로 와서 같이 앉았다. 나는 두 다리를 모아 굽혀 무릎을 가슴팍에 댄 채 양팔로 다리를 감쌌다.


“제니스, 신전은 어떤 곳이야?”


내 물음에 제니스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신전은 나에게도, 마을주민 모두에게도 비밀에 싸인 존재야.”


“다만 내가 기억하는 건, 우리 마을이 홍수나 가뭄으로 인해 힘들 때면 언제나 신전에서 식량과 물자를 나누어주곤 했다는 것 뿐.”


“다들 그 식량과 물자의 출처에 의문을 가졌지만 당장 자신들을 도와주겠다는데 그런 것에 하나하나 의문을 품을 새가 없었지.”


“그렇게 마을이 다시 정상화가 되어갈 때면 신전은 어느샌가 다시 입구를 걸어 잠그고 다시 조용해졌어.”


“신전 입구를 지키는 경비병들도 마을주민 출신이 아니라서 궁금한 점을 물어봐도 비밀이라면서 아무것도 답해주지 않았지.”


“나도 어렸을 적에 신전에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어. 물론 그렇다고 너를 신전에 넘겨버린다는 소리는 아니야.”


제니스는 말하다 말고 내 양어깨에 팔을 걸쳤다.


“...다시 네가 없는 삶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그럴 맘이 안 생기더라.”


“하하..웃기지? 같이 지낸 지 이제 겨우 일주일 지났는데 벌써 너랑 헤어지기가 싫다?”


그리곤 나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너랑 헤어지기 싫어.”


끌어당기는 힘이 얼마나 강한 건지 가까이 붙다 못해 자석처럼 착 달라붙은 상태가 되었다.


나도 몸을 돌려 그대로 제니스의 품에 안겼다. 언제나 그랬듯 제니스의 품 안은 나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이나 따뜻했다. 나는 제니스에게 안긴 채로 눈만 조금 뜬 다음 말했다.


“너는 왜 나한테 잘해줘? 나는 네게 아무것도 보답해 주지 못하는데, 너는 왜 나에게 모든 걸 다 베풀어주는 거야?”


“난...나는...!”


제니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를 생각하니 갑자기 울음기가 북받쳐 올라 말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제니스는 조용히 꼬리로 내 허리를 감싸주었다.


그리곤 내가 하려는 질문이 뭐였는지 알고 있었다는 듯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줬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해주는 것에 이유가 필요해?”


“그냥...네가 좋으니까 내 모든 걸 너에게 줘도 아깝지 않았어.”


“그리고 겨우 일주일이었지만 넌 내게 많은 걸 알려줬어.”


제니스가 양팔로 내 등을 가볍게 감싸안아 주었다.


“누군가와 함께 잠을 잔다는 게 얼마나 따뜻한지를,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게 얼마나 외로웠던 건지를, 아침에 눈을 뜨면 나를 반겨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줬어.”


“네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것들이야.”


갑작스러운 제니스의 고백에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안겨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여주기엔 너무 부끄러웠으니까.


그렇게 제니스의 가슴께에 얼굴을 묻은 채로 웅얼거리듯 말했다.


“...언제부터 날 좋아했어?”


“...너를 신전에서 구해서 집까지 업어온 그날부터.”


거의 처음부터라는 소리였다.


“신전에 쓰러져있던 너를 내 집까지 데려와 침대에 눕히고 나서야 네 얼굴을 처음으로 봤어.”


“그리고 그때부터 무언가가 내 안에서 타올랐지. 그때는 그게 뭔지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를 지켜주겠다는 다짐이었는지도 몰라.”


나를 감싸던 꼬리가 조금이지만 흔들리기 시작했다.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감정이 그대로 꼬리에 묻어 나오고 있었다.


“하하...막상 말하고 나니 부끄럽네. 하지만 속은 시원해졌어.”


급격하게 어색해진 우리 둘 사이에 뭔지 모를 오묘한 기류가 흘렀다. 나도 무언가 대답을 해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니스가 선수치듯 말했다.


“내 고백에 대한 대답은...내일 일어나서 들을게.”


“만약에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내일 내가 눈을 떴을 때 내 앞에 있어 줘.”


“그게 아니라면...”


잠깐 제니스가 조용해지더니 이내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 곁에 있어 줘.”


제니스는 말을 다 마치더니 나를 끌어안은 그 상태 그대로 옆으로 누웠다.


“...잘 자.”


“...제니스도 잘 자.”


그렇게 나도 제니스도 한참이나 잠을 못 이루다가 잠에 들었다.


밤이 지나간다.


--


이번회차는 2000자 살짝 오버 된 분량


끊기가 힘들었다...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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