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관객/시청자와의 소통입니다.

특히 제 자신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시청자이기에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인데, 이제까지만 해도 애니메이션 제작자와 관객 사이에는 접점이 거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자는 그냥 작품을 만들고 시청자는 이걸 보고 그런 식으로요.

제가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여러 곳 다니면서 들은 이야기는, 애니메이션 하시는 분들은 성격적으로 파고들어가는 성향이 강하다고들 합니다. 그러니까 하나에 집중하는 것은 잘 하지만 주변을 잘 둘러보지 못한다는 소리가 되겠죠. 그런 게 인간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모양인지 같은 영상물 쪽인 영화계는 사람들끼리 자주 왕래하고 만나고 교류하고 하는데 애니메이션계는 그렇다는 이야기를 잘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다른 회사에서 무슨 작품을 하는지 잘 아는 것 같지도 않고요.

(살짝 빗겨가자면 저는 애니업계 계신 분들이 타회사 작품이나 독립애니계 작품 같은 것도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셔서 많이 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떤 회사는 그런 걸 권장하는 곳도 있다고 하던데....)

아무튼 그런 분위기 탓인지 그동안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시청자하고도 소통을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야 여기저기 다니고 해서 이런저런 사람들 많이 만나고 다녔지만 보통은 방송사에서 만들어 주는 작품 공식 홈페이지조차 시청자의 질문에 답변이 안 달려 있는 경우가 많았으니깐요.

하지만 앞서 댓글에서 말했듯이, 작품을 만들어 내놓고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소통이라고 한다면 굳이 작품으로서 소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청자와 블로그든 트위터든 페북이든 여러 가지 창구를 이용해서 소통하는 것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청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고 그걸 작품에 반영할 수 있고, 시청자는 자기가 좋아해주는 것에 대한 반응을 볼 수 있으니 작품에 대해 더 흥미가 생기고요.

다행히 최근에는 조금씩 이런 부분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인데, 개인적으로 최근에 가장 눈여겨 본 예가 동우A&E의 꿈의 보석 프리즘스톤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제까지 동우가 만든 작품들 대부분은 그냥 TV방영 이상의 뭔가가 없었죠. 따로 블로그가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청자게시판이 활발하게 이용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프리즘스톤에 들어서 인터넷에서 블로그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하고 시청자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해서 내놓기 시작했는데, 애니메이션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오후 4시 방영이라는 불리한 시간대를 가졌음에도 (실제 시청률은 1%도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네이버의 TV만화 일간검색어 순위 10위권 내에까지 들어갔던 걸 보면요.

반면 여기에서 명작이라고 이야기되는, 같은 제작사의 '내 친구 해치'는 방영동안 500위권 위로 올라왔던 기억이 없는 것 같아요. 과연 프리즘스톤이 공식블로그를 통한 소통이 없었어도 그만큼 인기가 있었을까요? 만약 그냥 덩그러니 SBS랑 케이블 방영만 하고 말았다면 이후에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아이엠스타에 밀려서 그냥 사라져 버렸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보면 프리즘스톤은 아이엠스타 방영 이후 많이 주춤했지만 아직까지도 건재하죠.

저는 제작사들이 좋은 기획력을 가지고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거니와, 시청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만든 사람이 제가 좋아해주는 반응에 대답해 주는 거, 그건 시청자 입장에서 굉장히 짜릿한 경험이에요. 그런 경험 때문에 시청자는 작품에 대한 충성심이 더 높아지고 제작자는 시청자의 반응을 보면서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에 다음 작품을 더 주도면밀하게 준비할 수 있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