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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훈 에세이] 현실로 다가온 엑스포의 꿈

운영자 2006.01.31 13:01:58
조회 2399 추천 0 댓글 6

  3. 평화, 멀고도 험한 길

  
현실로 다가온 엑스포의 꿈

  내가 본격적으로 엑스포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올림픽 개최가 결정되자마자부터였다. 박정희 정권 당시 행정 수도 이전 후보지는 여러 곳이었지만 나는 우선 연기군 장기면으로 후보지를 선정하여 내 자신이 직접 도시 설계를 한 바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대전을 발전시킬 도시 계획을 입안하면서 엑스포가 가능한 공간으로 대덕연구단지 안에 있는 우성이산 남쪽 도룡 지구를 꼽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 지구는 대전시의 중심부로 계획한 둔산 지구의 문화 예술 단지와 마주 보도록 계획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엑스포에 대한 꿈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1981년 말, 당시 김재익 경제수석이 내 구상에 적극 찬성하고 나서부터였다. “엑스포를 유치하자는 것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올림픽도 하는데, 엑스포도 합시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무척 기뻤다. “동경에서 1964년에 올림픽을 주최했고, 오사카에서 1972년에 엑스포를 해서 일본 발전의 밑거름을 삼았습니다.”

  “신간센도 그때 생겼구요.” “물론 컬러 TV도 생겼구요.” “우리도 서울에서 올림픽을 하고 대전에서 엑스포를 하게 되면 서울과 대전을 초고속 전철로 연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선배님이 강조하시는 하이테크 산업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엑스포를 이용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대화는 무르익었다. 물론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은 정해진 것이 없고 다만 그 장소를 대전으로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진 상태였지만, 대통령의 최측근과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반드시 하자.’는 약속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과학기술처의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전국의 과학기술지대망체계(Techno-network)를 제시했던 나는 대덕연구단지가 있는 대전에다 은밀하게 터를 잡은 후, 엑스포에 대한 생각의 씨앗을 민들레처럼 여기저기 뿌리고 다녔다. 장기간에 걸친 엑스포 유치 노력이 계속되었고, 1980년대 후반에야 마침내 B.I.E.(Bureau of International Exposition), 파리 본부로부터 소위 전문 엑스포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이후 나는 엑스포 자문위원, 전문위원, 교육위원, 조정위원 등의 직책을 맡아 행사장의 구성과 설계의 기초를 마련했다.

  행사장 전체를 둥그렇게 그린 후 그 가운데다 중심 축으로 엑스포 탑을 두었고, 서쪽으로는 ‘세계, 인간, 환경, 미래’의 여러 테마관을 두었다. 동쪽에는 ‘과거, 현재, 미래’의 테마를 배치하여 ‘과거’에는 우리 문화의 뿌리를, ‘현재’에는 경제 성장의 현황을, 그리고 ‘미래’에는 참여 국가와 국제 조직이 모두 함께 환경의 미래를 보여 주도록 하였다.

  대전 세계 박람회는 1993년 8월 7일부터 3개월 동안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행사장 내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이러한 성공의 주역은 오명 위원장으로, 그는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모든 준비를 체계 있게 진전시키는 탁월한 행정가였다. 세계 108개국과 33개 국제 기구가 참가한 대전 엑스포는 ‘개발도상국에서는 처음 열린, 국제 박람회 기구 B.I.E. 공인의 전문 박람회’였다. 대회 진행 상황도 대체로 무난했다. 이때 나는 행사 진행 요원의 명칭을 ‘도우미’라고 붙였다. ‘남을 돕는 이’라는 뜻의 ‘도움 이’를 연음으로 불렀던 것이지만, ‘길을 찾아 주는 아름다운 친구’라는 뜻으로 엑스포 주제와 맞춰 고안했다. 당시 우리나라 여성 패션 모델 중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이희재 씨와, 마침 결혼해서 대전시로 이사한 여배우 유지인 씨를 비롯하여 여러 명의 도우미를 선발 위원으로 선정하고, 나는 위원장으로 언어 테스트와 워킹 테스트 등을 시켰다. 이 ‘道友美’를 ‘도움 이’와 같이 만든 말은 지금까지도 행사 진행 요원을 통칭하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고, 그 직업이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전문 분야로 부상되어서 기쁘다.

  대전 엑스포의 주제는 ‘새로운 도약의 길’, 부제는 ‘전통 기술과 현대 과학의 조화’와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재활용’이었고, 공식 마스코트는 ‘꿈돌이’였다. 총면적 27만 3,000평의 박람회장은 과학 공원 구역과 국제 전시 구역으로 나누어져, 첨단 기술을 소개하고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등 과학 기술의 지구촌 잔치가 계속되었다. 우리나라가 국제 박람회에 처음 참가한 것은 1893년 시카고 엑스포였다. 그로부터 꼭 100년 만에 한국은 대전 엑스포를 통해 개발도상국 최초로 세계 박람회를 개최하는 국가가 되었다.

  ’93 대전 엑스포는 1964년 뉴욕에서 품기 시작한 나의 오랜 꿈이자 30년 만에 김재익 수석과 오명 위원장, 그리고 이 민족이 실현한 소중한 세계인의 축제였다.우리 민족이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동서로 나뉘었던 냉전 체제를 종식시키고 지구촌이 하나 되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그리고 ’93 대전 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과학 기술의 방법을 찾는 데 이바지했다는 세계사적 사실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제 위대한 이 민족은 또 다음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 평화를 배달하는 ‘세계 시민 도우미’의 아름다운 사명을 앞에 놓고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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