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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부탁) 강남역에는 조용한 우울이 있었습니다.

낡은선풍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0.23 13: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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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을 나와 그저 걷기만 했습니다. 서늘한 가을바람에 매캐한 매연이 스멀거렸지만 빌딩의 창문들은 말없이 빛을 반사하며 번쩍거렸습니다. 시끄럽게 울려대는 사람소리와 각양각색의 자동차들이 울리는 배기음은 정신을 사납게 했지만 유명한 스포츠 선수는 거대한 led 화면 속에서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신발을 광고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걷다 익숙한 찬송가에 고개를 돌리니 비루한 형색의 할아버지가 납작 업드리고는 구걸을 하고 있더군요. 산발한 머리칼에 꾸질꾸질한 옷을 입고는 자존심은 땅바닥에 짓눌러 놓으며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은 이질적이었습니다. 현란한 옆건물에는 명품가방을 매고있는 여자의 사진이 그려져 있었지만 할아버지 옆에있는 손바닥만한 철제 상자엔 동전 몇개가 덩그라니 놓여있었습니다.


찬송가에선 사랑과 신에대한 찬양을 노래하고 있었지만 그의 곁에는 천원도 되지않는 돈이 다였습니다. 사람들은 그에게 관심조차 주지않고 흭흭 지나가며 목적지로 향하였습니다.

주머닐 뒤졌습니다. 무엇이 있나 확인했지만 나온 것이라곤 돌아갈 차비가 들어있는 버스카드와 한도가 초과되어버린 신용카드 7개월의 약정이 남은 휴대폰이 다였습니다.

실소가 나왔습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려던 과거의 자신과 구걸하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겹쳐보였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야망을 가졌지만 좌절하며 실패하고 망가져버린 저는 사람들 사이에서 멍하니 서있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결과에 자책만 하다 오랜만에 도착한 강남역은 화려하게 빛나며 활기를 띄었지만 회색으로 점철되어 무기력한 저는 짓눌렸습니다.

할아버지의 곁에서 같이 엎드릴까 고민하다 아직 남겨진 조그마한 자존심에 조용히 돌아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강남역엔 조용한 우울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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