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집들이 날!

“어서 들 와!”

"송이야, 집 진짜 대박...!“

“아 뭘 이런 걸 사오고 그래?”

“집 엄청 좋다, 천송이! 아, 도민준 씨, 넘 오랜만이예요.”

“어서 오세요.“

“송이야, 너 오늘 헤어, 메이크업 힘 좀 줬네?”

“야, 너도 오늘 장난 아닌데?”

“오셨습니까, 장인 어른, 장모님.”

“그래, 도 서방, 잘 있었나?”

“매형, 안녕하세요!”

“선생님, 천송이 씨, 잘 지내셨어요?”

“장 변호사 님!”

송이의 부모님 윤재, 복자 그리고 휘경이와 세미 및 안 대표, 민아, 범이에 장변호사 내외 등 손님들로 꽉 찬 다이닝 룸.

“정말 송이 니가 다 한 거야?“

눈을 땡그랗게 뜨며 묻는 양 여사.

“아, 속고만 살았나 다들! 뭐 물론 재료 준비는 아주머니가 도와주시긴 했지. 근데 요리는 다 내가 한 거란 말이지!”

“누난 진짜 대박이세요... 완벽해, 정말.”

송이를 향해 동경의 눈빛을 보내는 범이.

“맞아, 맞아. 천송이 넌 애가 어쩜 못 하는 게 없냐? 완벽한 미모에, 완벽한 연기, 비율, 심지어 이제 요리까지...”

재계약을 코앞에 둔 안 대표도 침을 튀기며 맞장구를 친다.

“흐흥, 자, 어서 맛있게 드세요!”

송이는 화사한 웃음을 날리며 모두에게 음식을 권한다.

술렁술렁 거리며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냉채와 고급진 느낌이 팍팍 오는 국, 노릇한 전과 고운 색깔의 산적 등을 맛보는 손님들.

읍...

정체를 알 수 없는, 뭐라 꼬집어 말하기 힘든 괴이한 맛에 손님들의 입술 주변 근육이 씰룩 거렸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류에 송이의 예쁜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왜애?”

침묵....

“맛없어?”

또 침묵.....

분위기를 감지한 민준은 얼른 산적을 맛본다.

이런...

국도 잽싸게 한 입 먹어본다.

젠장, 천송이한테 국을 끓이게 하면 안 되는 건데...

“그럼 그렇지! 계란말이도 짜장 색깔로 만드는 인간이 궁중 요리 얘기할 때부터 알아봤다!”

윤재가 아니나 달라, 하는 표정으로 킥킥 거렸다.

“송이야, 요리들이 겉만 번드르르한가봐. 훗..”

때맞춰 염장을 지르는 세미.

“천송이, 우리가 또 없는 말은 못 하잖냐, 응?”

쯧쯧 혀를 차는 복자.

송이는 그럴 리가 없다는 얼굴로 얼른 국을 맛보고 냉채도 집어먹어 본다.

헐.

이거 맛이 왜 이래...

분명히 배운 대로 했는데...

풀이 팍 죽어 방금 전까지 하늘까지 치솟았던 우아한 광대가 추욱 쳐지기 시작했다.

“사실 전채 요리들은 제가 했습니다. 꼭 해보고 싶어서 능력도 안 되면서 제가 고집을 부렸습니다.”

민준은 얼른 일어서 모두에게 제가 한 음식이라고 말한다.

눈이 동그래지는 송이.

“도 서방이 했어?”

“도민준 씨가 한 거예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와중에 윤재의 외침이 들려온다.

“어쩐지 뭔가 미묘하게 세련된 맛이 난다 했어요, 민준이 형!”

윤재는 산적과 냉채를 냠냠 눈을 감고 음미했다.

“뭐 이 시키야! 방금 전엔 너 뭐라 그랬더라?”

송이가 쏘아 붙였지만 못들은 척 하는 윤재.

“아니, 그런데... 그럼 왜 천송이의 궁중 요리라고 초대장에 써 놓은 거야?”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의 휘경.

“지금 차려진 음식들은 제가 만든 초보 궁중요리고 천송이가 만든 진짜 궁중요리는 따로 있습니다.”

태연한 민준의 거짓말에 송이는 입이 딱 벌어졌다.

미쳤나, 도민준...

따로 있긴 뭐가 있어...

“오 그래? 어디 있나? 우리 딸 진짜 요리 솜씨 좀 볼까?”

껄껄 웃는 민구를 비롯해 기대에 찬 눈을 빛내며 송이를 바라보는 손님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뺨이 발개진 송이가 그에게 얼굴을 돌리는 순간 민준은 눈을 감는다.

순간 멈추어지는 시간.

벌떡 일어선 민준은 하얀 종이 위에 뭔가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계산을 마친 그는 눈을 감으며 순간 이동을 한다.

웜홀을 수시로 통과하고 다닌 그의 순간 이동 실력은 날로 발전해 이제는 과거로도 갈 수 있게 된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날짜를 정확히 계산했으니 분명 그 날로 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