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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한 모금 너머, 작사

최타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4.23 18:23:45
조회 3890 추천 24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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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유리벽이 우리의 사이를 막고 주위는 딱딱한 음향 장비들이 나지막한 기계음을 내며 우리를 둘러쌉니다.

매끄럽고 윤기나는 나무 장판과 벽, 천장은 꼭 고급 안무 연습실 같기도 해요. 꼭 틀린 말은 아니려나요. 미리 연습을 한다는 부분으로 보면. 

이 녹음실이 노래를 부르기 위한 우리의 트레이닝 장소죠. 무대는 실전을 치르는 링. 링 위에 올라 춤과 노래를 하는 것은 주먹을 내지르는 것, 그전에 우리는 이렇게 사전 훈련을 하곤 합니다. 이곳은 마키가 고맙게도 소개시켜준 신주쿠의 한 지하 녹음실이에요 위치는 조금 열악하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 정도만으로도 감사한 판이죠. 수시로 가사에 대한 피드백을 하는 저는 마키와 의자에 앉아 앞을 바라봅니다. 바로 건너편에는 린이 서있습니다. 머리에 커다란 헤드폰을 끼고 있는 모습. 자그마한 린의 머리를 덮어버릴 기세에다가 잘 어울려서 귀엽네요.  


"으와~ 어쩌지! 린. 너무 떨려."


게다가 저렇게 긴장하는 모습은 더더욱. 저는 마이크로 목소리를 흘려보내 그녀를 격려합니다.


"긴장 풀어요 린. 저번에 연습때는 꽤 느낌 좋았어요. 그대로만 하면 돼요. "

"정말?! 좋아. 그럼 힘내볼께~ 그나저나 우미쨩!"

"네. 뭔가요."


헤드폰을 양손으로 만지작대며 망설이던 린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수줍게 말했습니다. 


"이 가사 진짜 너무 좋다냐. 정말 고마워."

"몇번째인가요. 그 말. 훗. 린이 기쁘다면 제가 기쁠 뿐이에요."

"그치만 간만에 솔로잖아~ 모두와 같이 부를 땐 가끔 립싱크를 하면서 꾀부리기도 했는데 이렇게 진지하게 혼자서 한 곡을 다 소화해야 한다는 건 정말 떨리는걸~"

"정말. 어쩐지 지난번 무대 때도 린의 마이크가 고장났나 싶었는데 기분 탓이 아니었군요."

"냥?!"


들켰다는 표정의 그녀를 보며 기분좋게 쿡쿡 웃습니다.


"힘내요. 린. 린의 보컬은 정말 천사같으니까. 자신감을 가져요."


그래요.

용기를 내서 입게 된 하늘하늘하고 귀여운 그 치마처럼. 천사같아요.


"우미쨩. 그러고보니까 이렇게 좋은 가사는 어떻게 쓰게 된거냥? 우미쨩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 한번쯤 보고 싶은걸~"

"아하하~ 이 곡 말이죠. 부끄럽네요. 비밀로 해둘께요~"

"에에~ 치사해~ 빼지말고 좀만 알려줘~"


반짝거리고 빛나는, 어른을 반기는 고양이처럼 한없이 순수한 그 눈을 무시하며 저는 녹음을 개시했습니다.  

힘내요. 린! 그러고 보니까...


그래요. 이 가사를... 어떻게 쓰게 됐냐구요.
























죽어도 말 못해요...!











혼자서 집으로 하교하던 평범한 어느날이었습니다. 때아닌 빗줄기가 하늘이 무너진듯 살벌하게 떨어져대는 모습만 빼면요. 물줄기는 그대로 내려와 바닥까지 뚫을 기세로 퍼붓고 있었습니다. 

이미 흠뻑 젖은 저는...이제와서 의미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한 우동집 앞의 천막 밑에 몸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는 아니었습니다. 일기예보만 해도 평소보다도 추울 것이라 했으니 말이죠. 멍하니 하늘을 바라봅니다. 안그래도 학교에서 큰 고민을 받아온 지금 이런 날씨는 더욱 마음을 꿉꿉하게 하고도 남았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엔 우미가 먼저 작사를 해줄래?"


학교에서, 마키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자연스레 턱으로 손을 가져갔습니다. 마키 또한 이 웃음의 의미를 아는 지 따라서 미소짓습니다.

우리는 린의 솔로곡을 위한 준비를 하던 중이었어요. 이제까지의 곡들은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호노카의 발랄함과 착하고 밝은 기운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친구였던 제가 잘 알고 있었고 니코의 아이돌스런 능글맞음과 애교는 그녀에게 적절하고 귀여운 분위기의 가사를 달아주는데 무리가 없게 해줬죠. 지금까지 모두에게 가사를 써줄때면 그녀들의 마음이 되어 연극을 펼치고 그것들을 그대로 옮겨 적는 느낌으로 일관했습니다.

다만 의외로 린을 위한 이번 가사에서 막히고 말았습니다. 저에게는 크나큰 과제였네요. 귀여운 그녀에게 가사를 맞춰서 써준다는 것이.



여성스럽다는 것이 뭘까요. 전통 무용을 연습하며 예절을 배워오고 마음가짐과 행동에서 단아함을 보이도록 버릇 들여오긴 했지만 문제는...저는 한번도 스스로 소녀스러운 면이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야 귀여움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죠. 항상 스스로에게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엄격하게 지적을 해오고. 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꽤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딱딱함 그 자체죠. 가끔 아이돌이라는 분야와 제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최대의 기적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반면에 린은 정말 귀여움 그 자체에요. 그녀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아요. 제가 확언합니다. 이렇게 보면 호노카와 좀 비슷한 스타일이랄까요.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본인의 행동거지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답니다. 스스로가 짧게 잘라버린 그 보브컷은 남자답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포티한 소녀 감성을 한껏 표현하고 있죠. 린은 스스로 모르는 것 같지만, 사실 여자에게 짧은 머리란 꽤나 큰 모험이고 소화하기도 어려운 걸요? 후훗. 그게 소화 가능한 시점에서 이미 그녀는 최고에요.

문득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린의 스스로에 대한 그 무지함마저도 너무나도 귀여웠습니다. 어쩌면....이 작사는 저에게 있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닐려나요. 휴.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우울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도 여고생인데 스스로에게 이런 평가를 내릴니 조금은 상처받는다구요.


집에 앉아 피로가 풀리면 조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까요. 그런 기대를 품고 저는 빗속을 내달렸습니다.


"후우!"


얼어붙는 몸이 주체 못하고 떨렸습니다. 오늘은 부모님께서도 외출을 하셨던 지라 평소와 다르게 집안은 아무도 없고 공허했습니다. 덕분에 추위가 더해졌어요. 체온이 더 떨어지기 전 저는 젖은 옷을 모두 벗고 욕실로 직행해 물줄기 속에 몸을 세웠습니다. 머리부터 퍼져나가는 뜨거움에 안도감 섞인 숨을 토해냅니다. 몸을 몇분가량 몸을 씻고 욕조에 물을 받은 저는 문득 들어가려던 발을 멈추고 거울에 비친 제 몸을 봤습니다.

오랜 무도 수련과 무용 연습으로 다져진 몸은..날씬하게 몸을 감는 근육과 여성스런 곡선을 만들어줬습니다. 가끔은 감탄하기도 해요. 이게 바로 제가 계승하는, 오랜 시간 대를 이어온 두 고결한 기술의 체계적인 훈련이 자연스레 가꾸어주는 체형이란 것에.

뭐, 이렇게 말하니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스스로의 외모에 크게 자신감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부, 부끄럽지만 여자 선후배들에게 항상 고백을 받곤 하고 말이죠.


다만, 저의 벗은 몸에서는 날렵함이나 예의바른 여성의 모습은 보였지만 그 껍데기 속에 소녀스런 점을 찾을 수 없다고 느꼈을 뿐입니다.

씁쓸한 웃음을 터뜨리고 저는 욕조에 몸을 담고 빠져들었습니다.


그 포근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편안한 파자마로 갈아입고 책상 앞에 앉아 두시간을 구상해보았지만, 결국 써낸 것은 흐릿하고 꼬불거리는 글씨로 남긴 메모였을 뿐입니다. 그 메모들을 가로지르는 줄들은 그나마도 보류되었다는 걸 보여줬죠.


"린..."


의자에 몸을 기우뚱 기대고 멍하니 창밖을 내다봅니다. 저녁노을의 자취조차 없이 시커먼 하늘과 비에 잠식된 밖은 시끄러운 빗소리만이 들려왔습니다. 

린이 옥상에서 비를 맞으며 놀때면, 무모하긴 하지만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기에 호노카가 죽이 맞아 같이 웅덩이에 넘어뜨리고 노는 모습이라니. 교복이 결국은 빗물과 흙에 물들고서야 멈추면, 저는 둘을 조금은 말려야겠다는 생각에 끼어들긴 했지만 결국 그 다음번에도 비가 오면 막무가내였죠.  


"훗."


항상 학업에 수련에 몰두하다 보면 긴장감을 달고 사는 저지만, 그녀의 그런 도화지같이 순수한 모습을 보면 이렇게 혼자 있음에도 웃음이 터지곤 합니다.











그럼에도 15분 뒤 여전히 진전이 없던 저는 말라가는 속을 달래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냉장고를 여니 항상 보이던 유리병이 어머니가 정리해 놓으신 보리차로 차있었기에 컵에 따랐고 그걸 잠시 내려다봤습니다.


두눈은 고민이 가득하고 답답해하는 얼굴이 비춰보입니다. 그 비추고 있는 저 자신에게라도 물어보면 답이 나올까요? 아마 스스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민 중인 제 자신이 한명 더 늘어나는 것 뿐이지만 서로 얘기를 하다보면 조금은 진도가 나갈지도 모르죠.


"정말~ 무슨 바보같은 생각인가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한모금을 입으로 넘겼는데.


"푸앗!"


꿀떡하고 한 차례 목구멍을 타넘어간 후에야 저는 그것의 냄새며 맛이 역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곧 그대로 다시 뱉어냈습니다. 보여서는 안될 경박함이지만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괴롭게 기침을 하려 했더니 목구멍에서 솟구치는 불이 그것조차 용납치 않았습니다. 불길은 코를 통해 미친듯이 흘러나왔습니다. 코로 몰린 열기가 너무 육중했기에 얼굴 뼈가 부서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들 정도였어요. 

정신 차리고 보니 뱉어낸 것들을 밟으며 싱크대에 얼굴을 가져다 댄 저는 입을 미친듯이 헹구고 있었습니다.


"흐으."


눈물을 글썽이며 돌아서 유리병에 담긴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아려오는 코를 갖다대고 공기를 들이키자 강하고 형용할 수 없는 향이 코를 마구 때렸습니다. 이건 부패한 그런 종류는 아닙니다. 어머니가 그렇게 살림을 소홀히 하시기는 커녕 빈틈 없으신 걸요.


"...술..이군요."


그러고보니 사범이신 아버지께서도 술로 마음을 달래는 걸 즐기시곤 합니다. 최근 어느 아는 분께 손수 담근 술을 선물 받았다고 하시더니 이거였군요. 게다가 마침 어머니가 정리해 놓으신 그 병은 항상 제가 물을 따라마시던 것과 똑같은 무늬였어요. 하필...


"하여간 술이 달다는 사람들은 정말 엉터리에요!"


저는 혼자서 원망스런 콧방귀를 뀌고 바닥을 걸레질한 뒤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여전히 머릿속은 안개로 가득차 있습니다. 의자에 다시 멍하니 앉아 생각하려 애써보지만, 저 거센 빗줄기가 내는 소음이 방해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핑계나 대봅니다.

어디서부터 해야할까요~! 소녀다움. 귀여움.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키워드는 머리속에 잡히고 있지만 그걸 소화해낼 재간이 부족합니다. 


"..."


다시 한번 창밖을 바라봅니다.


"..."


계속해서 일관된 모습으로 쏟아지는 빗줄기..아, 어쩌면. 그 소리가 아니라 모습을 바라보는 데서 방해를 받는 걸지도 몰라요.


다시 일어서 봅니다. 방안을 좀 걸어야겠어요.


걸어야겠어요. 그래서 일어나던 참이었는데.



당황스러웠습니다.


"어..?"


제가 하고 있는 행동은, 그러니까...갑자기 무릎을 꿇었다는 건가요.

갑작스레 몸이 풀려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더 우스운 것은 일어서려는 순간 어지러워서 그대로 앞으로 엎드렸다는 거구요.


"무슨...?"


감기인가요?

아닙니다. 아무리 비를 맞았다고는 해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몸이 망가질리가요.


설마...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인정해야 했습니다. 얼굴에 올라오는 미열, 흔들리는 초점.


"아니! 술에 취한 거라구요?"


그래봤자 바로 뱉었는 걸요?

그렇다는 건 눈치 채기 전 마시게 된 한모금 만으로 이렇게 됐다는 건가요?

어처구니에 겨워서 저는 이마를 팔로 감싸며 몸을 뒤집었고 전등을 올려다보며 몸을 들썩여 웃었습니다. 술이라는 것을 크게 좋게 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지만 모든 걸 떠나서 저의 주량은 실로 유감스럽네요.


아아. 정말.


정말...


"더는 몰라요! 정말!"


간신히 무릎을 꿇어 앉고 허벅지 사이에 두손을 모아 지탱한 저의 모습, 호노카가 봤다면 어울리지 않게 귀엽다며 놀렸겠죠.


"그치만~! 우미는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뭐! 사고였다구요! 호노카는 도와달라고 했을때 하나도 안도와줬으면서~ 뿌~부~" 


손에 잡히는 말랑말랑한 필통을 잡아 한쪽에 픽하고 던져봅니다.


"다들 너무해요! 마키의 곡은 칭찬 받아 마땅하지만 저도 만만찮게 힘들다구요? 바아~보들! 원더우먼처럼 뚝딱하면 가사를 뽑는 천재가 아니란 말에요!"


양 볼을 부풀리고 힘겹게 일어섰습니다. 비틀대며 침대로 걸어가 앉았습니다. 몸이 굉장히 무겁네요. 어디선가 풀이 죽은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칫...그렇다고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는 없단 말에요...소중한 모두를 위해 쓰는 가사이니까. 린 또한...소중한 친구이니까."


양손에 턱을 모으고 한숨을 푹 내쉽니다.

문득 생각이 듭니다. 린은 항상 말하곤 했죠. 아주 어렸을땐 남자 아이로 오해받기도 했다고. 워낙에 보이시하고 힘이 넘쳐서 하나요를 괴롭히는 남자아이들을 마구 때리고 이기기까지도 했다고 말이죠.

린은 웃으면서 말했지만, 어딘가에서는 설움을 알아달라는 울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아! 린!"


가슴에 손을 얹고 일어나 비틀댔습니다. 조금만 더 빨리 깨달았다면 더 좋았을텐데.


"소노다 우미, 일생 최대의 불찰입니다. 두둥! 미안해요! 내 친구!"


정말 다들 못됐어요! 어떻게 그런 귀여운 아이를 남자로 오해할 수가 있죠? 술에 취한 저보다도 그들이 더 보는 눈이 없습니다! 눈 좀 똑바로들 뜨고 다니시-얼굴부터 푹신한 베개에 묻히며 쓰러졌습니다.

눈을 감자 린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걱정 말아요. 린. 이제부터 누군가가 린을 남자 아이같다고 놀리기라도 한다면 저의 체술이 가만두지 않습니다.


"소노다류는 파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한 것! 그 지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몸 뿐만 아니라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슉! 슉!"


일어나보니 저는 도수 제압술의 5장 3식을 그대로 하며 허공에 손날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이내 제풀에 지쳐 바닥에 앉아버립니다. 

씩씩한 것은 사실이지만, 씩씩하지 못할 때 조차 씩씩한 척 하는 그녀는 제가 지켜줄 명분이 충분합니다. 예상치 못한 연약함을 볼때면 알 수 있어요.

하루는 학교의 옥상에서 뮤즈 멤버가 다같이 안무 연습을 하던 도중, 호노카가 이상한 바람을 넣는 바람에 린을 안게 된 적 있습니다.


"우미쨩은 가끔 호노카를 가뿐히 업고 다니기도 했거든." 


공주님 안기라고 하던가요. 린은 의외로 쑥쓰러워하더니 결국 제가 들어올리자 아기처럼 손을 가슴에 모으고는 움츠러들었습니다. 후줄근하게 바지 자락이 내려오는 배기 팬츠를 입은 걸스힙합 차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귀여웠어요. 그러고보니 그 자세...여자를 수동적이고 두근거리게 만든다고 들었던 것 같긴 합니다. 린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가녀린 표정으로 저를 올려다봤습니다. 저도 막상 하고나니 너무 부끄러워져서 서둘러 그녀를 내려주고 말았었죠.

린은 그런 힘이 있는 아이란 말입니다. 소녀력으로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녀를 위해, 저는 이 펜을 들고 그녀를 위한 가사를 베어냅니다. 이 펜을 잡은 두 손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매달 한번씩 하는, 진검을 손에 들고 하는 위험하고 진지한 수련을 할때와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저는 펜을 휘두릅니다. 시작은...


"새로워진 자신을 즐겨봐요. 린."


흔들리는 스커트의 모습.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 스스로의 매력에 솔직해진 그녀의 모습은 최고에요!



"그것은~ 그것은 미롸클! 와우!"


다시 한번 펜을 멈춥니다. 다음은 그녀가 치마 자락을 휘두르며 춤을 출때의 모습. 흰 레그웨어는 그녀의 허벅지까지 잡아주고 치마의 밑단과 그 사이에있는 허벅지는 너무나 아찔해서 그야말로 아이돌 합격점입니다. 


너무나 너무나!

곁을 불어오는 바람도 알고 있어요. 그녀의 예감이 맞다는 것을!



















"흐흥~ 흐흐흥~ 냥냥냐냥~"


제가 어디에 있는 걸까요.

머리가 너무 무겁고 눈앞에 보이는 어둠이 머리를 쪼여옵니다. 이 와중에도 어디선가 사람이 서성이는 기척이 들려왔어요.


"으윽..."


잠시 끙끙대던 저는 이번엔 돌연 눈을 떴습니다. 전등이 간밤에 켜놨던 그대로 켜져있고 창문 너머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어느새 비가 멈추고 대신 그 자리를 잔잔한 햇살들이 채워주고 있었습니다. 아침..입니다.  


그리고 옆에는 린이 저를 의아한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앗! 우미쨩. 깼어? 미안하다냐."

"........어...괜찮아요. 일어날 시간이니까요. 허억?!"


앞섬이 허전해서 내려다보니 파자마의 상의 단추를 풀어헤치고 있었습니다.훤히 드러난 브래지어와 배꼽을 감싸고 도는 것은 서늘함만이 아닌 치솟아르는 창피함. 서둘러 단추를 아래서부터 위로 잠궜습니다. 천천히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제가 어쩌다 잠에 들었는지가 잘 떠오르지 않았어요.


"린. 아침부터 일찍도 왔네요. 무슨 일인가요?"

"응! 린 너무 서둘렀을까나? 가사가 궁금해서 놀러왔다냐."


가사?


"흐흥~ 그나저나 역시 소노다 도장은 포스 있어서 들어오기가 힘들더라~ 되게 무서웠는데~ 우미쨩 아버지께서 상냥하게 들여보내주셨어. 헤헷. 아! 이건가."


제 머리속은 수많은 점멸이 터지며 간밤의 기억들을 떠올렸고 곧 그것들은 하나의 형태로 뭉쳤습니다. 

그러니까...저는...! 춤을 추고 환호성을 지르고 이런 천인공노할 추태를...! 그리고 그 상태로 가사를 썼어요! 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정신으로 가사를 썼어요! 지금 린이 책상위에 놓인 그 가사를 집어들어 읽기 시작한 순간 저는 죄책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침대에서 튀어올랐습니다.


"아아아아안돼애애애애! 가학!"


소노다의 체술로 다져진 몸놀림도 한심한 음주 후유증에는 이기지 못했습니다. 삐끗한 시야는 저의 안정적인 진로를 방해했고 저는 한쪽에 아무렇게나 나뒹굴던 의자에 정강이를 부딪히고 그대로 굴러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가읏항그앗크아...!"


아무리 무술인이라도 뼈나 관절을 단련시키지는 못하는 법입니다. 너무 아파서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굴러다녔어요. 틀렸습니다. 이미 린은 종이를 눈에 가까이 다가간 채 굳어있었습니다. 울먹이며 일그러진 얼굴로 저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간신히 입을 열었습니다.


"미안해요. 린."


변명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디부터 실토해야할지 그걸 몰랐을뿐. 보이지 않는 그녀의 얼굴은 무슨 표정을 하고 있을까요. 


"우미쨩..."


뭐죠. 제가 뭘 예상했던간에 이런 건 아니었습니다. 종이를 내리고 드러난 그녀의 얼굴은 웃고 있었습니다.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냐. 너무 맘에 들어."

"예? 윽."


간신히 일어난 저에게 린은 고양이같은 온몸을 던져 끌어안았어요.그리고 볼을 맞대고 비벼대기 시작했죠. 뭔가요. 이 귀여운...아, 아니. 이게 아니고. 그녀의 손에서 힘이 빠진 틈을 타 종이를 빼앗아 가사를 확인했습니다.


뭐죠. 이건...이게 정말 제가 쓴 가사인가요. 그야말로 다른 세계였습니다. 제가 알리가 없는 풍경을 그려냈다면 역설일까요. 하지만...그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으니까요. 이건 정말 스스로 말하기에도 좀 그렇지만, 성공적입니다. 린의, 린을 위한, 린에게 그야말로 딱 맞는 가사가 나왔어요. 다행입니다. 그녀는 기뻐하고 있었어요. 도움이 됐다니. 저도 그저 기쁩니다.


"그런데. 우미쨩. 아직 제목은 정하지 않은거냥?"

"네? 아. 그렇네요."


예술에 임하는 사람들이 영감을 위해 술을 동반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불량한 수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낀 것에 대한 변명, 혹은 그저 겉멋만 든 '자칭' 예술가들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술을 좀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 후훗. 어른이 되고나면 조금 더 도움을 받아볼까요. 오늘처럼요. 그래도...부모님께 바른데로 털어놓긴 해야겠죠.


"가사가 무지 귀엽네. 린이 이런 걸 부를 수 있을까 좀 긴장되는 걸."

"괜찮아요. 린. 린은 정말 귀여워요. "


얼굴이 확 달아오르더니 두손을 허리뒤로 숨기고 쭈뼛대는 그녀는 귀여워서 주머니에 넣어가고 싶을 정도였어요.


"고..고마워."

"후후훗."


저는 다시 종이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제목, 말이죠. 그렇네요. 아! 그러면 전체적으로 밝고 통통 튀니까..."


잠시 고민한 저는 눈썹을 피며 활짝 웃고 정했습니다.


"빙그르르 MIRACLE, 어때요?"














-------------------------------------

행여나 기다린 사람이 있다면...늦어서 미안.


실은 25000자 썼는데, 아무리 봐도 아닌거 같아서 엎었엌


그래서 오래 걸림


개인적으로 우미는 쓰는 난이도가 제일 높은 멤버같다. 


뭣보다도 우미는 만능인데 난 진짜 무쓸모한 이산화탄소 생성장치라서 감정이입하기 개힘듬ㅋ


난 정말 능력있는 남자야 그 능력의 이름은 무능력 


긴 글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합니다




-


그냥 소설 쓰기 좋아하는 팬픽충입니다.


이전에 쓴 것들은 링크↓로 정리하고 있으니 소설이 땡기는 날은 언제든지 최타드를 검색해주세요.


링크 최종 수정 5/10 완료




-령탐정 01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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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웃다


-한 모금 너머, 작사


-어둠속에서 하라쇼하고 스피리츄얼


-우소마키, 우소마키 下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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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84700 왜 라이덴장군이아니라 라이덴쇼군임 금빛의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1730 33
10584699 역집최 [1] 야자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1444 1
10584698 이게 진짜네 [6] 으후루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1602 0
10584697 저 2시간 남음이제ㄷㄷ [1] 타카미치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1495 1
10584695 야이게한국에도있네 [3] ノノン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1456 0
10584694 전 목요일은 롤하려면 늦게밖에몬함 금빛의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832 0
10584693 미체험 호라이즌 ㄹㅇ 띵곡인데 ㅇㅇ(121.162) 21.09.30 774 2
10584689 나 진짜 동음 없었으면 인생 뭔재미로살앗노 [1] 금빛의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1149 0
10584688 내일 시험이네 [1] Ar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1042 0
10584687 군대 평발공익인데 개이득임? [1] ㅇㅇ(118.235) 21.09.30 1079 0
10584686 알터 뮤즈 판다 [1] 할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1200 0
10584685 4시에스팀멜블풀림 ノノン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673 0
10584684 칸나카무이 디시콘 ㄹㅇ존나귀엽네 금빛의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781 1
10584683 앞으로 24시간 후에 저는 민간인이됨니다 타카미치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671 0
10584681 로아 존나어렵게 나와서 빡쳤다며 [1] ㅇㅇ(220.81) 21.09.30 1010 0
10584680 숙제 부담없고 자유도높고 재밌고 과금부담없는 MMO가 있다고?? [2] 할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982 0
10584679 KOF 15 - 신 캐릭터 트레일러 고속도로(220.118) 21.09.30 600 0
10584676 5시간짜리는 금요일저녁에 들어야할듯? 금빛의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581 0
10584675 애초에 mmo알피지 자체가 엄마뒤진장르임 [6] 으후루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991 0
10584674 던메가 이미지썩창이라 그렇지 조선특화게임이지 [1] ㅇㅇ(118.235) 21.09.30 864 0
10584673 동음추천필요함 [3] 금빛의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906 0
10584672 카요찡...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606 0
10584671 저 기름라면 앞으로 존나자주해먹을거같음 [2] 금빛의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894 0
10584670 이거 카툰렌더링 개지리는듯ㄷ [1] 으후루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944 0
10584669 할로윈라이스 개커엽네 [1] 으후루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913 0
10584668 전 로아 오픈때 미친듯이 3달하고 그뒤로안함 금빛의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565 0
10584667 역대 해축 맹구토버기 ㅇㅇ(118.235) 21.09.30 1653 0
10584666 겜 자체는 과금유도 적고 업뎃 빨라도 유저가 한국인인게 문제임 [4] 할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883 0
10584665 룩구님 저랑 비트세이버 ㄱ [1] 금빛의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849 0
10584664 분유 예전에 군대에서 나오는우유만으로 부족해서 [3] ㅅㅋㅇㄷ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899 0
10584663 중갤에서 롤=짱깨겜 배웠음 [2] Π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875 0
10584661 갓겜은 결국 메이플 던파 롤 오버워치 뿐이었던거지 [2] ㅇㅇ(118.235) 21.09.30 818 0
10584660 저도 축제때 일본의 신사 가면 여고생 신님 있음? [3] 금빛의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886 0
10584659 남은 시간 3시간 뭘하쥬 [1] 타카미치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839 0
10584658 로아도 가라앉는군 [3] 으후루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924 0
10584657 침상에 묻힌 쇼군을 삽으로 파내는거 어떰 금빛의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546 0
10584655 이름 현지화 레전드.jpg Π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657 0
10584654 30초만에 친구 만드는 법.jpg [3] Π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1013 1
10584653 헉 저 이거 뜸 [3] 야자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87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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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84650 포톤메이든 머리위에 함발 [1] 금빛의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779 0
10584649 솔직히 핵폭탄 열개는떨궜어야 [3] ノノン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772 0
10584648 그거 핵폭탄 원래 교토에 떨구려했었다믄서 [1] 금빛의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772 0
10584647 나 맨날 아빠차 조수석안자서 꿀잠잤는데? [3] 금빛의야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75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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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84645 버튜버넘나재밌는 ノノン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30 51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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