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Ui6MS

GOP 근무 교대하면서 전 대대 아저씨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GOP는 소대별로 소초에서 생활을 한다.

소초에서 먹고 자고 씻고 쉬고.. 

그러다가 근무를 설 때는 초소라고 하는 허름한 구조물 안에서 경계근무를 선다.

사수와 부사수, 단 둘이서.

초소는 방책선, 흔히 말하는 38선 철조망을 기준으로 띄엄띄엄 위치 해 있는데,

낮에야 별 상관 없다지만 밤이 되면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뒤에는 우거진 풀숲이나 산, 앞에는 북한군, 양 옆으로는 순찰자라는 명칭의 간부들까지..

역시 이 중 제일 무서운 것은 간부다; 

올 리가 없는 북한군보다야 수하를 뚫리면 징계에 휴가까지 다 짤라버리는 간부들이 훨씬 무서울 수 밖에..

수하란, 쉽게 말해서 다가오는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는 절차다.

밤에는 깜깜해서 다가오는 사람이 누군지 모를 수 밖에 없는데, 

이 때 접근하는 사람을 멈추게 하고 미리 정해 놓은 단어를 묻고 답을듣는 과정이 수하다.

서론으로, 해당 초소에 얽힌 일화들의 시발점이 되는 이야기부터 기억나는 대로 써 보고자 한다.

초소 C는 다른 초소들과는 달리 상당히 외진 곳에 홀로 위치 해 있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유독 귀신을 보았다는 얘기가 잦은 곳이었다고 한다.

해당 초소에는 아래쪽에 벙커가 위치 해 있었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총안구는 뚫려있었지만 입구가 커다란 판넬로 막혀있어 사용할 수 없는 벙커였다는 것.

게다가 판넬에는 빨간 스프레이로 되는대로 휘갈긴 것처럼 보이는 X자 표시가 흉물스럽게 남아있어서, 들어가고 싶지도 않은 벙커였다고 한다.

군대, 특히 근무 시에 실탄을 수령하는 GP, GOP에서는 으레 떠도는 자살자에 관한 이야기가 그 벙커에서도 여지없이 존재했다.

과거 그 벙커 안에서 소대장과 통신병이 수류탄을 까고 자살했다더라, k-1을 입에 물고 쐈다더라 등등..

처음에는 다들 우스갯소리로 그런 얘기들을 주고 받았지만, 그 중 한 소문에 대해서만큼은 마냥 웃어 넘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야간에 근무를 서고 있으면 새벽 1시~2시 사이, 귀신이 초소 왼쪽 창문에서 보인다는 것.

단지 그것뿐이라면 흔해 빠진 귀신 목격담으로 치부했겠지만, 이 소문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귀신을 목격한 시간, 귀신의 복장과 생김새, 그리고 귀신을 목격한 사람이 바로 그것이었다.

귀신은 우리 군의 개구리나 디지털 전투복이 아닌, 영상에서나 보던 과거 북한군의 복장을 갖춘 모습이었다고 한다.

얼굴은 환갑을 넘긴 노인처럼 주름이 자글자글했고, 머리카락도 백발이 성성한 채 였지만, 

단 하나 눈만은, 달랐다고 한다.

붉게 핏발이 선 광기어린 눈빛, 쳐다보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그런 시선이었노라고 목격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 했다 한다.

가장 이상했던 건 그 귀신이 오로지 사수에게만 보였다는 것.

진급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한 중대 행보관이 한을 풀어주겠다며 낮이고 밤이고 막걸리를 사다 뿌려댄 탓일까, 

다행히도 그 귀신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점에서부터 더 이상 목격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에도 계속해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하여, 

우리 대대가 교대하러 올라갔을 때에는 해당 초소 옆에 이미 새로운 초소가 지어진 상태였다.

때는 어느 겨울 밤으로,

사수 A와 부사수 B는 문제의 초소 C에서 야간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