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관이 터졌다! 총 아쎄이 집합!
우레와도 같은 김귀남 해병님의 불호령에 전 해병대원들이 집합했다.
- 야 오동통.
- 일병! 오! 동! 토...
- 따흐흑...
오동통 해병의 관등성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귀남 해병님은 오동통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음낭을 꽉 쥐었다.
- 아쎄이, 겨울에는 항시 미량의 온수를 틀어놓으라는 인계사항을 듣지 않은 것이냐?
- 시정하겠습.. 따흐악!
오동통한 오동통 해병의 음낭을 쥐어짜내려는 김귀남. 몇 초 뒤면 오동통은 아예 혼절할 것이다.
-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김귀남 해병님은 손아귀의 힘을 풀고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동고춘, 동군영, 동구몽, 동매달 해병님 사형제가 진떡팔 해병님께 다가왔다.
무자비한 해병카레요리 제조 실력으로 칭송받은 동고춘과 동군영 해병님. 황근출해병님은 카레라이스를 한 입 드시자마자 감탄하셨고, 바로 두 해병님에게 전우애를 행하시어 해병서열을 수 단계 높이셨다.
이 소식이 전 군에 퍼져 땅개 부대에서는 동구몽, 참새 부대에서는 동매달이 형제의 의지를 이어받고자 해병대로 신분전환을 행하셨다.
갑작스레 변한 위계서열 때문에 사형제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해병님도 계셨다. 해병대 아쎄이라면 누구나 숙지해야 할 해병님 중 진떡팔, 견쌍섭, 마두팔, 남궁똘석 해병님이 계셨다. 김귀남 해병님도 마찬가지셨다.
- 뭐야 흘러빠진 개새끼들, 수도관이라도 직접 고치겠다는 거냐? 황근출해병님께 전우애 좀 받았다고 아주 기어오르려고 있어!
- 이해합니다. 김귀남 해병님.
맏이 동고춘 해병님이 운을 떼었다.
- 아직 저희 사형제가 곱지 않은 인식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래서 이렇게 김귀남 해병님께 건의를 드려도 되는지 질문드리는 것입니다.
- 조상님들은 농사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가뭄을 피하기 위하여 하늘에 계신 신에게 기도를 드렸습니다. 기우제라고 하는 것입니다.
- 대한민국 해병대에도 해병대만의 기우제가 있다는 걸 이미 아실 것이라고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 기우제...?
김귀남 해병님은 경계를 조금 풀고 이내 깊이 생각을 떠올려냈다.
수도관이 터지거나 가뭄, 홍수 등 여러가지 자연재해로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을 때, 이름도 없는 해병들이 직접 의식을 행하시어 마실 물을 생산해내셨다는 것...
하지만 이 이야기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냈는지 알 수 없는 다소 허구적인 소설로 치부되었다.
- 병신들... 물이 무슨 종교냐, 기도 좀 한다고 없던 것이 생겨나는게 세상에 어딨어?
- 믿지 않으시겠다면,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동고춘, 동군영, 동구몽, 동매달 사형제는 막사 근처에 있는 우물로 향했다.
본디 이 우물은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지만, 수도관의 발달로 점점 쓰이지 않게 되어 아주 말라버린 상태이다.
- 탈의. 준비 자세.
사형제는 모든 옷을 벗고 일렬종대로 서서 전우애 준비 자세를 취했다.
- 직접 그 기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사형제를 아니꼽게 보시던 마두팔, 소불활, 방국봉, 남궁똘석, 진떡팔, 견쌍섭 해병님들도 한번 보자는 마인드로 의식을 참관하셨다.
- 진짜로 물이 생겨나는 그 기적을 보여준다면, 니들이 원하는 거 전부 들어주겠다. 하지만 우물이 그대로라면 해병대 생활을 밑바닥 아쎄이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야.
마두팔 해병님이 비꼼과 동시에 반 협박조로 말씀하셨다. 사형제가 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동안 벼르고 있었던 감정이 폭발할 것이 분명했다.
- 박자에 맞춰, 일관된 자세를 유지해라.
- 실시!
사형제는 동고춘의 말을 끝으로 전우애 의식을 시작했다.
몸놀림은 어느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마치 한 몸이라도 된 것처럼 박자에 맞춰 운동을 반복했다.
- 하나! 둘! 셋! 넷!
- 둘! 둘! 셋! 넷!
쿵쿵 박아대는 큼지막한 소리가 기지가 위치한 토지를 뒤흔들었다.
마치 사형제들은 하나의 지네가 된 듯 앞 뒤로 몸을 흔들었다.
후달쓰들은 흔들리는 땅 때문에 다리를 후들거렸고, 자리에서 고꾸라지는 아쎄이들도 있었다.
자신만만해하던 선임 해병님들도 제법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게 가슴이 쪼이는 시간이 어느덧 지나갔을까..
- 다들 격발 준비가 되었나?
- 악!
- 악!
- 악!
사형제가 전부 올챙이크림, 해병정수를 뿜어낼 준비를 마쳤다.
- 총 인원 발사!
- 쾅!
동고춘, 동군영, 동구몽, 동매달이 모두 신호에 맞춰 해병정수를 발사했다.
동고춘 해병님의 정수는 동군영 해병님에게, 동군영 해병님의 정수는 동구몽 해병님에게, 동구몽.해병님의 정수는 동매달 해병님에게 그대로 녹아들었다.
따흐으아악!!!
그리고 동매달 해병님이 악에 찬 기합소리를 내지르며 우물에 해병정수를 전부 쏟아냈다.
형제들의 정수를 전부 받아낸 동매달 해병님의 정수의 양은 계량기 컵으로 감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방대했다. 마치 무언가 커다란 댐을 보는 것 같았다.
- 10초 후면 우물이 피어날 것입니다.
- 10.. 9.. 8.. 7.. 6.. 5.. 4.. 3.. 2.. 1.. 0..
- ???
우물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없이 고요했다. 바깥 상황도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 뭐냐? 왜 물이 안 나와? 이 새끼들 선임 해병들을 놀려? 거짓말한게 드러났으니 이제 뜨거운 형벌을 받아야...
푸슈와아앗!!!
푸슛!
푸슈슛!!
퓨우우웃!!
- 와, 씨발...
막사 주변에서 새로운 우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 물이다! 물!
- 동고춘 해병님, 동군영 해병님, 동구몽 해병님, 동매달 해병님 만만세!
- 만세! 만세!
- 저희는 얼른 달려나가 우물을 공사하겠습니다!!!!
물의 색깔은 다소 허연 색을 띄었고, 약간의 밤꽃냄새와 끈적함이 있었지만 사람이 음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이후 아쎄이들은 자발적으로 나서 새로운 우물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 음식, 위생 등등 물이 필요한 곳에 공급했다.
- 그... 동고춘? 정말 고생했다.. 그리고 미안하다.. 너희들을 그동안 무시한 것, 전부 사과하마.
후달달 다리를 떨던 기존 선임 해병님들 중, 진떡팔 해병님이 먼저 사형제들에게 감사와 사과 말을 건넸다.
- 괜찮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라고 배웠습니다!
동고춘 해병님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후달들의 달팽이관을 갈겨댔다.
- 그럼, 우리도 얼른 씻어야 돼서, 그만 돌아갈...
- 그렇지만,
- 해병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고 당신 해병님들께 누누히 배웠습니다.
- 지금 저희들에게 소원이 하나씩 있다면, 그동안 존경해오던 선임 해병님들의 쫀쫀하고 뽀야이한 전우애 주유구에 직접 전우애를 채워주고 싶은 것 뿐입니다.
- 약속은 약속이라, 반드시 지키는게 맞지 않는 것이냐고 감히 여쭤보는 것입니다.
- 저희들은 여기 해병님들을 사랑합니다. 절대 대한민국 해병대의 위계질서를 함부로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
- 그러니 보여주십시오. 그대들의 주유구를 말입니다..
그 날 밤, 막사에는 그동안 듣지 못했던 따흐흑 소리가 은은하게 울러퍼졌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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