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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 크리스마스 이브 그 기억!

영조 2005.02.28 13:44:49
조회 1187 추천 0 댓글 13


열 한 번 째 뵙습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 저는 그럭저럭............. 지냈습니다. 2월 말인데, 모래면 3월 봄인데, 아직 춥습니다. 조금 따뜻한 이야기가 그리워 한번 꺼내 봅니다. 재미 없을 지도 모릅니다. ^^ 그 당시 따뜻한 기운만 그대로 옮겨 봅니다. 괜찮으신 분들만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문체 바꿉니다. ^^ ========================================================================================= 군대에서 맞는 크리스마스는 어디에서나 같습니다. 행정병이 한 아름 소포며, 우편물을 가지고 올라 치면, 밥 되는 병장들은 행정병이 행정반으로 들어가기 전에 자기들의 소포를 낚아 챕니다. 가끔 검열 목록에 추가 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 그래야 합니다. 조금만 행동이 굼뜨면 포장이 뜯어진 채, 금지 품목을 모두 제하고 달랑 몇 개의 책과 쵸콜렛 몇 개만 받을 지 모릅니다. 더 능력 있는 놈들은 인사과에서 바로 빼돌립니다. 사서함 번호가 찍힌 작은 카드 하나라도 오면 그날은 참 행복한 날입니다. 비록 친한 친구 갈궈서 받아낸 카드일지라도 몇 번이고 꺼내 보며 나름대로의 크리스마스를 느낍니다. 가끔 애인이 있는 일, 이등병들에게 가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커다란 소포가 배달되어 옵니다. 하나, 둘 부러운 눈망울을 해 가지고 바라봅니다. 늘 기가 죽어 있는 일, 이등병들에게 그날만큼은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갑니다. 탄탄해 보입니다. 고참의 갈굼에 못 이겨 그 자리에서 개봉을 합니다. 과자와 쵸컬릿이 한 가득 들어 있습니다. 물론 그것보다 정성 들여 쓴 카드 한 장이 더 좋은가 봅니다. 고참들은 어서 읽어 보라 난리를 칩니다. 볼이 빨갛게 상기되어 읽습니다. 웃음이 터지고, 여기 저기 배 아파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참 즐겁습니다. 받은 사람도, 부러움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모두 좋은 날입니다. 옹기 종기 모여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밖은 눈이 서서히 나리고 바람이 붑니다. 눈사열 걱정을 하는 몇몇의 어둔 얼굴은 이내 잊혀지고 이 안은 참 따뜻해 집니다. 입안에 쵸컬릿 하나 넣고 오물오물 거립니다. 달콤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카드 한 장 오지 않은 동료들을 위로해 줍니다. 서로 같이 따뜻했으면 하고 바래 봅니다. \'98년 12월 그 해 겨울 크리스마스 이브 역시 매서웠습니다. 경쾌하게 들려오는 캐롤송도, 서로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연인도,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도 없었지만 행정관님의 배려로 내무실 안에 10,000원으로 꾸며 놓은 어설픈 장식품이 그래도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렇게 날은 서서히 저물어 갑니다. 저녁을 먹고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아주 평범한 그런 날입니다. 당직병이 터벅터벅 내무실 안으로 들어 옵니다. "자,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웬만하면 종교행사 다 가라는 당직 사관님 지시사항 이다. 오늘 교회나 성당 가면 먹을 것도 주고 하니까, 밥 안 되는 일, 이등병들은 가보는 게 좋을 것이다. 주상은 상황판에 갈 사람 모두 인원 파악 해 둬라. 기독교는 연대 교회에서 하고, 성당은 사단으로 간다. 동해성당인가? 아무튼... 오늘은 날이 날이니 만큼 자기 종교가 불교라도 뭐라 하지 않을 테니 가고 싶으면 가라” 당직병이 살며시 너스레를 떨며 웃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당직은 밥이 제일 안 되는 막내 당직병이 서야 하는 것이 불문율 입니다. 왜 그래야 하냐고 섣불리 물어 보면 다칩니다. "영조!, 오늘 종교행사 가나?" "저..........." "가기 싫어? 왜? 가지?" "......." "중대에 남아 있으면  청소할 사람도 별로 없어서 고생만 해. 밥 안 되는 일, 이등병들 다 빠질 텐데 혼자 남아서 뭐 하려고?" "......." "그럼 나랑 성당갈래?" "......" 교환병이었던 xxx상병이 말을 겁니다. 평상시에 많이 무뚝뚝해 보였는데 오늘따라 저에게 말을 겁니다. 아무 말 없이 그냥 고개만 끄덕입니다. 기분이 좋아 집니다. 믿는 종교도 없었고, 괜히 피곤해 지는 것 같아 가지 않자 했었는데 내무실에 남아 있으면 피곤해진다며 같이 가자 이끄는 이 고참이 고마워 집니다. "잠깐 내가 당직 병에게 말하고 올게. 기다려라~" "네, 알겠습니다." 바람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단단히 무장을 합니다. 1998년 12월 24일 강원도의 밤 기운이 참 싸합니다. 깔깔이, 장갑, 귀돌이, 하나하나 챙겨 입습니다. 섣불리 입었다가는 엄한 고추 얼기 쉽상입니다. 혹한기 훈련 준비하듯 무장을 끝내고 사단 동해성당으로 가는 포차에 올라탑니다. 챙한 날씨만큼 달빛이 참 밝습니다. 동공을 베어 버릴 듯 날카롭습니다. 바다 바람의 짠 내음도 추위에 얼었는지 몰려오다 얼어 하늘 위에서 떨어져 내립니다. 그런 강원도의 어느 작고 어린 한 이등병의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찢어진 포차 천 틈 사이로 하염없이 달빛은 그렇기 길게 늘어져 제 그림자를 만듭니다. 이상하게 제 그림자 옆에 그 고참의 그림자도 보입니다. 훨씬 더 커보입니다. 제 것이 너무 작아 조금 더 크게 만들 심상으로 엉덩이를 들썩거려 봅니다. 조금 더 키가 자랍니다. 그림자도 같이 따라 커집니다. 하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그 고참처럼 제 그림자가 커 지면, 저도 작은 그림자의 후임 한 명을 데리고 내년에는 성당에 가자 다짐합니다. "춥냐?" "안,,,, 안춥습니다." "그런데 덜덜 거리냐? 하하~ 단단히 여며라! 바닷 바람, 산 바람 부딪히면 꽤 무서운 바람된다." 야상 지퍼를 목 위까지 올리고, 고개를 자라처럼 야상 속으로 들이 밉니다. "괜히 가자고 했나?" "아닙니다. 좋습니다." "그럼 앞쪽으로 바싹 붙어 앉아라. 그럼 바람을 덜 맞겠지" 그리고는 앞쪽으로 절 밀어 앉힙니다. 덜덜 거리던 몸이 어느새 훈훈해 집니다. 참 기분이 좋아 집니다. 다시 그의 하얀 입김을 빌어 추억이 별빛만큼 싸하게 쏟아 져 내립니다. "작년 이맘 크리스마스 이브에 성당에 갔었는데, 그때는 참 재미 있었다. 그 때 나도 고참 하나가 가자고 해서 갔었는데,,,,,, 성당은 처음이었지. 성당 가기 전에 가게가 하나 있거든. 성당에 가니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래서 잠시 눈치를 봐서 고참들하고 몰래 성당을 빠져 나와서 한 10여분을 내려 왔어. 가게에 가서 술 한잔을 하자고 했었거든. 두 근 반, 세 근 반 하면서 내려 오는데 저쪽에서 차가 한대 올라오는 거야. 군용 차량인 것을 느낌으로 알아차리고 재빨리 길가로 몸을 낮추었는데 비탈이더라구. 데구르르 굴렀지. 다행이 들키지 않았는데, 글쎄 구른 곳이 가시덤불 이었다. 가시에 엄청 찔렸었는데, 그래도 내려 오면서 그 가시 다 떼어 내고 기어이 가게에 가서 맥주 한 잔을 했었거든. 그때 기분이라는 것이 참 묘하더라구. 뭐라 설명하기 힘든 그런 느낌 말야. 오늘은 어떤지 모르겠다." 저는 슬며시 피식 웃습니다. 그 고참도 같이 웃습니다. 하얀 치아가 더욱 하얗게 보입니다. 그 추위를 뚫고 성당에 도착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납니다. 사람들은 참 많습니다. 처음에 군 성당이라서 군인들이 전부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민간인들이 참 많습니다. 캐롤송을 부르는 여학생들도 있고, 졸린 눈을 부비며 칭얼 거리는 어린 아이들도 있습니다. 모두 입에서는 하얀 기운이 뿜어져 나옵니다. 하지만 예전과 상황이 많이 바뀌었는지 작년처럼 밖으로 빠져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오늘은 운대가 안 좋은가 보다. 술 한잔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그치?" ".............." 저는 아무 말 없이 웃습니다. 그리고 성당 안으로 들어갑니다. 사람들이 참 많았다는 기억이 듭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어가 본 성당의 이미지는 교회의 그것과 참으로 달랐습니다. 교회가 활발하고 경쾌했다면, 성당은 참 엄숙하고 조용했습니다. 성가 자체부터 느낌이 참 달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나 사람들은 왜 이리도 많은지, 군인들이며, 민간인이며 그 커다란 성당 안을 가득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 바닥에 앉았습니다. 가냘픈 초가 밝히는 아늑한 분위기가 꽤 좋습니다. 간신히 자리를 잡긴 했지만 워낙 많은 병사들이 끼어 앉은 터라 자리가 많이 불편합니다. 엉덩이가 아파옵니다. 그렇게 미사를 봅니다. 장엄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성당 곳곳으로 스며 듭니다. "불편하지?" "아니, 괜찮습니다. "우리 나갈까?" "......" "나가자." 그렇게 같이 간 다른 고참 몇 명과 함께 밖으로 나옵니다. 좁은 그곳에서와 달리 가슴이 뻥 뚫어줄 듯한 찬 기운이 몰려옵니다. 그래도 시원합니다. 여전히 닭이 밝습니다. 두리 번 거리던 우리들은 이내 좋은 장소를 찾아냅니다. 성당 일층의 식당입니다. 밝은 것이 난로도 피워져 있었고, 사람도 없는 것이 꽤 괜찮습니다. 그와 선임들은 뭐 그리 할 이야기가 많은지 눈에 웃음을 잔뜩 머금은 채 보기 좋은 것들을 털어 놓습니다. 이내 잠시 멈추고 저를 바라보더니 의자 하나를 난로 옆에 가져다 줍니다. 뻘겋게 닳아 오른 난로를 쬐면서 그렇게 저는 잠이 듭니다. 잠결에 누군가 흔들어 깨웠고, 저는 다시 포차를 타고 돌아 옵니다. 쵸코파이, 콜라, 찹쌀떡, 귤, 사탕이 든 봉지 두 개를 손에 꼭 쥔 채로..................... ========================================================================================= 그냥 그 때 기억이 났습니다. 크리스마스 기억 있으시죠? ^^ 월요일만 지내면 다시 휴일입니다. ^^ 아자! 아자! www.cyworld.com/arcas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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