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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늡갤문학] 17편 - 화무십폴홍, 떨어지는 꽃도 그처럼 붉지 않으리

릅참마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5.01 09:23:59
조회 5050 추천 176 댓글 45

오라클 아레나의 골건적을 소탕하기 위해 군을 움직인 크리스 폴의 앞에 유타의 산도적들이 나타나자 일진일퇴의 공방이 시작되었다. 어느덧 세 번의 승패가 번갈아 오가고, 마지막 승부를 위해 스테이플스 센터에 모인 양군의 둔영에는 비장한 기운이 맴돌았다.


이 때 유타의 군에는 두령 고든 헤이워드를 필두로 네 명의 조가 성을 가진 부장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조 잉글스, 조지 힐, 조 조운슨, 그리고 조조 레딕이다. 지난 전투에서 석산의 조 조운슨의 예상치 못한 맹활약으로 여러 승리를 거뒀던 유타였으나 바로 이전의 싸움에서는 아쉬운 패배를 당한 탓에 병졸들의 사기가 좋지 못했다. 헤이워드의 고심이 깊어지자 조씨의 마지막 장수 레딕이 나서 말한다.


"신을 미끼로 하여 컨무공의 목을 베시옵소서."


하고는 그대로 말을 몰아 클리퍼스에 투항하니, 이를 알 리 없는 크리스 폴이 크게 기뻐하며 후히 대접하였다.


"그대는 천하에 이름난 캐치앤슈터가 아니오! 부디 나에게 가르침을 내려 주시오!"


"헤이워드 어린 놈이 자기 재주만 믿고 사람들을 업신여겨 좋은 계책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유타의 방비가 언뜻 단단해 보이나 사실 고베어와 페이버스 두 장수의 손에 달려 있는지라, 이들을 먼저 물리면 속절없이 무너질 것입니다."


공손히 읍하며 계책을 올리니 폴이 탄복하며 이를 그대로 따랐다. 두 군대의 운명을 건 전투가 마침내 시작되고, 클리퍼스에서 한 장수가 먼저 거듭 야투를 성공시키니 그의 이름은 오스틴 리버스. 자를 자효(子孝)로 썼으며, 하늘에서 닥하산을 타고 내려와 천인(天人)이라 불렸던 이다. 그러나 그가 날뛰는 모습을 본 유타의 페이버스가 한 자루 미들샷을 움켜쥔채 그대로 달려들어 단칼에 목을 베어 버리니, 이번엔 디조던이 맞서며 앨리웁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네 이놈!" 범 같은 두 빅맨이 엉켜 순식간에 수십핲이 오가는데 서로의 기세가 과연 팽팽하더라. 그러나 페이버스의 창질이 조금 더 우세하였는지 어지간한 디조던이라도 끝까지 견뎌낼 수 없어, 결국 한 차례 크게 덩크를 내지르고 근처 야산으로 달아나니 페이버스와 고베어가 신이 난채 뒤쫓았다.


"이때다!" "와아아아!"


하지만 이는 처음부터 속임수였다. 정신없이 달아나던 디조던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좁은 길 양쪽에서 수없이 많은 정예심판병들이 몸을 일으켜 휘슬을 날려대고, 유타의 두 장수는 그대로 벤치로 쓰러지고 만다.


"지금입니다 장군!"


적진을 헤집으며 기회를 노리던 크리스 폴에게 조조 레딕이 외치니 그 말을 철석같이 믿은 폴이 회심의 패스를 건넨다. 그러나.. "휘익!" "팅!" 기다렸다는듯 레딕이 내던진 야투가 허망하게 림을 외면하고, 곧바로 달려드는 헤이워드의 군대에 그대로 성문을 열어주니 물밀듯이 들어온 도적떼가 코트를 점령하여 4쿼터가 끝나기도 전에 온 골밑에 재즈의 깃발이 휘날렸다.


"크으윽..! 이럴 수는 없다..!"


"포기하십시오 장군! 우리는 이미 망했습니다!"


"아니다. 내일 클리퍼스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폴이 눈물을 흩뿌리며 필사적으로 더이상 들어갈리 없는 야투를 휘두르자 이를 말리던 휘하 부장들 또한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였다. 이 때, 눈물바다가 된 클리퍼스의 벤치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니, 폴의 말에 따라 한 그루의 커다란 사과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나 우뚝 서는 것이 아닌가! 사과나무의 그림자가 벤치 위에 드리우자, 그 아래 앉은채 참담한 심정으로 전투를 바라보던 클리퍼스의 왕 닥 리버스는 문득 깊은 사색에 잠긴다.


'여기 클리퍼스에는 올타임 포인트가드 크리스 플이 있고, 비록 지금은 누워 있지만 한 때 MVP 투표 3위에 빛났던 블레이크 그리핀이 있다. 또한 골밑에는 역시 All-NBA 센터인 디안드레 조던이 함께하며 레딕과 자말 크로포드 등이 힘을 보태는데 어찌하여 컨퍼런스 파이널에도 나아갈 수 없단 말인가..?'


"툭!" "억!" 데구르르 -


그 때, 갑자기 떨어진 사과가 닥 리버스의 머리를 강타하자 그는 그 순간 무언가를 깨닫는다.


"알았다..! 과학이로구나! 씹폴이 떨어지는 건 꼭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야. 그저 여기 이 사과처럼, 자연의 법칙에 따른 것일 뿐이었어..!"


그러자 스테이플스 센터의 천장을 비집고 눈부신 햇살이 그의 얼굴을 비춰왔다. 그리고 그 시야에 어린아이처럼 코트를 뛰노는 폴의 모습이 들어오니 홀린듯 자리에서 일어난 닥 리버스가 한 수의 시를 읊는다.



-씹폴의 물리학-


커리어의 크기는 순수실력과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사내아이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사내아이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 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플레이오프에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1라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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