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메 칸타빌레 최종악장에서 둘이 잠시 헤어졌던 씬 기억나?

난 처음에 노다메가 왜 그렇게 짜증을 내고 회피를 했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

루이와 콘체르트를 성공적으로 해냈을 때의 상실감은 이해하지만,

그렇게까지 회피하고 헤어질 생각을 할 만큼이었나 싶었고

미르히의 말대로 자신이 다음에 더 노력해서 좋은 무대를 만들면 되는데

왜 그렇게 회피하고 징징대는지가 이해가 안 됐음.

근데 이제 보니까 이해가 되더라

치아키와 다르게 노다메는 유럽에 온 이유가 치아키 하나였잖아.

원래 유치원 선생님이 꿈이었는데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유럽에 와서

대학 다니고 이러면서 정말 내적갈등도 많이 겪고 힘들어 함.

하지만 치아키 하나를 보고 달려왔는데 치아키는 루이랑 콘체르트를 이미 함.

자신에게는 치아키와의 콘체르트가 자신의 목표이자 하나뿐인 다짐이었는데

치아키는 자신이 아닌 다른 어떤 사람이랑 해도 상관 없다는 걸 알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상실감이 굉장히 컸을 것임.

분명히 연인 관계지만, 콘체르트를 다른 사람과 했다는 상실감은

자신의 목적의식을 잃음과 동시에, 충분히 다른 사람으로 대체 될 수 있는

그런 관계에 대한 불안을 느끼게 됐을 것 같음

하지만 애인이 잘 되고 성장하는 것은 응원해 줄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노다메는 '연인관계'에서의 유대관계를 확인하려고 함.

그래서 콘체르트가 끝나고 집에 와서 요리를 하고 자신을 좋아하냐고

영원히 함께 있어 줄 거냐고 불안함을 내비치면서 잠자리를 하잖아.

그 다음날 아침에 결혼해달라고 하는데 치아키는 노다메가 자신과의 결혼으로

자신의 일을 회피하려는 것을 은연중에 알아버려 '농담 그만해'이러면서 얼버부리면서 넘어감.

근데 노다메는 일적인 파트너로의 상실감+유럽에 온 목적의식 잃어버림+연인과의 유대관계 소실

이런 느낌이었을 것임. 결국 잠자리까지 했다는 건 그냥 모든 걸 줬다는 의미인데..

농담으로 치부해버리면서 웃어버리는 치아키 때문에 너무 불안했을 거고

다 포기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는거지.

솔직히 누군가는 회피라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겠지만.

노다메의 심리적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장면들이었음 하나 하나가..

결국엔 자신도 미르히와 콘체르트를 무사히 성공시키고 만족하지만

거기서 끝이라고 하지. 자신이 원하는 건 치아키와의 콘체르트였으니까.

물론 치아키는 자신의 결혼으로 도망가기보다는, 자신의 능력개발을 해서

더 좋은 곡을 듣고싶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농담으로 치부해버린거고,

그 뒤로도 전화를 할까 말까 몇 번을 되뇌이지만 노다메는 결국 도망가버렸지.

둘이 마지막에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로 재회하지만 말이야.

난 이 씬이 두고두고 봐도 너무 안쓰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