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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장기백수 쿠팡알바 다녀왔다앱에서 작성

백갤러(106.102) 2023.09.18 21:15:45
조회 441 추천 5 댓글 7


개운하다.

일요일에 확정문자 받고 오늘 알바하고 왔다.

혹시나 쿠팡 할 백수들은 야간하지 말고 주간하길 추천해. 야간하면 돈 몇만원 더 받겠지만 진짜 당장 돈이 너무 급한게 아니면 그것보다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게 백수에게 좋잖아?

아무튼

머리 비우고 몸을 움직이니까 운동 잘 한거같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야.

퇴근 하는 길에 내일 알바도 확정이 왔길래 간다고 했다.

머리 비우고 몸을 움직인다고 움직였는데 알게모르게 생각이 도는지 담배피우며 쉬는 동안에 나도 모르게 몇가지 생각이 떠올랐어

길어서 재미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볼 사람은 보고 아니면 말자



1. 무능력이라서 비참하다.

무학벌, 무학력, 무자격증 같은게 비참한게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무능력이 비참한거임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가치있는 무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물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줄 능력이 없는게 비참한게 아닌가 싶다

내가 오늘 받은 최저시급이란게 노동의 가치임과 동시에 쿠팡에게 제안해서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의 가치니까

그런 측면에서 무능력한 백수는 참 비참해

백수는 자신의 문제는 물론 타인의 문제를 해결해 줄 능력이 없어서 백수인거겠지

내가 나르는 물건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이 수많은 물건들을 생산하고 광고하고 공급하는 주체들은 타인의 필요를 채우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고 나는 부끄럽게도 지금 전혀 그런 능력이 없다는걸



2. 최저의 자리라서 기회가 된다

담배피면서, 식사하면서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슨 얘길 하나 싶어서 들어봤어

자식얘기, 대출금 얘기, 자격증 얘기, 시험준비 얘기, 직장내의 소소한 얘기들이 오고가더라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혹은 계약직으로 일하는 것이 목표인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그런데 쿠팡은 노동력과 시간의 값으로 최저시급을 주지만 누군가에게는 빚을 갚을 기회를, 누군가에게는 자식에게 먹일 쌀과 가르칠 학원비를 벌어다 줄 기회를 준다. 더 나은 직장으로 갈 길을 준비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겠지.

역설적으로 최저의 자리라서 조건도 나이도 보지 않고 일을 주니까 동시에 기회가 되는게 아닐까?




3. 쿠팡과 장기백수의 시스템

쿠팡 물류시스템은 참 효율적이더라.

몸으로 겪으니까 느껴지더라구. 휴식없이 개같이 굴려지는 육체노동 끊임없이 주어지는 눈앞의 과제들. 나는 오늘 쿠팡의 물류부품으로 8시간의 노동을 했다.

쿠팡의 효율적인 시스템 안에 있으니까 나같은 장기백수도 그 안에서는 생산성이 발휘되는거겠지.

내가 오늘 최저의 시급으로 운반한 물류들이 전달되면 쿠팡은 돈을 벌고, 생산자도 돈을 벌어. 소비자는 로켓배송으로 온 물건에 기분이 좋을거야.

생산성이란건 결국 시스템이 아닐까?

내가 가진 장기 무직 백수의 시스템은 생산성 없는 시스템이라 장기 무직 백수를 데리고 아무것도 생산해내지 못했어.

그런데 쿠팡의 시스템에 녹아서 움직이는 장기백수는 쿠팡이 만드는 가치의 생산에 아주 미미하게나마 기여했다.

쿠팡은 나를 물류시스템의 부품으로 썼지만 동시에 나는 쿠팡의 자원과 시스템을 아웃소싱해서 나 혼자 생산하는 것보다 더 큰 가치를 생산한거야.

지금 내 시스템은 생산력이 전무한 백수니까. 쿠팡의 시스템 속에서 움직이는게 더 나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 시스템이 나를 가지고 만드는 가치가 쿠팡 물류노동자가 되서 쿠팡의 시스템을 빌린 비용을 지불하고 받아가는 최저시급의 가치를 넘어서야겠지.




단기알바라도 하니 잘 잤다 깬 기분이야. 오랜 백수생활이 좋은 알람소리에 기분좋게 기지개를 편다.

정말 오랜만에 성실하고도 열심히 일했다. 오늘의 쿠팡알바는 쿠팡과 장기백수의 좋은 거래였어. 앞으로도 몇 번 더 거래할지는 모르겠다.

몸은 조금 피로하지만 마음이 편하고 즐거웠어.

너무 오래 쉬었다. 너무너무 오래 쉬었어.




쿠팡알바 후기는

1. 자신과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2. 최저가 주는 기회

3. 내가 가진 시스템의 개선

- dc official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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