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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 반대론

진돗개(220.83) 2007.06.02 14:30:10
조회 333 추천 0 댓글 9


  사람들의 정서와 상식과는 조금 다르게, 대한민국 형법의 존재 목적은 범죄 행위에 대한 응징이나 제재조치가 아니다. 물론 그런 측면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은 사실이나 명문화된 존재 목적의 주안점은 \'교정 교화\'에 있다. 그래서 우리 형법은 교정 교화 기능과 효율적 생산성을 감안해 \'체벌형\'의 형벌을 부과하는 대신 \'징역형\'의 형벌 제도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두 가지의 사회적 순기능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 첫번째 기능은 공적 질서를 위반한 자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게 하는 교정적 차원과 사회로 환원되었을 때 공적 질서를 준수하고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긍정적 인간형으로 교화시키는 차원에 있다. 다른 하나는 질서 위반자를 집단내에서 완전 추방함으로써 발생하는 노동력 손실분을 보충하는 차원, 즉 교정 대상자를 공적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차원의 기능이다.     

 

  대한민국 형법은 위와 같은 순기능을 감안해 원칙적으로 징역형을 선택하고 있으나 일부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사형이 적용되어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형은 사회적 측면에서는 완전 추방을 의미한다. 교정 교화의 여지를 애초에 부정해 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가 교정 교화 가능성에 대한 기준 설정이다. 같은 살인 범죄라고 해도 징역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있고 사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런 구별의 기준으로 우리 사회가 채택하고 있는 것은 \'인륜\'이나 \'국민 정서\'와 같은 모호한 가치 규범들이다.

 

  흉악범죄에 대해 흔히 \'반인륜적 행위\'라는 표현을 쓰는데, 인륜에 반하는 것은 살인 행위 자체일 뿐 살인의 종류 중 특정 살인행위만이 인륜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어느 윤리가 두 명을 살해한 것보다 한 명을 살해한 것이 더 인륜적이라고 말하는가. 그러나 우리 사회는 사형제도의 시행을 통해 그런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한 사형제도를 용인하는 사고 과정은 명백한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 살인 행위에 대한 응징이 생명 존중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라면, 그 사고 과정은 다음과 같은 모순점을 노출한다.

 

  대전제 :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다.

  소전제 : 살인자는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빼앗았다.

  결   론 : 그러므로 살인자의 생명은 빼앗아 마땅하다.

 

이런 논리 과정은 전제와 결론이 서로 호응하지 않는 거짓 논증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사형제 반대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대전제 :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다.(A는 B해야한다.)

  소전제 : 살인자는 인간이다.(a는 A다.)

  결   론 : 살인자의 생명은 존중받아야 한다.(a는 B해야 한다.)

 

  이 논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 논증 자체에는 하자가 없다. 단지 그들의 정서가 이를 용납하지 않을 뿐이다. 즉, 그것은 다분히 감정적인 반응이다. 사형제도 존속론은 사형제도 시행이 안고 있는 논리적 모순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감정적으로 대응한 결과일 따름이다.

 

  위의 논증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대개 결론 부분을 문제삼는데 이는 존중받아야 할 생명과 그렇지 않은 생명이 따로 존재한다는 얘기이거나, 최소한 어느 시점부터 양자간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논증 과정은 다음과 같이 수정되어야 한다.

 

  대전제 : 인간의 생명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존중받아야 한다.

  소전제 : 살인자의 살인 행위는 예외에 해당한다.

  결   론 : 그러므로 살인자의 생명은 빼앗아 마땅하다.

 

  앞서 인륜을 이야기했는데, 과연 위와 같은 사고가 인륜적인 것일까?

 

  사형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고 과정은 \'생명이 소중하므로 살인하면 안 된다\'는 생명 존중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살인을 금지하는 법질서가 소중하므로 살인하면 안 된다\'는 집단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생명이 진정 소중한 것이라면 그 소중함은 상황 논리를 초월해서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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