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류는 빛의 빠르기로 흐르고, 전깃줄에서 전류의 빠르기를 전깃줄 속의 자유전자들이 흐르는 빠르기로 아는 사람이 많더이다.  그러나 전자의 움직이는 빠르기가 빛의 빠르기일 수 없음이 또렷하니 이 둘은 맞질리외다.  그럼 무엇이 틀렸겠소?  둘 다 틀렸소이다.  전류의 빠르기라 할 때 두 가지가 엮여 있으므로 그 빠르기라는 것이 또렷하게 어떤 빠르기를 뜻하는지 밝힐 필요가 있소이다.  하나는 전하들의 “흐름 전달 빠르기”이고 또 하나는 전하들의 “흐르는 빠르기”이외다.

전깃줄에서 전류의 빠르기를 자유전자들의 “흐름 전달 빠르기”의 뜻으로 쓴다면, 이는 전깃줄 속의 자유전자들을 매질로 하는 탄성파의 빠르기인 까닭에 진공에서의 빛의 빠르기보다는 느리외다.  그러나,  전자라는 놈들이 워낙 가볍고, 금속을 이루는 자유전자들은 높은 밀도를 이루고 있으므로 이 탄성파의 빠르기, 곧 보통 말하는 “전류의 빠르기”가 빛의 빠르기에 가까운 것이외다.

그러면 자유전자들의 흐르는 빠르기(drift velocity)는 어느 정도나 되겠소이까?  놀랍게도 1cm/s를 넘지 못할 정도로 느리외다.  보기를 들어 지름 1.6mm 구릿줄에 10A의 전류가 흐를 때 자유전자들의 흐르는 빠르기는 0.37mm/s 밖에 되지 않소이다.

흐름 전달 빠르기는 빛의 빠르기에 가까운데, 흐름 자체는 무척 느리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도저히 모르겠다면, 매우 긴 호스를 생각해 보시오.  호스 속에는 물이 차 있고 호스 양쪽 끝에는 나들개(피스톤)가 있소이다.  이제 한쪽 나들개를 천천히 밀면, 곧장 다른 쪽 끝의 나들개도 밀려 나가겠소?  아니외다.  호스 길이가 매우 길기 때문이외다.  한쪽 나들개를 천천히 밀면 그 나들개에서 가까운 물부터 천천히 밀려 움직이며 잇달아 옆에 있는 물을 밀고 또 다음 물을 밀면서 그 흐름이 호스를 따라 전달되어 마지막에 다른쪽 끝의 나들개를 밀치게 되외다.

호스가 짧으면, 한쪽 나들개의 움직임과 거의 동시에 다른쪽 나들개가 밀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그 전달 빠르기는 매우 빠르외다.  그러나 호스 속 물 흐름의 빠르기는 나들개를 미는 빠르기에 달렸으므로 나들개를 느릿느릿 밀면 물의 흐름도 느리외다.  물의 흐름은 느리지만 그 전달은 빠른 것이외다.

여기서 호스를 전깃줄로, 호스 속의 물 분자를 자유전자들로, 물의 흐름을 전류로 보면 전류에 대해 헤아리기가 쉬울 것이외다.  나들개로 미는 짓을 전압을 거는 짓으로, 물의 흐름을 자유전자들의 흐름으로, 물 흐름의 전달 빠르기를 자유전자들의 흐름 전달 빠르기로 볼 수 있는 것이외다.

그러므로 전깃줄에 전류가 흐를 때,  그 속에서 자유전자들의 흐름은 매우 느리지만, 그 전달 빠르기는 빛의 빠르기에 가깝되(금속에 따라 다름), 진공에서의 빛의 빠르기 c는 될 수 없다는 참일을 알아 먹는데 큰 탈이 없을 것이외다.

(내가 여기 자주 들어오지 못하외다. 댓글에 성실한 대꾸를 못하더라도 잘 헤아려 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