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신병때부터 나간 시위진압은 포스코 상황이었다.
한달종일 아침부터 나가 해질녘에 돌아오는 상황.
그때는 여름이었고  땡볕아래 진압복을 입고 서있고 또 앉아 있는 상황에서
멋도 모르는 신병이 사람을 정말 증오해본적도 처음이었다.

\'당신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뺑이치고있다\'

 난 그랬다.

 사람은 참 간사한 동물이다. 우리의 아버지,형제들이 못이겨 나온 시위라고 알던 녀석이
극한으로 육체,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니 생각이 제깍 바뀌던것이 또  그런  일상이
무뎌져 2년간 덤덤하게 흘렀던 군생활이 말이다.

\'너네들도 전역해봐라\'

 내 군생활에서 제일 웃겼던 시위대의 외침이었고 \'웃기고 있네\'라고 흘려들었던 이야기.

 전의경 후배님들을 위한 작은 변명을 할까 한다.

\'상황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다\'

과격한 시위에서 린치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또 군대라는 기본베이스에 깔린 전제.
어딜가든 생각이란걸 못하게 만드는 군대에서 구타와 기합, 갈굼이라는 생활적 스트레스에 더해지는
시위에 대한 공포. 그것이 일상이 되면 인간이 무뎌진다. 그게 전의경이다.
알수없는 분위기와 감정에 싸여 일상이 된 무리들의 이야기인거다. 



그런데...

전역하고 몇년이 흐르고 나니 이번에는 시위대의 외침이 공감 된다.
사회인으로서  \'이건 불의다\'라고 느끼고  공분하는 상황에서 나도 같이 분노하고
거리나서거나  혹은 키보드를 잡고 있는 나 자신을 보니

전의경 예비역으로써

의경으로 느낀 감정과 사회인으로 느낀 감정이  충돌하는  지금
박쥐가 되어버린 심정이 슬플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