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픽] 카페인 - 27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12 21:51:35
조회 160 추천 15 댓글 9


링크모음집




  뒤에서 벌어지는 소란을 두고, 아이와 나는 다시 각자 사는 천막으로 돌아갔다. 천막 입구를 닫아 두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안드로이드의 기괴한 쇳소리가, 그 뒤로 무언가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한바탕 들려왔다.


  사육장이라고? 


  그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사람을 격리 구역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둬 두고, 보급품이라는 사료를 줘 가면서 키우는 사육장. 


  대체 뭘 위해?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초능력, 아니, 센티넬?


  5등급에게서만 발현되는 이 초능력을 어떻게든 양산해 보려는 목적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아귀가 딱 맞았다. 


  그리고 엘사도 초능력이 있고. 


  하지만 엘사는 계급이 나보다 높을 터였다. 5등급도 아니어서 잡혀갈 이유는 없었다. 


  … 아니, 변명거리는 많아. 


  다시 생각해보니 그 이유는 아닐 듯 싶었다. 제국은 언제든지 법령을 바꿀 수가 있었다. 엘사도 사실 5등급이었다던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개입했다던지. 불확실성은 너무나도 컸다. 


  하지만 이 시설이 사육장이라고 생각하니 한 의견에 계속해서 힘이 실렸다. 제국은 이 초능력을 어떻게든 써먹으려 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엘사는 제국에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을. 


  [나오십시오.]


  때마침 밖에 보급이 도착한 듯 했다. 나는 천막을 젖히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언제나 그렇듯, 천막 앞에는 보급품 한 상자가 있었다. 


  “맛있게 먹어요!”


  “... 고마워.”


  옆에서 아이가 내게 말을 붙였다. 나는 그 말에 작게 대답해 주었다. 


  쿵, 어디선가 큰 소리가 들렸다. 나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또 시작이네.”


  옆에서 아이가 혀를 차며 말했다. 나는 그 아이의 반응을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 초능력?”


  “센티넬이라니까요.”


  “그거나 그거나.”


  아이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응?”


  사람들이 서서히 나와서 각자 자기 보급품을 들고 들어가고 있었다. 그때, 나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볼 수 있었다. 


  “... 저긴 왜 보급품이 두 상자나 있지?”


  “뭐가요?”


  “저기 말이야.”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손을 뻗어 어느 한 천막을 가리켰다. 한 사람이 보급품 두 상자를 천막 안으로 들여놓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당연히 두 명이니까 두 개 주죠.”


  “... 그런가.”


  나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아이는 활짝 웃으며 내게 말했다. 


  “궁금한 점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요! 아는 선에서 답 해 줄게요.”


  “고마워.”


  나는 툭 던지듯 대답하고 다시 천막 안으로 돌아왔다. 하아, 힘들다. 나는 상자를 열 생각조차 못하고 바닥에 힘없이 벌러덩 누웠다. 


  이상해. 


  무언가 알 법하면서도 정작 알지는 못하는 그런 무언가가 내 머릿속에서 떠다니고 있었다.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도저히 잡을 수 없었다. 이 이상한 위화감을, 이 작위적인 분위기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 꼬맹이, 위험해. 


  더 이상 말을 붙여서는 안 됐다. 내 오감이 한껏 경고하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 방법이 없잖아. 


  하지만 어디서도 정보를 얻을만한 방안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아이가 없다면 여전히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것처럼. 


  결국 물어봐야 해.


  내가 할 수 있는 아무런 대안은 없었다. 




  [나오십시오.]


  다음날, 보급 시간이 되자 어김없이 안드로이드가 나를 불렀다. 마찬가지로 옆의 아이도 보급을 가지고 들어가고 있었다. 


  “... 저기.”


  “네? 무슨 일이에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는 천연덕스럽게 내 말을 받아주었다. 


  “혹시 궁금한 거 좀 물어봐도 될까?”


  “네? 네, 물론이죠! 제 천막으로 오세요.”


  아이는 그 말을 마침과 동시에 어딘가를 힐끗 바라보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나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내게 다른 방도는 없었다. 


  나는 보급품을 내 천막 안에 두고 아이의 천막으로 향했다. 아이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그 미소는 내게 전혀 순수하게 보이지 않았다. 


  “어서 와요! 뭐가 그렇게 궁금한 거예요?”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이는 상자 위에 몸을 걸터앉은 채로 나를 맞이했다. 


  “... 초능력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알려줘.”


  “뭔 말을 그렇게 딱딱하게 해요? 편하게 해요, 편하게.”


  아이는 발로 보급 상자를 통통 튀기며 말했다. 


  “뭐 어쨌든, 센티넬이라…”


  아이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센티넬, 초능력이나 마법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일반적인 사람의 범주를 넘어선 일을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라고 다들 말하죠.”


  “... 알고 있어. 통상적인 내용 말고, 좀 다른 거 없을까? 특이한 점이라던지, 이상한 점이라던지.”


  “흠, 왜요?”


  아이는 내 말을 듣고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 그건 말 못 해.”


  “이상한 사람이네. 뭐, 좋아요! 아는 건 전부 알려 드릴게요.”


  아이는 선선히 승낙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석연하다는 생각을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 


  “센티넬은 몇 주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정확한 날은 생각이 안 나는데, 음, 눈이 엄청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 혹시 알아요?”


  “... 아니.”


  나는 말로는 부정했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의 말을 듣자마자 어떤 한 날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뭐, 어쨌거나 그때부터 눈이 엄청 내리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계속! 중간에 살짝 덜 오거나 그런 적은 있었어도 그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 눈.”


  그 말을 들으니 엘사에게 가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엘사는 정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가야만 했다. 


  “아, 맞아.”


  아이는 주먹으로 손을 탁 치며 내 상념을 끊었다. 


  “지금까지 제가 본 센티넬중에 불을 쓰는 센티넬은 없었어요. 음, 크게 나누자면... 물, 바람, 땅. 이 세 가지 뿐이었어요.”


  “물, 바람, 땅…”


  나는 내 가슴팍을 힐끔 쳐다보았다. 브루니가 주머니 속에서 살짝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제가 처음에 놀랐던 거예요. 불은 처음 봤으니까!”


  “단언할 수 있어?”


  “그건 저도 모르죠! 여긴 넓잖아요. 끝도 없이 넓잖아요!”


  아이는 손을 크게 크게 벌려가며 말했다. 


  “일단 고마워. 그러면 혹시 끌려간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알고 있어?”

  

  “끙… 진짜 난감한 질문만 골라서 하시네. 대체 뭘 하려고 그런 걸 알고 싶어 하는 거예요?”


  “...”


  나는 침묵으로 답을 대신했다. 아이는 나를 보며 한숨을 푹 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면서 상자에 발을 부딪혀서일까, 그 아이가 걸을 때마다 쇠붙이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56/81


뭔가 좀 답답해

숨을 쉬고 있어도

숨이 막혀 호흡이 가뻐

하루가 멀다 하고 넘어지기에 바뻐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러


^ 이거 글 쓸때 듣고 있던 노래 가사 적어둔거얔ㅋㅋㅋ (https://www.youtube.com/watch?v=I9ZCnjHv7hY)

저번편에 누가 댓글로 위로해줬는데... 고맙지만 지금은 괜찮아!



추천 비추천

15

고정닉 4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2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6 286
1123709 뒤조심)아 되게 충격적인 짤 봫는데 얘기할데가 여기밖에 없어 [3] ㅇㅇ(110.47) 21:40 32 0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15:50 10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1] ㅇㅇ(223.62) 15:42 17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4 17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11:29 24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11:27 17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11:08 13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1 20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5:34 13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5:33 10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4:50 12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28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6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2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1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5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4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16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19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9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49 4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20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18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7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19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4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4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2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29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3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5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3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19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20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8] ㅇㅇ(115.138) 06.07 85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0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99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10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50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3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6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3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6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1 0
1123665 이럴 때 정신놓으면 갓반인 된다 [2] ㅇㅇ(223.62) 06.06 29 0
1123664 말라간다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3 0
1123663 단편이나 떡밥 내놔!!! ㅇㅇ(211.234) 06.06 23 0
1123662 점심때되니 [1] ㅇㅇ(211.234) 06.06 21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