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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카페인 - 34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22 21:11:56
조회 145 추천 2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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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나는 어지러워하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도 이 상황이 적응이 되질 않고 있었다. 


  머리 아파…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문을 열었다. 문 앞에 빵이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다. 나는 빵을 입에 물고 다시 문을 닫았다. 


  맛 괜찮네. 


  언제 내 어깨에 올라탔는지도 모르는 브루니가 내 뺨을 쿡쿡 찔렀다. 나는 빵을 조금 떼서 브루니에게 건네주었다. 브루니는 만족한다는 듯이 빵을 먹고는 내 주머니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쿵쿵- 빵을 다 먹을 무렵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나는 옷소매로 입가를 대충 닦고 문을 열었다. 어제 보았던 그 남자가 또다시 문 앞에 서 있었다. 


  “훈련 시간이야, 어서 나와.”


  그는 나를 데리고 다시 그 방을 향해 갔다.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모이고 있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긴장한 내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왜 저렇게 반응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들어가!”


  뒤에서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나를 데려온 남성은 나를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좋아, 안나, 가 보자.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 어두운 방 안으로 걸었다. 혹시 다시 데이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내 마음은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쿵- 무엇으로 만들어진지 모를 거대한 문이 닫혔다. 이제 방 안에 남아있는 존재라고는 나와 브루니뿐이었다. 


  브루니는 주머니에서 나와 내 어깨 위에 올라탔다. 나는 브루니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한번 쓰다듬어주고 힘차게 소리쳤다. 


  “데이지!”


  내 외침은 얼마 가지 못하고 벽에 잡아먹혔다. 방 안은 순식간에 다시 적막해졌다. 


  “데이지-!!!”


  나는 다시 한번 힘껏 소리쳤다. 소리는 또다시 벽에 묻혀서 사라지고 말았다. 


  … 설마?


  한참을 기다려도 데이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불안감이 갑자기 엄습해서 나를 옥조였다. 나는 다급하게 주변을 살폈다. 


  “데이지…?”


  깜깜한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로지 나와 브루니만이 이 곳에 있을 뿐이었다. 


  “브, 브루니? 앞길을 좀 비춰 줄 수 있어?”


  내 목소리는 한껏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브루니는 묵묵부답이었다. 불구슬은커녕 온기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소리조차 죽어가는 이 방에 나는 홀로 서 있었다. 미지의 물체가 내 목을 조이는 것 같았다.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메스꺼웠다.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서 있는 건지, 아니면 앉아 있는 건지 구별하기도 힘들었다. 당장이라도 이 방에서 뛰쳐나가고 싶었다. 


  헉, 헉…


  나는 내가 들어왔던 곳을 향해 달렸다. 굳게 닫힌 문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고 긁어대었다. 하지만 내가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진, 진정해, 안나. 환상이잖아. 데이지는 무사할 거야. 


  나는 스스로를 달랬다. 심장이 쿵쾅쿵쾅 마구 날뛰었다. 몸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온몸의 기운이 어딘가로 새어나가는 것만 같았다. 


  흐윽… 


  나는 신음소리를 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등에 닿은 벽의 차가움이 나를 당장이라도 얼려버릴 것만 같았다. 


  “데, 데이지.”


  나는 간절하게 데이지를 불렀다. 이대로 다시 혼자가 되었다간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엘사, 부디…”


  닿지도 않을 외침이 내 입에서 나왔다. 나는 텅 빈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힘을 주었다. 머리카락이 당장이라도 뽑혀 나올 것만 같았다. 


  “안나!”


  내 눈이 번뜩 뜨였다. 나는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났다.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곳으로 향해 달렸다. 


  “안나, 헉, 헉…”


  나도 달렸지만, 그녀도 내게 급하게 달려온 듯 싶었다. 그녀의 모습을 내 두 눈으로 담고 나서야 나는 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미안, 많이 늦었지?”


  데이지는 안절부절못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데이지를 잡고 내 품으로 잡아당겼다. 데이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짓다가도 이내 싱긋 작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놀, 놀랐단 말이야! 아무리 네가 환상이라고 해도, 이렇게 사라져 버리면…”


  “... 미안해, 안나.”


  우리는 한동안 서로를 꼭 안고 있었다. 그녀의 온기가 내게로, 그리고 내 온기가 그녀에게로 전해졌다. 


  “... 별 일 없었어?”


  “응. 너는?”


  어느 순간 데이지가 포옹을 풀며 내게 물었다. 나는 내심 아쉬운 마음을 숨기며 대답했다. 


  “나야 뭐, 네 환상이니까 생길 일이 없지. 바깥의 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다행이네.”


  우리는 다시 바닥에 주저앉아 작은 담소를 나누었다. 


  “혹시 바깥의 넌 뭘 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을까?”


  “... 응, 아쉽지만 없어.”


  “그렇구나.”


  나는 아쉬운 나머지 한숨을 짧게 내뱉었다. 데이지는 그런 내가 이해된다는 듯이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아쉽지만 뭐, 우린 우리가 당장 할 일을 하자고! 안나, 잠깐만 바닥에 누워 볼래?”


  “응? 응, 알겠어.”


  “좋아, 이제 눈을 감아봐.”


  데이지는 어제처럼 내게 눈을 감아보라고 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말을 따랐다. 그러자 완전한 어둠이, 완전한 적막이 다시 나를 맞이했다. 


  “자, 이제 마음을 비우고 귀를 기울여봐. 혹시 들리는 소리 있어?”


  마음속에 담겨 있던 감정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머리를 텅 비우고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내 숨소리가, 그리고 내 심장 소리가 청각을 가득 채웠다.  


  “... ...!”


  그때, 어제처럼 내 귀를 자극하는 특이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귀를 기울이니 그 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 이럴 거면 왜 뽑은 거야.”


  나는 눈을 살며시 떴다. 어제처럼 또 다른 나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고 있었다. 


  “이건…”


  키는 지금의 나와 비슷해 보였지만, 얼굴은 살짝 앳되어 보였다. 무언가에 실망한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 모습은 마치 내가 처음으로 출근했던 때를 보는 것 같았다. 


  “첫 출근 때네. 자세 보니까 아마 화장실에서 울고 있었을 때 같은데.”


  그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한껏 기대하면서 출근했더니만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듣고, 따가운 눈치마저 받아가면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었다. 


  “결국 버티다 못해 조용히 변기에 앉아서 소리 없이 울었지. 입에서 나오는 흐느끼는 소리를 막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참.”


  “... 그랬구나.”


  “넌 어땠어?”


  “응? 나?”


  “네 첫 출근 말이야.”


  데이지는 내 말을 듣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 글쎄, 모르겠네. 내가 환상이어서 그런가?”


  “아.”


  나는 아쉬운 듯이 탄식을 내뱉었다. 데이지는 내 모습을 보고 입을 가리며 피식 웃었다. 


  “정 궁금하면 바깥의 내게 물어봐! 금방 만날 수 있을 거야.”


  “... 그랬으면 좋겠다.”


  순간, 저 멀리서 흐느끼고 있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이 바뀌었다. 그녀의 키가 줄고, 더욱 앳되게 변했다. 하지만 여전히 삐쩍 마른 모습은 그대로였다. 다시 본 그녀의 모습은 어린아이를 보는 것만 같았다. 여섯 살이 채 되지 못한 듯한 모습이었다. 


  “저 모습은…?”


  바로 그 때, 그 아이의 주위로 불길이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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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챘을지도 모르겠지만, 저 때 안나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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