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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카페인 - 40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30 22:31:55
조회 171 추천 22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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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지,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지?”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볼을 꼬집어봐도 통증이 생생하게 살아 올라왔다. 혹시나 싶어서 내 뺨을 스스로 때려 보았다. 그래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이게 꿈이 아니라면, 도대체…”


  머릿속이 복잡해서 꼬이다 못해 엉켜서 굳어버렸다.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부터 나는 뭘 해야 하는 걸까, 머리가 새하얀 백지가 되어 버렸다. 


  “저, 안나?”


  옆에서 계속 나를 걱정해 주는 데이지 덕분에 잠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을 숨기지 못하고 데이지의 옆에서 움찔움찔했다. 


  “안나…”


  데이지는 그런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평소와 같았다면 데이지가 내 손을 잡는 순간 마음이 진정되었을 터였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이, 누군가가 내 머릿속을 헤집는 듯한 이질감이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이게 진짜 꿈이 아니라고?


  머릿속에 한번 자리 잡은 의문은 틀어박혀서 나올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그 질문이 반복해서 내 머릿속에 울렸다. 꿈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한 이 현실감이, 꿈이 아니라기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방의 생김새부터가 너무나도 흡사했다. 꿈에 나오던 방의 구석구석에 새겨져 있던 꽃문양이 지금 보고 있는 방에도 새겨져 있었다. 얼핏 보이는 창문 밖의 풍경도 똑같았다. 산을 깎아 만든듯한 피오르가 거대하게 서 있는 것조차도 말이었다. 


  엘사. 


  그리고,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는 몰랐지만 이 환상 속에서 엘사와 나는 자매 관계로 있었다. 그것은 꿈도 마찬가지였고 말이었다. 


  이게 꿈이 아니라면 왜 나한테 이걸 보여주는 거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당장이라도 토해서 속을 게워 내고 싶을 지경이었다. 


  “안나, 괜찮은 거 맞아?”


  간신히 구토를 참아내는 나를 보던 데이지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나는 힘겹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 데이지, 혹시 뭐 아는 거 있어?”


  “아니… 미안, 안나.”


  내가 모르는 것을 데이지가 알 리가 있을까, 역시나 들려오는 대답에는 별 소득이 없었다. 


  화악- 갑자기 환상 속 시간이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흘러가고 난 뒤, 환상은 조금 자란 엘사와 나를 보여 주고 있었다. 


  “안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어린 엘사가 달려오며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부모의 품에 안겨 있던 아기가 방긋 웃었다. 


  “엘사, 천천히!”


  부모가 엘사에게 걱정을 담아서 말했다. 엘사는 속도를 멈추지 않고 침대 위로 풀썩 뛰어올랐다. 그녀의 아버지가 뛰어드는 그녀를 온몸으로 받고는 품에 안았다. 


  “이 아비를 아주 걱정시켜서 죽게 만드려고 작정을 했구나!”


  “히히.”


  콩, 아비가 그녀의 머리에 작은 꿀밤을 주었다. 엘사는 꿀밤을 맞은 부위를 자신의 작은 손으로 어루만졌다. 


  “힝…”


  “얼마나 놀랬는 줄 아니! 잘못했다간 네가 다칠…”


  “그만해요, 아그나르. 그 정도면 많이 했잖아요.”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어머니가 타이르듯이 말했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시무룩해지고는 엘사를 침대 위로 내려주었다. 


  “안나!”


  젖을 물고 있던 아기가 방긋 웃었다. 엘사는 아기의 모습을 보고 아직은 서툰 걸음걸이로 아기에게 다가갔다. 


  “한번 안아보겠니?”


  “네!”


  엘사는 어머니로부터 아기를 건네받았다. 순간 그녀의 팔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놓칠 뻔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그녀의 손을 밑에서 받쳐 주었다. 


  “안나, 네 언니란다.”


  “엘사라고 해 보렴, 안나.”


  어머니와 아버지가 양 옆에서 아기에게 말을 건넸다. 아기는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계속 방긋 웃었다. 


  “헤헤.”


  엘사는 자신의 그 고사리 같은 손을 뻗어 아기의 붉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그러자 아기의 입이 조심스럽게 열리기 시작했다. 


  “... 따!”


  “응? 방금…”


  “옹알이? 이두나, 혹시…”


  “어, 얻… 따!”


  아기가 처음으로 말을 하려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저마다 긴장하면서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아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아빠? 저건 아빠라고 하는 게 분명해!”


  “아니에요. 안나는 지금 엄마라고 하고 있다고요!”


  엘사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부모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서로 티격태격 안나의 첫 말을 얻으려 다투는 모습이 신기해 보인 듯 싶었다. 


  “아빠라고 해야지?”


  “엄마라고 해야지?”


  방 안의 긴장이 점차 고조되어 갔다. 꿀꺽, 침 삼키는 소리마저도 커다랗게 들릴 정도였다. 다시 한번 아기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집중하면서 얼굴을 아기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어…”


  꿀꺽, 다시 한번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에, 에…”


  응? 누군가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에따? 에짜!”


  “설마…”


  부모의 낯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들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잠시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안나!” 


  “에짜!”


  자매가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모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매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꽈득, 꾹 깨물린 내 입술을 타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보게 되자 이유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 불안함을 다시 마음속으로 꾹꾹 집어넣으며 말했다. 


  “...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되지도 않을 생각이었다. 머리로는 이미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일까, 저 장면을 보게 되니 심장이 마치 쥐어짜지듯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저곳으로 달려가 부모를 안고 싶었다. 


  입술에서 내리는 피와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한데 섞여서 바닥에 주룩주룩 떨어졌다. 나는 아기에게 뺨을 맞대는 엘사를 보며, 그리고 그 아기를 보며 물었다. 


  “너는 도대체 누구니?”


  물음이 허공에서 흩어져서 사라졌다. 내 물음은 공허한 외침이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머리의 두통은 사라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앗, 이런…!”


  옆에서 데이지의 탄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나, 미안해. 오늘 시간이 다 된 것 같아…”


  데이지는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하며 내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 잘 가, 데이지. 내일 보자.”


  “응, 안나.”


  데이지의 모습이, 그리고 환상일지 꿈일지, 혹은 무엇일지 모를 장면이 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상관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총 일곱 명, 두 명이 더 떨어질 때까지만 버티면 되었다. 그때까지만 버티게 된다면 이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시간이 지나고 있음에도 의문은 도저히 해소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계속 커져가고만 있었다. 문득 내게 다른 의문이 또 생겨났다. 과연 나는, 엘사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마음은 그렇다고 대답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때마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엘사와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그 불확실성은 더욱더 커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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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편 돌파!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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