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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카페인 - 42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02 22:23:35
조회 172 추천 18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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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깊이 순수한 물에는

  널 위한 길과 답이 있단다

  그 목소리를 따라 깊이 들어가렴

  하지만 너무 깊으면 삼켜질 거란다


  강은 듣는 이에게 노래를 들려주지

  그 노래엔 마법이 흐르고 있단다

  네가 두려워하는 진실을 마주할 수 있겠니?

  강이 아는 진실에 감히 마주설 수 있겠니?


  북풍이 바다를 만나는 곳,

  그곳에 기억으로 가득 찬 이 어미가 있단다.

  집에 어서 오렴, 아가야.

  다 잃으면, 다 알게 될 거란다.


  “흐아암…”


  어린 엘사가 작은 하품을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편히 잘 수 있도록 침대에 눕혀주고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다. 


  “잘 자렴, 엘사.”


  “어머니도요… 흠냐.”


  어린 나는 어느새 다른 침대에서 잠에 빠져 있었다. 엘사도 얼마 지나지 않아 곤히 잠에 빠졌다. 방 안에는 한동안 아이들의 새액새액 숨소리만 들려왔다. 


  “...”


  나도, 그리고 데이지도 한동안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계속해서 차오르는 불안함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평화롭기만 한 저 환상 속에서 무언가 일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옆을 돌아보니 데이지의 낯빛이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아니면, 데이지도 나와 같은 불안함을 느끼고 있기라도 한 걸까? 


  그때, 어린 내가 잠들어 있던 침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방을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침대에서 폴짝 뛰어 내려와 엘사의 침대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엘사. 프슷. 엘사! 프슷.”


  내가 침대 옆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며 말했다. 엘사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러자 나는 그녀의 침대 위로 풀썩 뛰어 올라갔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 안나, 어서 다시 자…”


  나는 엘사의 몸 위로 내 몸을 포갰다. 


  “하지만 하늘이 깨어났는걸! 그래서 나도 깼어. 그러니까 우린 놀아야 해!”


  “... 혼자 놀아.”


  “하늘이… 깨어났다고?”


  익숙한 문장이었다. 내가 언제 저 말을 했었던가? 기억이 날듯 말 듯 아리송했다. 약간의 고뇌가 지나간 다음에야 나는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하늘에 장막이 쳐진 날, 그리고 내 유일하던 기념일에 엘사와 함께 갔던 곳. 그곳에서 나는 그녀에게 말했었다. 


  잠시 멈추었던 환상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엘사는 장난스럽게 어린 나를 침대에서 밀었다. 나는 바닥에 털썩 떨어졌다가도 다시 침대 위를 기어올랐다. 때마침 좋은 생각이라도 난 모양인지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담겨 있었다. 


  나는 곧장 엘사의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아직 다시 잠에 들지는 못한 모양인지,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초롱초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같이 눈사람 만들래?”


  엘사의 눈이 살며시 떠졌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서! 어서! 어서!”


  “쉿, 쉿!”


  우리는 곧장 방에서 몰래 나와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나는 엘사를 재촉하며 소리쳤고, 엘사는 그런 나를 조용히 시키려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무도회장의 문을 살며시 열었다. 이 넓은 공간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우리 둘 뿐이었다. 


  “마법 보여줘! 마법 보여줘!”


  엘사는 웃으며 손을 허공에서 이리저리 돌렸다. 주위에 눈송이들이 생기더니 그녀의 손에 한데 모여 눈덩이를 만들었다. 엘사는 그 눈덩이를 하늘 높이 던졌다. 천장 가까이에서 터진 눈덩이는 마치 눈처럼 내리기 시작했다. 


  “엄청 멋져!”


  “이것도 봐봐, 안나!”


  엘사는 자신의 고사리 같은 발을 바닥에 콩 찍었다. 그녀의 주위로 얼음 빙판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곧장 무도회장을 가득 채워 버렸다. 


  어느새 무도회장의 바닥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엘사와 나는 눈을 굴려서 꽤나 큰 눈덩이를 만들어내었다. 눈덩이 위에 작은 눈덩이를 쌓아서 눈사람을 만들어 냈다. 엘사는 어디서 가져왔을지 모를 나뭇가지를 눈사람의 양쪽 어깨에 붙이고, 그 나뭇가지를 씰룩거리며 말했다. 


  “안녕, 난 올라프야! 그리고 난 따뜻한 포옹을 좋아하지!”


  “사랑해, 올라프!”


  순간 머리가 다시 한번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이상한 목소리가, 전에 들었던 목소리와는 다른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위해서라면 녹아도 좋아요.”


  “미안해요, 안나. 이제 안나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할 것 같아요…”


  “... 아, 안나. 영원한 것 한 가지는 알 것 같아요. 사랑!”




  “... 올라프.”


  이유 없이 머릿속에 한 눈사람이 떠올랐다. 눈사람이 스스로 사람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잠깐, 올라프…?”


  난 분명히 그 이름을 본 적이 있었다. 어디서 였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떠오르지를 않았다. 


  “잡아 봐!”


  그때, 어린 나의 목소리가 저 위에서 들려왔다.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니 내가 거대한 눈더미 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내가 뛸 때마다 엘사가 밑에 눈더미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덕분에 나는 마음 놓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볼 때마다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불안해.


  마치 당장 무슨 일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머리가 다시 한번 욱신거렸다. 


  “여기지!”


  “더! 더!”


  나는 계속 뛰었다. 그럴 때마다 엘사는 계속 마법을 썼다. 


  “조금만 천천히, 안나!”


  어린 나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내 손엔 어느새 식은땀이 가득했다. 숨이 가쁘게 차올랐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앗,”


  그 순간, 엘사가 미끄러졌다. 그녀의 손에서 뻗어 나간 마법이 바닥 대신 내 머리를 노리고 있었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안 돼!”


  허공에서 중심을 잃은 어린 내가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바닥이 눈밭이라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지경이었다. 


  “안나!”


  엘사가 비명을 지르며 어린 내게 달려들었다. 어린 나의 머리카락 한 줄기가 하얗게 물들었다. 


  “엄마! 아빠!”


  엘사의 울음 섞인 비명이 텅 빈 무도회장에 울려 퍼졌다. 그 모습을 끝으로 장면이 다시 흐려지기 시작했다. 무도회장이 사라지고 긴 복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엘사?”


  어린 나는 엘사의 방문 앞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같이 눈사람 만들래?”


  그 말을 하면 엘사는 언제나 어린 나를 반겨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나를 반겨 주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어린 나는 방문 앞에 서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때로는 안부를, 때로는 주변 이야기를. 일방적이었지만 내겐 실망한 기색 따위는 전혀 없었다. 나는 언제나 한결같은 표정으로 엘사의 문을 두드렸다. 답이 오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 


  맞아. 매일같이 방문을 두드렸지. 


  기억이 지워진 나는 엘사가 왜 나를 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던 걸까, 그래서 엘사가 나를 피하는 걸까?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내겐 그런 기억이 없었기에. 


  엘사가 다시 모습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전, 그런 내가 유일하게 엘사에게 실망한 날이 있었다. 내가 열다섯 살이 되고, 엘사가 열여덟 살이 되던 해였다. 


  “... 엘사, 이제 우리 둘 뿐이야.”


  부모님이 배를 타고 잠시 나가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2주 뒤에 온다는 부모님은 한 달이 넘도록 답이 없었다. 시간이 흘렀다. 몇 달이 되도록 부모님은 오지 않았다. 당장 나는 부모님이 걱정되어 미치겠는데, 엘사는 여전히 코빼기조차 비치지 않고 있었다. 


  “우리 대체 뭘 해야 해?”


  나를 지탱해주던 기둥이 무너진 것만 같았다. 나는 한동안 부정했다. 부모님은 돌아오실 거라고, 아무런 일도 없을 거라고. 매일마다 항구에 나가 배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여전히 엘사는 보이지 않았다. 


  “... 같이 눈사람 만들래.”


  그리고 일 년이 다 되던 때, 나는 결국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나 홀로 부모님의 장례를 치러야만 했다. 어디에 있을지 모를 부모님의 시신 대신 텅 빈 무덤 곁을 지켰다. 그때마저도 엘사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엘사에 대한 실망감이 생겨났다. 


  다행스럽게도 그 실망감은 시간이 지나자 점차 희석되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더 지나, 마침내 엘사가 대관식을 하게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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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생각을 잘 봐봐! 의도해서 썼는데 잘 읽힐지는 모르겠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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