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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카페인 - 43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03 22:10:41
조회 213 추천 18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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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껏 기대에 차올라 있었다. 닫혀있던 성문이 열렸다. 잠깐 뿐이었지만 드디어 성에서 나와 길거리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말에 부딪히기도 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혹해서 눈이 돌아가기도 했었다. 뎅, 뎅- 대관식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나는 황급히 성으로 돌아갔다. 


  대관식은 아무 탈 없이 진행되었다. 엘사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말이었다. 엘사의 손이, 엘사의 동공이 조금씩 움찔거리고 있었다. 나는 부디 그녀가 긴장을 풀기를 바랐다. 아니면, 내가 엘사를 너무 오랜만에 본 탓에 잘못 알고 있었기를 바랐다. 


  “... 아렌델의 엘사 여왕님, 만세!”


  “아렌델의 엘사 여왕님, 만세!”


  무사히 대관식이 끝났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마음은 기우였나 보았다. 나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대관식이 끝나고 대회당에서 연회가 열렸다. 엘사가 대회당에 들어가자 환호성이 울렸다. 나도 그녀의 뒤를 따라 대회당에 들어섰다. 수석 고문, 카이가 나를 엘사의 옆에 서도록 했다. 


  “… 안녕.”


  “어, 나? 오. 음… 안녕.”


  아주 오랜만에 듣는 엘사의 목소리였다. 나는 온 몸의 털이 하늘을 향해서 삐죽 솟는 것만 같았다. 슬프고, 행복하고, 또다시 우울했다. 나는 애써 감정을 속으로 숨기고 엘사에게 대답했다. 


  “예뻐 보인다.”


  “고마워, 어, 언니가 더 커. 어, 언니가 풍만하다는 게 아니라, 아냐. 그냥 더 예뻐!”


  그녀의 말에 당황한 나는 뭐라 말해야 할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지껄였다. 내가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몰랐다. 


  엘사가 마지막으로 내게 따스하게 말해주었던 적이 언제였을까? 떠올려보려 해도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이제는 그립다 못해 생소할 지경이었다. 


  “고마워.”


  엘사는 내게 미소를 싱긋 지어주었다. 그녀의 미소를 보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았다. 이렇게라도 같이 있는 게 어디인지, 이대로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지경이었다. 


  시간이 조금 흘렀다.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란 사이에서 우리는 짧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엘사가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너무 행복했다. 


  “너무 좋아, 매일 이랬으면 좋겠어!”


  나는 환호성과 함께 소리쳤다. 엘사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나도…” 


  그녀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나는 커다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는걸.”


  “왜? 무슨…”


  “그냥, 안돼.”

  

  내 얼굴에 드리워져 있던 미소가 걷어졌다. 누군가가 망치로 내 머리를 때리기라도 한 것처럼 머리가 멍했다. 


  “잠, 잠시만… 미안해.”


  나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어느새 엘사와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 이건 분명 내 잘못이 맞았다. 세상 물정 아무것도 모르는 처녀가 갓 만난 사람과 결혼을 한다니, 그 누가 제정신이라고 생각할까?


  “파티는 끝났다. 성문을 닫아라.”


  그래서 반항감이 생긴 것이었을지도 몰랐다. 엘사가 내게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을지도 몰랐다. 


  “뭐? 엘사, 잠깐만. 잠깐, 기다려!”


  엘사가 무도회장을 가로지르며 말했다. 나는 그녀의 결정에 반발하며 무도회장을 나가는 엘사의 손을 잡았다. 엘사의 손에서 장갑이 벗겨지고, 그녀의 곱고 새하얀 맨살이 드러났다. 그때 나는 엘사가 기겁하면서 몸서리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장갑 이리 줘!” 


  엘사는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소리쳤다. 나는 화가 났다. 그렇게 우리를 억압했으면서, 심지어 부모님의 장례식을 치를 때조차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으면서, 고작 장갑 하나 때문에 이런다고?


  “엘사, 제발, 제발… 난 더 이상 이렇게 못 살겠어!” 


  나는 처절하게 소리쳤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 안나. 드디어 네 언니의 대관식을 망쳤구나. 축하해.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됐었다. 


  “... 그럼 떠나렴.” 


  … 뭐라고?


  나는 도저히 그녀의 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엘사의 표정이 그런 내 생각을 정면으로 부숴 버렸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등을 돌리고 문을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내 세상이 무너진 것만 같았다. 나는 울컥한 마음을 담아 소리치기 시작했다. 


  “... 내가 언니한테 뭘 했는데 그래?!”


  “그만해, 안나.”


  “싫어. 왜? 왜 날 등지는 거야?! 왜 세상에 등을 돌려?! 대체 뭘 그렇게 두려워하고 있는 거야?!” 


  나는 그녀의 등에 대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그녀의 몸이 움찔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말을 내뱉을 때였다. 


  “그만 하랬지!” 


  그녀가 등을 돌려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손이 그녀의 몸을 따라 빙글 돌았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새하얀 손에서 얼음이 튀어나왔다. 


  사람들이 경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엘사는 마치 겁에 질린 토끼처럼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머리가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변했겠지. 겨우 숨기고 있던 비밀이었는데, 그게 드러나고 말았으니까. 


  두려움과 공포가 엘사를 지배하고 있었다. 엘사는 당혹감과 함께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엘사는 도망쳤다.


  그때의 나는 그제야 엘사가 왜 나를 피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혹시 나를 다치게 할까 두려워하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엘사를 쫓아 북쪽을 향해 걸었다. 해가 쨍쨍하던 여름 하늘은 어느새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하늘이 되어 있었다. 시원하게 흐르던 강물은 꽁꽁 얼어 있었다. 


  추위에 떨면서도 나는 길을 나아갔다. 타고 왔던 말은 어디로 도망친 것인지 아예 볼 수조차 없었다. 운 좋게 상점에 들러 겨울옷을 구하고 나서야 나는 한시름 덜 수 있었다. 우연히 만난 얼음 장수에게 썰매를 얻어 타 북쪽으로 더욱 빠르게 갈 수 있는 것은 덤이었다. 


  그러다 나는 우연히 눈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말하고 혼자서 움직이는, 신기한 눈사람이었다. 그 눈사람은 자신의 이름이 올라프이며, 엘사가 자기를 만들었다며 주장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그의 안내 덕에,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나는 엘사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보랏빛 얼음으로 뒤덮인 거대한 얼음성이 있었다. 누가 보든 간에 아름답다고 평할만했다. 하지만 그 얼음성을 보다 보니 나는 이상한 아이러니를 느낄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화려해서 더욱 아이러니한 것 같았다. 그 흔한 나무 한그루 없이 오로지 눈으로만 뒤덮인 산 속에서 홀로 높이 솟아 있었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엘사는 혼자서 외롭게 지내고 있다고. 그리고 그녀는 지금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72/81


몬가... 몬가 말해주고 싶어도 스포가 될것 같아서 두려워 ㅜㅜㅜ

섣불리 뭐라 말을 못하겠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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