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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Rule Number Five, Chapter 2

토익530점(110.46) 2021.01.15 16:52:51
조회 426 추천 30 댓글 11

원문: https://www.fanfiction.net/s/12256518/2/Rule-Number-Five



2. Persuasion



엘사가 눈앞의 죄없는 샌드백에 자신을 투영하며 펀치를 날리자 이마를 따라 땀이 흘러내렸다. 원래도 체육관을 자주 가는 엘사였지만, 이렇게 마음이 답답할 때는 도저히 몸이 멈추질 않았다. 옆에 있는 벨은(같은 코치에게 수업을 받는 친구다) 이미 지쳐 헐떡이면서 엘사에게 두드려맞고있는 불쌍한 샌드백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안나와 함께 이 커다란 도시로 온지 몇 주가 지나자 엘사는 안나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엘사는 체육관에 다니기 시작했고 지쳐서 쓰러질 때 까지 운동을 하는게 버릇이 되었다. 물론 샌드백에 자신을 투영하면서 두드려패는게 절대 건전한 일이 아니란건 알지만 지금의 엘사에게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조금이나마 이 짜증이 줄어든다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지난 며칠 동안은 지금까지보다 특히 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안나의 그 여자친구가 된다는 등의 헛소리는 엘사의 마음에 폭풍을 불러왔고, 안나는 뭔가를 설명하려고 했지만 그걸 들어줄 여유조차 생기지 않았다. 엘사는 안나가 고속도로처럼 쭉 뻗은 스트레잇이란걸 잘 알고 있었고 또한 사랑에 쉽게 빠지고 지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물론 엘사도 안나에게 사랑을 받을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할 자신이 있지만, 안나에게 차인 불쌍한 전애인 중 하나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혹시라도 자기가 레즈비언인지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라면 더더욱 끔찍했고.



"엘씨이이이이이이(Elsieeeeeeeee)"



아, 제발.



엘사는 자신의 모든 짜증을 주먹에 실어서 샌드백에 날린 후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돌려 문가에 서있는 이상한 여자애를 바라보았다. 뭐가 좋다고 그렇게 웃고 있는 거야. 넌 지금까지 한 번도 체육관에 안 다녔잖아. 근데 대체 왜...



엘사는 한숨을 내쉬며 손등으로 이마를 닦곤 안나에게 걸어갔다. 그녀는 지금 안나와 마주치기도 싫었고, 그 이상으로 이 대화가 어떻게 이어질지 감도 잡히질 않았다. 여기까지 따라온 안나도 거북했고, 옆에서 바라보는 벨의 시선도 짜증났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엘사는 날카롭게 소리를 높였지만 안나는 그저 달려들어와서 친구를 끌어안았다. "아, 안나! 나 지금 땀 범벅이야!"



"알아." 안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포옹을 풀고 가방안에서 뭔가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엘사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좋은 냄새가 나는 수건으로 이마를 닦았다. "땀에 젖은 채로 있으면 안 좋은거 몰라? 그러다가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나 지금 체육관에 있거든, 안나." 엘사는 따뜻하게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여기서 운동하는 사람은 모두 이렇게 되는게 보통이잖아?"



"그건 그런데..." 안나는 엘사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목 근처에서 코를 킁킁댔다. "그런데도 넌 냄새가 좋네. 다른 사람들 땀냄새랑은 다르게 말야."



엘사는 뺨을 붉혔다. 그리고 헛기침을 하면서 안나에게서 수건을 받아들었다.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한테 킁킁대고 다닐 줄은 몰랐는데 말야."



"안 그러거든! 그냥 사람들 체취가 강하니까 아는 것 뿐이야!"



"그러시겠죠." 엘사는 수건을 어깨에 걸치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여긴 왜 온 거야?"



"내가 왜 온 건지 알잖아, 엘시?" 안나는 빙글빙글 웃으며 윙크를 했다.



안나는 그 정신나간 제안을 한 이후로 계속 엘사를 '엘시(Elsie)'라고 불렀다. 이건 어릴 때 불렀던 별명이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론 평범하게 이름을 부르면서 안 쓰게 되었다. 그래서 엘사는 이 애칭으로 불리는 걸 좋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닐지 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안나, 난 거절한다고 말했잖아." 엘사는 그 제안을 듣고 수도 없이 했던 말을 또 꺼냈다.



"대체 왜 그러는 건데?" 안나의 눈이 재빨리 엘사의 뒤쪽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혹시 드디어 벨이랑 사귀기 시작한 거야?"



"말해주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야, 안나. 난 관심 없다고 했어." 엘사는 발걸음을 돌려서 락커룸을 향해 걸어갔다.



"왜 그래, 엘시! 넌 네 삶에 함께하지 않을 사람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기 싫다고 했잖아! 근데 날 봐,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너랑 평생을 함께 할 거라구!" 안나는 엘사의 사물함을 두드리면서 설득하기 시작했다.



"난 아직 널 내 여자친구로 삼아야 하는지는 못 들은 것 같은데."



"그야 내가 설명하기도 전에 네가 계속 도망치니까 그런 거지!" 안나는 가슴께에 팔짱을 끼면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엘사도 말해보라는 듯이 눈썹을 치켜떴다. "그거 알아? 넌 어쩌면 다른 여자애를 어떻게 꼬시는지 방법을 모르는 걸지도 몰라."



"뭐?!"



"넌 사랑에 관해선 완전 젬병이잖아. 어쩌면 네가 여자친구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뭘 해야 하고 뭘 하면 안 될지 모르는게 두려워서가 아닐까 싶었어."



가끔씩 엘사는 안나의 머리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었다. 엘사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런 무례하면서도 괴상한 설명을 만들어 내는 건 어떤 의미에선 천재적이기까지 하다. 차라리 다른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여자친구를 사귀지 않는다는 거라고 생각하는게 더 자연스럽지 않나?



"그럼 우리가 연인인 척 하면 뭘 해야 하는 건데?" 엘사가 여기서 말을 더듬지 않은 건 기적이었다.



"일단 너한텐 여자애에게 상냥하게 대하는 법 부터 가르쳐야겠어!" 안나는 자신만 믿으라는 듯이 가슴을 탕탕 쳤다. "연인들끼리는 어떻게 행동하는 건지 네가 이해할 때까지 충분히 가르쳐 줄게!"



"뭐?!" 엘사는 어이가 없는 걸 넘어 화가 날 정도였다. "그-그건, 아니, 난-!"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난 왜 네가 누군가와 사귀는 걸 이렇게 무서워하는지 모르겠어. 만약 내가 너였다면 누구든지 골라서 잡았을 거라니까! 넌 똑똑하고, 예쁘고, 우아하고, 그리고 완전 섹시하다구! 아 참, 정말 친절하고 배려심도 깊고 말야."



나한테 예쁘고 우아하고 섹시하다고 했어. 맙소사맙소사맙소사맙소사! 엘사의 가슴이 소리가 들릴 정도로 쿵쾅대기 시작했다. 물론 엘사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자신이 못 생긴 것 보다는 예쁜것에 가깝다는 것 정도는. 하지만 그 칭찬을 한 게 안나라는 사실 하나에 엘사는 멀미가 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바로 옆에 짚을 수 있는 사물함이 없었다면 쓰러지지 않았을까.



"난 절대 누구가와 사귀는 걸 무서워하는게 아냐!" 엘사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말 했잖아, 관심이 없는 거라고. 게다가 넌 스트레잇 아니었어?! 왜 네가 그, 내, 내, 여, 여자친구인 척 해야 하는 건데?!"



"왜냐면 난 네 베스트 프렌드니까." 안나는 이 간단한 사실을 마치 강조하려는 듯이 양팔을 뻗어서 대답했다. "난 네가 이 경험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엘사. 물론 난 이별 때문에 몇 번이나 절망에 빠지긴 했어. 그렇지만 확실히 말할게, 난 행복했어. 그리고 너도 나처럼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어."



엘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네가 지금껏 사귀었던 남자들은 사랑 때문에 만나게 아니었잖아? 그냥 네 이상 때문이었지. 그냥 잘 생긴데다가 친절하게 보이는 남자만 있으면, 그냥 그 사람이 자신의 짝이라고 생각하고 빠져든 거 였잖아. 그런건 사랑이 아냐. 만약 진짜 사랑이라면 그렇게 마음이 오고 가진 않을 거거든. 진짜 사랑이 얼마나 괴로운 건지 알았더라면 네가 사랑에 해보려고 시도조차 했을지 의문이야.



안나의 설득은 엉망진창이었지만, 엘사는 자신의 친구가 이러는 이유가 오직 자신을 향한 걱정 때문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안나의 호의를 생각하자면 이건 더더욱 해서는 안 될 일일 것 만 같았다. 안나랑 사귀는 척을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나 있을까? 만약 나쁜 결과가 나온 다면, 안나에 대한 내 마음은 심장에 낙인처럼 남아서 평생 지워지지 않을 텐데. 너랑 사귀는 척을 하는게 나한테 어떤 기분이 들게 하는지나 아니?



"사랑은 자연스럽게 오는 거라고 말 했잖아, 안나. 언젠간 나도 사랑을 겪게 될 거야. 그리고 너랑 사귀는 척 하는 건 우리 사이에 별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고." 엘사는 다시 한 번 거절했다.



"평생 하자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네가 널 좋아해주는 여자애를 만날 때 까지만이야."



"호, 혹시라도 네가 그 매력적인 왕자님을 또 만나게 되면?"



안나는 이제 몇 걸음 안 남았다는 걸 깨달았다. 엘사의 몇 가지 걱정만 지워줄 수 있으면, 틀림없이 자신의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줄 거란 걸. 난 그냥 네가 걱정될 뿐이야, 엘사. 우린 벌써 성인인데도, 넌 아직까지 한 번도 누군가와 사귄 적이 없잖아. 대체 얼마나 꽉 막혀 있으면 10대를 다 날려 버린 거냐고!



"엘사, 넌 항상 내 인생에 대해 걱정해줬잖아. 그럼 이번엔 나도 널 위해 돕게 해주면 안 될까?" 안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어쩌면 네 말대로 내 이상형인 왕자님을 만날지도 모르지. 그래도 너한테 약속 했잖아? 또 내가 그런식의 사랑에 빠지면 네가 마음대로 떼어내도 된다는 거. 기억하지?"



"그건-, 안나. 이건 너무 이상하다니까!"



"아, 제발 엘사! 그냥 나라니까? 우린 그냥 사귀는 척만 하는 거라구! 아까 말한 대로 네가 다른 더 좋은 사람을 만날 때 까지만이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거 금지!"



마치 번개에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창이나 칼이나, 아니면 더 날카로운 무언가. 내장이 꼬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면 엘사의 세상이 무너졌거나. 알고 있었어. 네가 날 그런 쪽으로 절대 볼 리가 없다는 걸. 그래도 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지는 않았는걸.



"안나." 엘사는 날카롭게 숨을 들이마쉬면서 날뛰는 피를 식히려고 했다. "혹시 여자애들끼리 어떻게 사귀는지에 대해 궁금한 것 뿐이라면, 그냥 다른 여자애한테 가서 시험하는걸 추천할게. 난 그런 쓸데없는 장난질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그런거 아니야." 안나는 상처받은 눈을 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내가 진짜 연애라면 환장하는 바보같은 사람으로 보이는 거야?" 엘사는 눈을 날카롭게 떴고, 안나는 시선을 돌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 사실 연애라면 사족을 못 쓰지. 하지만 고작 궁금하다는 것 때문에 누군가와 사귈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야. 혹시라도 상대방 여자애가 진심으로 나한테 반하게 된다면? 결국 내가 고작 궁금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귀었다면 상대방이 얼마나 상처받을지 내가 모를까봐? 난 그런 짓은 안 할거야!"



엘사는 지금 당장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왜 자신이 이 제안을 거부하는지 진짜 이유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베스트 프렌드를 얼마나 상처입혔는지 잘 알게 될 텐데.



"날 봐." 안나의 찌푸려졌던 얼굴은 서서히 상냥한 미소로 변해갔다. "난 그냥 널 돕고싶을 뿐이야. 스스로를 과소평가 하지마, 엘사. 넌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놀라운 사람이야. 난 왜 네가 스스로 그걸 모르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야."



"몇 번째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난 거절-"



"나쁜 의도는 전혀 없어. 그야 나도 알아, 난 시끄럽고 주근깨 투성이에 어떤 남자라도 거절하지 못 하는 바보란 걸. 그래도 너와 함께 있으면 괜찮을 거야. 넌 내가 만난 어떤 남자들보다 멋지고, 난 이 세상 무엇과도 널 바꾸지 않을 거니까 말야."



가시돋힌 온기가 엘사의 가슴을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네가 내 마음을 알게 된다면, 그 때도 지금이랑 똑같은 말을 해 줄 거니?



"제발, 엘사. 내가 돕게 해 줘. 네가 정말 좋아하는 누군가가 생기면 당장 멈출거라고 약속 할 게."



엘사는 지금 당장 다른 사람에게 달려가서,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멍청하고 어리석을 수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안나에 대한 감정을 숨긴건 자신이었지만, 안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엘사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물론 넌 나를 생각해서 말하는 거지만 이 제안은 너무 심하잖아. 난 벌써 정말 좋아하는 누군가가 있단 말야. 그게 너라고. 엘사는 마음속으로 신음을 뱉었다.



"그냥 생각이라도 해 봐, 알겠지?" 안나는 엘사에게 한걸음 더 다가와서 친구의 뺨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그럼 나중에 봐, 엘시." 안나는 즐거운 듯이 윙크를 한 후 인사를 하고 떠났고, 엘사는 라커룸에서 조각상 처럼 굳어버렸다.



엘사의 뺨은 분홍색으로 달아올랐고, 머릿속에선 방금 느낀 부드러운 입술의 느낌이 몇 번이고 맴돌았다. 물론 안나가 자신의 뺨에 키스를 한 적이 없지는 않았지만, 방금 키스는 뭔가가 달랐다. 어쩌면 안나가 자신에게 '돕는다'고 말했던 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말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벌써 휴식 끝이야?" 벨은 즐거운 듯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래." 엘사는 한숨을 내쉬곤 다시 한 번 샌드백을 두드리는데 열중했다.



진짜 나한테 어쩌라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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