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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카페인 - 56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01 22: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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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 나와!”


  시간이 얼마 흐르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잠시 상념에 빠져 있던 나는 급하게 정신을 차리고 문을 열었다. 


  “뭐야, 자고 있었어?”


  “아, 아뇨. 잠시 다른 생각을…”


  “뭐, 됐으니까 빨리 나와. 다들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그는 나를 동굴 깊숙한 어느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문을 열어젖히려 하다, 갑자기 등을 돌리고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 말이야…”


  “네?”


  “... 아니야.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 있어?”


  “아니요, 그런데 이 방은…”


  그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 다시 등을 돌리고 문을 활짝 열었다. 순간,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풍에 나는 잠깐 몸을 움츠렸다. 


  “여긴…?”


  조금 난잡하게 어지럽혀진 방 안의 모습이 보였다. 한쪽 벽에는 알 수 없는 행성의 지도가, 또 한쪽 벽에는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잔뜩 적혀 있는 화이트보드가, 정면의 벽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온갖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자, 마지막 팀원이야.”


  팀장이 방 안에 들어서며 말했다. 그제야 나는 방 가운데에 놓인 원탁을, 그리고 원탁 주위에 둘러앉은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오, 새 팀원이신가? 반갑구려.”


  “아, 안녕하세요…”


  한편에 정좌를 하고 앉아있는 한 할아버지가 나를 맞이해 주었다. 노인은 인자한 얼굴로 나를 정중히 맞이했다. 


  “...”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짧게 친 머리를 하고,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표정을 짓고 노인을, 나를, 그리고 팀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가 있는 방향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이 나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저, 저기…!”


  그녀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이제는 나를 째려보고 미간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잠시만…!”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점차 다리에 힘이 풀리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미끄러져서 균형을 잃고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제야 팀장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말렸다. 바람이 조금 잦아들고, 나는 진땀을 빼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후, 어쨌거나… 이제 겨우 다 모였네.”


  그는 비어 있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나는 멍하니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과 미친년, 팀장, 그리고 나. 이 넷이 앞으로 함께 다니고, 함께 의뢰를 수행해야 한다고? 안 싸우는 날이 있을까? 걱정이 그 무엇보다 앞서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야. 낯을 가리는 것일 수도 있잖아. 


  “자, 자. 어서 앉아. 할 이야기가 많다고.”


  나는 떨떠름한 마음을 애써 감추고 빈자리에 앉았다. 그 여자와 나는 마주 보는 꼴이 되어 있었다. 나는 나를 째려보는 그 여자의 시선을 겨우겨우 피해 가면서 팀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처음은 뭐가 좋을까… 그래, 자기소개부터 하자. 안나, 너부터.”


  “... 안나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뜬금없이 자기소개를 하게 된 나는 어찌 얼버무려서 대답했다. 나름 잘 대답했다고 생각했건만, 팀장은 부족하다며 나에게 뭐라도 더 말해보라고 시켰다. 


  “... 불 능력을 사용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결국 포기하고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 라미아. 네 차례야.”


  그러나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팀장이 계속해서 말을 해보라고 눈치를 주었지만, 여자는 입을 꾹 다물고만 있을 뿐이었다. 


  “... 하아, 대신 내가 소개할게. 저 친구의 이름은 라미아고, 바람 능력을 가지고 있어. 그렇지, 라미아?”


  그는 여자에게 싱긋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세찬 바람뿐이었다. 결국 그는 그녀를 완전히 포기하고, 노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 어르신… 소개를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드디어 내 차례가 다가왔구려. 모두들 잘 부탁하오, 흐로프타튀르라고 하오.”


  흐로프타튀르.


  왠지 모르게 기억해야만 할 것 같은 이름이었다. 


  “이유 모를 은총을 받게 되어서, 덕분에 땅의 기운을 느낄 수 있게 되었소.”


  그는 허공에 작게 손짓했다. 바닥에서 작은 돌덩이가 튀어나와서 그의 손 위에 낙하했다. 


  “뭐, 차차 서로 알아가는 것으로 하고… 우리 팀장님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소?”


  “흠, 흠. 고맙습니다, 흐로프타튀르 씨. 자, 내 이름은 스태폰 깁 조록이야. 편하게 스태폰이라고 불러 줘. 나는 물을 조절할 수 있어. 원래 다른 팀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새 팀으로 차출되었고… 따로 궁금한 점 있어?”


  그의 물음에 우리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우리는 무슨 일을…”


  “우리가 맡을 일이라… 좋은 질문이야.”


  내 질문에 그는 품에서 종이 넉 장을 꺼내서 우리에게 한 장씩 나눠주었다. 


  “자, 이게 우리 팀에게 들어온 의뢰야. 정확히는… 무기의 흔적을 추적하는 일이지.”


  무기?


  “용도, 모양, 전부 불명이야. 제국에서 연구하다 반군에게 탈취당했다는 사실만 들어서 말이지.”


  “... 무슨 단체인지 아시오?”


  “그건 조금 이따가. 만약 이 무기의 행방을 알게 되면, 절대로 만지지 말고 바로 신고하라고 하더군.”


  그는 그 말과 함께 다른 종이를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다. 


  “자, 무기를 탈취해 간 반군의 정보야.”


  “태양의… 후예들?”


  “맞아. 근거지가 어디인지 찾지는 못하겠더라… 마지막으로 통제부 근처에서 보였다던데.”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었다. 들어본 적이 있었나?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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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해 안 가는 부분 있으면 물어봐줘!

익숙한 이름이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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