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픽] 카페인 - 58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03 21:22:51
조회 136 추천 16 댓글 6

링크모음집




  “자, 주변 잘 보면서 따라와. 혹시 누가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우리는 팀장의 뒤를 따라서 걸었다. 익숙한 도로가, 익숙한 건물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과거의 기록이 새록새록 떠올랐다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었다. 


  “이 근처였는데… 아, 찾았다.”


  그는 통제부 근처 어느 골목에서 걸음을 멈췄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 무슨 단서라도 있을까? 하지만 그곳에는 흔적이라고 할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이번은 허탕인 듯 싶었다. 


  “팀장, 여기엔 아무것도 없…”


  “쉿, 잠시만 기다려 보시오.”


  내가 한마디 하려는 찰나, 흐로프타튀르 씨가 나를 멈춰 세웠다. 그는 손으로 팀장을 가리켰다. 팀장은 눈을 감고,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엇!?”


  바로 그때, 벽과 바닥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물방울들은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조금씩 증발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준비됐나?”


  나는 흠칫 놀라며 잠시 뒷걸음질 쳤다. 꽤나 먼 옛날, 엘사가 내게 보여주었던 능력과 비슷해 보이는 능력이었다. 다만, 팀장이 쓰는 능력은 목소리만 보여준다는 것 뿐이었다. 


  “1조, 준비 완료.”


  “2조, 준비 완료.”


  “3조, 준비 완료. 이상 끝.”


  “좋아, 들어가자. 이번에는 기필코 성공해야 되는데…”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팀장은 그 목소리를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로 흐로프타튀르 씨가, 그리고 깜짝 놀란 내가 뒤따라 달렸다. 


  “잠깐, 흔적이…”


  얼마나 쫓아왔을까, 우리에게 들려오던 그들의 목소리가 끊겨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통제부 건물 앞에 다다르자, 무언가가 굉음을 내며 이 곳을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이 곳을 떠나 어딘가로 향한 것이 분명했다. 


  “... 어디로 간 거지?”


  “팀장, 무슨 일이에요? 능력을…”


  “흔적이 끊겼어. 차를 타고 저 방향 어딘가로 간 것 같은데… 어디지?”


  그는 손가락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문득 나는 그 방향을 보고 무언가가 떠올랐다. 


  “잠깐, 팀장. 그쪽으로 가면 11지구인데… 그곳에도 무슨 일이 있었지 않아요?”


  “맞아, 11지구!”


  우리는 다시 달려서 비행선이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정신없이 날아서 11지구에 착륙하고, 문이 열렸다. 거센 눈바람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 오랜만이네.


  아주 오랜만에 맡게 된, 이 익숙한 냄새가 나를 반겨주었다. 도로를 가득 채운 약 냄새, 그 약에 취한 사람들이 토해낸 오물 냄새, 자해와 함께 흘러내린 피비린내, 그러면서도 죽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산 채로 썩어가는 냄새가 가득했다. 


  끔찍해.


  다시 보니, 죽음이 없다는 사실이 더욱 뼈저리게 와 닿았다. 왜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그 증거가 이렇게 대놓고 나와 있는데 말이었다. 저들은 평생 저렇게 고통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과연 그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고민을 하다가 이내 마음에서 치워버렸다. 


  엘사, 엘사만 찾으면 돼. 다른 생각 하지 마.


  “좋아, 찾았어.”


  팀장의 말이 들려오자 나는 생각을 접고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팀장은 다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라미아는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어 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흐로프타튀르 씨는 무언가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팀장이 만들어낸 물방울들이 다시 과거의 소리들을 우리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딘가를 향해 바삐 달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 소리를 쫓아서 달렸다. 


  잠깐, 이 방향은… 


  정신 차리고 보니, 주변에 낯익은 건물들이 보였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옛날, 아주 가끔, 아주 약간의 여유가 생길 때마다 들리던, 그리고 지금은 망해버린 초콜릿 상점이 보였다. 또, 다른 한쪽에는 내가 매일 들리던 5등급을 위한 배급소가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는… 


  사실, 11지구에 올 때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오게 되니, 꽤나 색다른 기분이었다.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이 낡은 아파트는, 내가 살던 곳이었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났던 이 곳은, 내 집 앞이었다. 


  “빗나갔군, 제길. 엉뚱한 게 맞아 버렸어. 제국의 앞잡이, 황제의 앞잡이. 반항하지 말고 곱게 따라와!”


  예전에 들었던 적이 있던 군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돼!”


  엘사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엘사, 조심… 해요.”


  고통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팀원들을 살펴보았다. 다행일까, 불행일까? 그들은 그 목소리의 주인이 나임을 모르고 있는 듯 싶었다.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으악, 괴물이야! 퇴각해!”


  “아렌 본부로 도망쳐!”


  펑-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군인들의 목소리가 비명과 함께 멎고, 엘사의 목소리만이 남아서 들리고 있었다. 


  “제발, 아아, 전부 나 때문에…”


  털썩- 그녀가 바닥에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렇게, 흔적이 다시 끊겼다.




88 / 81


혹시 이해 안 가는 부분 있으면 물어봐줘!

흐엥 현퀘가 너무 힘드러... 글을 오래 못 붙잡고 있겠어 ㅜㅜ

추천 비추천

16

고정닉 8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2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6 286
1123711 청정한 헬요일 ㅇㅇ(223.62) 00:18 7 0
1123709 뒤조심)아 되게 충격적인 짤 봫는데 얘기할데가 여기밖에 없어 [7] ㅇㅇ(110.47) 06.09 47 0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06.09 10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1] ㅇㅇ(223.62) 06.09 21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19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06.09 27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06.09 19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06.09 13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0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6.09 14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6.09 11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6.09 12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29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6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3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3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5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4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17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19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9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50 4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20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18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8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19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4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5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2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30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5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5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3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20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20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8] ㅇㅇ(115.138) 06.07 85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1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102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11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51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3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6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4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6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1 0
1123665 이럴 때 정신놓으면 갓반인 된다 [2] ㅇㅇ(223.62) 06.06 30 0
1123664 말라간다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4 0
1123663 단편이나 떡밥 내놔!!! ㅇㅇ(211.234) 06.06 2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