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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카페인 - 61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08 23: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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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그림은 무언가를 가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컸다. 원인 모를 무언가가 나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혹시 저 뒤에 뭐라도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작은 의문이 피어났다. 


  에이, 설마.


  나는 반신반의했다. 너무 앞서 나간 생각이었다. 하지만 왜일까, 나는 어느새 브루니를 도와 그 그림을 떼어 내고 있었다. 나에겐 어느새 강렬한 열망이 타오르고 있었다. 


  “미안해, 안나… 내 죄악을 네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숨길게.”


  엘사가 남겼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내 유일하던 기념일에, 내 생일날에, 들판 위에 누워서 홀로 담담히 외쳤던 말이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그림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말도 안 돼… 


  그 그림이 있었던 자리의 뒤에는 작은 문이 있었다. 그 누구도 뚫고 들어가지 못할 것만 같이 단단해 보이는 문이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손잡이를 잡았다. 


  젠장.


  문은 얼어붙기라도 한 것처럼 꿈쩍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힘을 세게 주고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여전히, 아무런 미동조차 없었다. 


  … 진짜 얼어붙었네. 


  자세히 살펴보니 손잡이가 얼어붙은 채로 벽과 달라붙어 있었다. 대체 뭘 이렇게 꽁꽁 숨겨둔 걸까? 나는 의문을 떠올리며 브루니를 바라보았다. 브루니는 손잡이 위에 올라타서 불을 뿜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브루니, 뭘 하는… 앗!”


  손잡이에 굳어 있는 얼음을 녹이면 되잖아!


  뒤늦게 깨달은 나는 브루니에게 어서 해보라고 손짓했다. 그러나 브루니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왜 저러지? 한참을 기다려도 브루니는 묵묵부답이었다. 마치 내가 무언가 하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브루니, 대체 뭘 기다리는 거야? 그러지 말고 빨리 녹여 줘!”


  그러나 브루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나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나에게 무언가를 해보라는 것처럼 발을 내밀고 있었다. 


  나는 브루니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브루니는 계속해서 내 손을, 그리고 손잡이를 번갈아 가며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손잡이를 잡고 힘을 주었다. 그러나, 얼어붙은 손잡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좀, 녹았으면 좋겠는데…!”


  바로 그때, 손에서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나는 깜짝 놀라며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뭐, 뭐야!?”


  손에는 물이 흥건했다. 손잡이에 엉겨 붙어 있던 얼음이 녹아내린 물이었다. 브루니가 녹인 것일까? 하지만 브루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설마 내가? 머리가 복잡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제쳐놓을 만큼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과 함께 문을 밀었다. 얼음이 녹아내리자 문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게, 그리고 손쉽게 열렸다. 언제 나를 가로막기라도 했냐는 것처럼 활짝 열렸다. 


  “어두워…”


  그 안의 공간은 무척 어두웠다. 나는 머릿속에 작은 불구슬을 떠올렸다. 적당히 이 공간 안을 비출 정도면 충분했다. 그러자, 내 생각대로 불구슬이 허공에 생겨났다. 


  놀라워할 새도 없이, 내겐 곧바로 큰 충격이 다가왔다. 창고를 닮은 이 작은 방 가운데에는 커다란 캔버스가, 유화 물감들이, 커다란 기름통이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그리다 만 그림들이 놓여 있었다. 반쯤 그리다 그어버린,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잘 만들어진, 그러나 망쳤다고 생각했는지 쭉 그어 버린 그림들이 쌓여 있었다. 벽 하나를 채우고도 부족해서 튀어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그 그림들은 모두 내 얼굴을 담고 있었다. 


  “엘사…”


  그리고 그 옆에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동상이 놓여 있었다. 내가 홀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었다. 바닥에는 꽤나 크고 투명한 얼음 결정들이 떨어져 있었다. 자칫하다간 미끄러져서 넘어질 수 있을 듯 했다. 왜 여기에 이런 얼음 결정들이 있는 걸까? 


  … 엘사, 아아… 


  엘사의 외로움이 내 안으로 들어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 내가 없는 동안 얼마나 고독했을까? 


  무엇이 되었던 그녀의 공허함을 없애주지는 못할 것이었다. 내 초상화를 아무리 그린다 한들, 내가 엘사의 곁으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그럴 때마다 엘사는 무너지려는 이성을 간신히 붙잡고, 그저 흐느끼며 눈물을 훔치는 것이 전부였을 터였다. 


  나는 바닥에서 엘사의 눈물을 집어 들었다. 당장이라도 내 손을 얼려버릴 것처럼 차가웠다. 


  미안해, 엘사.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 놓여 있던 엘사의 눈물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 금방 갈게. 기다려, 엘사.”


  지끈- 갑자기 머리가 쪼개질 것처럼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익숙한 통증이 내 온몸을 덮쳤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잠시 주저앉았다. 통증은 평소보다 조금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 기다릴게, 안나.”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통증이 사라지고, 나는 다시 눈을 떴다.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 다시 와서 봐야겠어.”


  나는 문을 닫고 내 초상화로 문을 가렸다. 카페 문을 닫고, 브루니의 도움으로 다시 문을 잠궜다. 이제는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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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해 안 가는 부분 있으면 물어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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