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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37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2 21: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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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해.”


  엘사는 왕성에서 나와 한참을 걸었다. 산들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휘날리도록 만들었다. 


  “공주님,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녀가 옆을 지나갈 때마다 주위의 사람들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엘사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들에게 작은 미소와 함께 답해주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당장이라도 저 초원 위에 누워서 잠에 빠져들 수 있을 정도였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자신이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런 문제도 없어야만 했다. 


  그런데, 왜. 대체 뭐가 걸리는 거지?


  무언가가 계속해서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만 같은 허전함이 계속 느껴지고 있었다. 있어야 하는 것이 없어진 것만 같았다. 


  머리 아파.


  엘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거리를 걸었다. 걷다 보니 어느새 성 안으로 돌아와 있었다. 엘사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벌러덩 몸을 던졌다. 


  대체 뭘 잊고 있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머리에 무언가가 떠오르려 하다가도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손에 닿을 듯 말 듯, 어떤 형상이 그녀의 눈 앞에 아른거리다 사라졌다. 


  그녀가 유일하게 기억할 수 있던 것은 붉은색 뿐이었다. 타오르는 것처럼 열정적인 붉은색이 그녀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쳤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색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본 것처럼 익숙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보지 못한 것처럼 그리웠다. 


  “정신 차려, 엘사.”


  바로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엘사 자신 스스로의 목소리와 닮아 있었다. 익숙하지만 어딘가 거부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자신은 입을 연 적이 없었다. 


  “누구야!?”


  누구의 목소리였을까? 엘사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환청이었을까? 엘사는 다시 눈을 감고 침대에 몸을 맡겼다. 


  “고민하지 마, 네가 원하던 것들이잖아.”


  누군가가 엘사의 귓가에 다시 한번 속삭였다. 엘사는 다시 한번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그곳에는 찬바람만이 쌩 불고 있을 뿐이었다. 


  “네가 원하던 현실, 네가 바라던 세상.”


  목소리가 엘사의 왼쪽 귓가에 속삭였다. 엘사는 흠칫 놀랐지만, 이번에는 고개를 돌리거나 주위를 둘러보지 않았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고 눈을 감았다. 


  “전부 네 바람대로야.”


  목소리가 이번에는 그녀의 오른쪽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엘사는 눈가를 살짝 찌푸리고 몸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아무래도 이 목소리는 그녀의 단잠을 방해할 속셈인 듯 싶었다. 


  “네 부모님이 없는 현실에서, 여왕이 되고 나서부턴 누릴 수 없었던 행복.”


  목소리가 다시 한번 속삭였다. 엘사는 머리를 베개 아래로 파묻었다. 그럼에도 목소리는 베개를 뚫고 그녀의 귓가에 닿았다. 언젠가 이 상황과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만 같았다고 엘사는 생각했다. 


  “네 스스로를 괴롭히던 마법도 없고, 부모님도 살아 계시고.”


  … 마법.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모든 것이 다시 천천히 기억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엘사는 여전히, 무언가가 제대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마법이 없고, 부모님이 계시는 세상.


  자신이 바라던 이상적인 세상에 근접해 있었다. 


  그런데… 


  단지, 단 하나.


  안나가 없잖아.


  안나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엘사는 이 거짓된 세상을 부정했다. 


  “... 모습을 드러내.”


  엘사는 베개를 저 멀리 던지며 으르렁거렸다. 목소리가 낮은 목소리로 킬킬거리며 서서히 제 모습을 보였다. 엘사 자신과 똑 닮은 모습에, 검은 머리를 한 그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네?”


  “너, 대체 정체가 뭐야?”


  “글쎄, 아직 너무 이른데. 그나저나, 전부 네가 원하던 것들 아니야?”


  “전혀.”


  엘사는 자신의 모습을 한 형상과 으르렁거리며 말다툼을 했다. 형상은 엘사를 보고 짓궂은 웃음을 보이며 다시 물었다. 


  “네 부모님도 살아 계시고, 너를 괴롭히던 마법도 없고. 전부 누군가가 바라던 것들 아니야?”


  “아니, 안나가…”


  “아니, 너 말고.”


  “... 어?”


  거짓된 세상이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형상도 덩달아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갈라진 틈 사이로 동굴의 모습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다. 


  “엘사, 엘사! 이 어미 보이니? 엘사!”


  “잠깐, 그게 무슨 말이야!”


  “한번 잘 생각해봐. 그럼, 다음에 보자고!”


  “엘사! 정신 차리렴!”


  옆에서 어머니가 자신의 얼굴을 톡톡 치고 있었다. 엘사는 황급히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방금까지 눈 앞에 있던 아렌델 성은 온데간데없었다. 이제 엘사의 눈 앞에는 그전까지 있었던 동굴이 다시 나타나 있었다. 


  “... 내가 바라던 것이 아니라고?”


  “엘사?”


  대체 누가 바라던 것이라는 걸까? 엘사는 잠시 생각하다 이내 생각을 멈추었다. 그녀의 주먹에 힘이 한가득 들어갔다. 


  “... 아니야.”


  엘사는 머리를 흔들어서 불안한 생각을 털어냈다. 그제야 엘사는 옆에서 자신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를 보게 되었다.




혹시 이해 안 가는 부분 있으면 물어봐줘!

아직도 첩첩산중... 히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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