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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39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7 06:55:43
조회 194 추천 20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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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끅. 엘사는 풀이 죽은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딸꾹질 때문에 몸을 움찔하지 않았더라면 시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아차, 너무 성급했나.


  이두나는 순간 자신의 말을 후회했다. 당당해 보이려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여린 마음을 가진 아이였다. 이렇게 성급하게 소리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 그래도, 여기서 무너지면 안 돼.


  평생 안나 하나만을 위해 살아온 아이였다. 여기서 주저앉았다간 영원히 자책의 늪에 빠져서 고통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심연에 빠지기 전에 보았던,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고 있었던 그 사람들처럼. 


  이야기해줄 때가 되었기도 하고.


  언젠가는 해야만 하는 이야기였다. 조금 이르지만, 아직 스스로조차 어색한 이야기였지만 지금 이 기회에 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엘사도, 그리고 자신도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엘사.”


  이두나는 그런 엘사를 도저히 그대로 둘 수가 없었다. 


  “... 네, 히끅.”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섰다.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가 마법의 숲 때처럼 아이들을 위험하게 만들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였고, 자신의 원죄이기에.


  “아주 먼 옛날, 아렌델이 세워지기도 수천 년 전일 거야, 아마? 아무튼 그때 한 여신이 있었단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이야기…”


  “멍청하고, 단순했지. 다른 신들이 짓궂은 장난을 쳐도 웃어넘길 정도로 미련한 여신이었단다.“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에 놀란 엘사는 눈을 크게 떴다. 어릴 적에도 들어 보지 못했던,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물론 여신도 바보는 아니었어. 다른 신들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 그래도 괜찮았어. 그녀에겐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자신의 남편이 있었거든.”


  히끅- 


  “그 둘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단다. 같이 세상을 누비는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인간 세상에 내려가서 몰래 인간들과 지내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둘의 사랑은 더욱 깊어져만 갔단다.”


  히끅- 엘사는 넋이 빠진 채 멍하니 이두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언가 큰일이 벌어졌어. 신들이 지내던 세상은 무너지고, 신들이 모두 죽어버리고 말았어. 세상이 멸망하기 직전까지 몰리고, 알 수 없는 미지의 적을 상대하던 신들은 멸망에 다다르기 직전에서야 겨우 승리했지. 물론 그곳에 남은 것은 폐허뿐이었지만, 살아남은 소수의 신들과 인간들은 세계를 다시 재건시키기에 충분했지.”


  히끅-


  “저… 그러면, 여신과 남편은요?”


  히끅-


  “수많은 적들이 여신을 해치려 했지만,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기꺼이 무기를 들고 맞서 싸웠단다. 여신은 신들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었어. 그녀가 죽게 된다면 신들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였거든.”


  이두나는 잠시 말을 쉬고 헛기침을 했다. 


  “운명의 장난인지, 여신은 무사히 생존할 수 있었어.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아니었지.”


  헉- 엘사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것도, 적이 아니라 아군에게 공격받아서.”


  “하지만… 대체 왜요?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나중에 알고 보니, 여신이 기르는 유일한 식물인 황금 사과를 독차지하기 위해서였더구나.”


  “황금 사과…?”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이었다. 엘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고대 신화에서 들었던 것 같은데… 황금 사과를 손에 넣은 자는 젊음을 되찾게 될 것이다.


  “잘 알고 있구나. 그들은 황금 사과를 독차지하기 위해 그랬던 거야. 여신은 생각했어. 내가 가진 황금 사과 때문에 그가 죽게 된 것은 아닐까, 그가 내게 앙심을 가지지는 않았을까, 그를 인간으로 환생시킨다고 해도 내가 그의 낯을 볼 자격이 있을까.”


  “말도 안 돼요! 그건, 다른 신들이…!”


  “맞아, 엘사.”


  이두나는 엘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갑자기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에 엘사는 몸을 잠깐 움츠렸다. 


  “신들의 오만과 탐욕이 모든 것을 망친 거란다. 그러나, 그 여신은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단다. 이 모든 일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스스로를 헐뜯었지.”


  이두나는 오싹한 소름이라도 끼친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여러 우여곡절이 지나고, 여신은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말았지. 여신은 스스로를 죽이고, 복수에 성공했지.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고난이 여신과 그의 남편 앞에 다가왔단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산산조각 난 마음을 간신히 붙잡은 채로 살아가고 있단다.”


  “맙소사…”


  “그러니, 내 딸아. 부디, 다시 한번 생각해 보려무나. 멍청한 그들처럼, 바보 같은 선택을 하지 말아 주렴. 진실된 마음은 언제나 네 곁에 함께 하고 있단다.”


  “... 안나.”


  “이건 단지 환상일 뿐이란다. 누가 뭐라고 하든 간에 현혹되지 마렴.”


  맞아.


  엘사의 창백하던 얼굴에 생기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이건 정령들이 말했던,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련일 뿐이었다. 


  “... 고마워요, 어머니. 정작 어머니께 무언가를 드리지는 못하고, 항상 도움만 받게 되네요.”


  “네가, 그리고 안나가 세상에 나와준 것만으로도 내겐 크나큰 선물이란다. 그러니 이제, 다시 우리의 여정을 떠나자꾸나.”


  이두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엘사도 살며시 웃으며 어머니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녀의 주위를 괴롭히던 목소리도, 그녀의 기억을 맴돌던 환상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엘사는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 당분간 그녀를 가로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 이해 안 가는 부분 있으면 물어봐줘!

와! 이번주에 올린거 전부 묻힘!

어떻게 해야 글을 재미있게 쓸 수 있을까 ㅜㅜ

글 잘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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